홍범도 장군 지키기 운동본부
방현석 · 4월 14일 오후 5:08 ·
+3장
방현석
4월 13일 오후 5:55 ·
최고의 토크쇼였다.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중학생 둘이 진행을 맡아 나와 토크쇼를 하겠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토크쇼로 진행하겠다며 진행 대본을 보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1시간은 특강으로, 남은 1시간은 토크쇼로 하자고 했다.
그것도 나름 양보한다고 한 거였다.
진행자가 유능하지 않으면 산만하고 어색하고, 효율성도 떨어지기 마련인 게 토크쇼인데 중학생들이 <범도>를 놓고 그걸 하겠다니... 자칫하다 폭망하는 건 막을 심산으로 치킨도 아닌데 '반반'으로 타협을 봤다.
그런데, 보내온 토크쇼 대본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진행자들은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각도에서 <범도>를 읽고, 소박하지만 이야기를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냈다. 사전 질문지를 낸 참여 학생들은 서로 다른 <범도>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투사시키며 그 시대를 살아냈다. 대단하고 대견했다.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준비한 아이들을 믿고, 참여한 아이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토크쇼로 가보기로 했다.
나는 학생들이 해보겠다는 대로 100% 토크쇼로 진행하겠다고 다시 연락하고, 준비한 강의안을 폐기했다. 중학생들이 준비한 대본의 순서와 내용에 맞춰 사진과 자료를 찾아 완전히 새로 준비를 하다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긴 처음이었다. 딱 한 시간 자고 srt를 탔다.
결과는 최고였다.
범도의 주인공이 홍범도만이 아니었듯이,
이날 토크쇼의 주인공은 준비하고, 진행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참여한 학생들 모두였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기까지 담당한 ㅇㄴㅇ 선생께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기울이고,
손길을 보탰을까.
이런 멋진 학교를 만들어 주신 ㅅㅁㅇ교장선생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함께해준 학부모님들도 고마웠다.
이런 학교와 스승,
교사와 교장을 가진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훗날 아이들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학교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간 교육감 노옥희 선생께 경의를 바친다. 그 길을 이어가는 천창수교육감께도 응원을 보낸다.
* 백무아와 김알렉산드라야 어디서나 최고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지만, 의외로 백무아의 오빠 백무현이 중학생들에게 홍범도 못지않는 인기였다.
* 소설가 지망생인 중2의 후기는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사뭇 기대된다.
* 천도스님이 이어주신 귀인들 네 분을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매한 귀경 차표 취소시간을 놓쳐 환불도 못받았다. 이렇게 완전히 의기투합한 분들을 만난 게 얼마만인가.
오랜 인연과 소중한 새로운 인연으로 심장이 뜨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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