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 우뚝 선 김대건 성상… 한국교회 순교영성 널리 퍼지길
성 베드로 대성당 김대건 성인상 축복
아시아 성인상 설치 최초 사례
순교 기념일에 열려 의미 더해
가톨릭 신문 발행일2023-09-24 [제3361호, 1면]
https://youtu.be/9RiU0QlR5FI (동영상)
첫 한국인 사제이자 순교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성인상이 첫 교황의 순교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우뚝 섰다. ▶관련기사 10·11면
성 베드로 대성당(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9월 16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북쪽 외벽에서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거행했다.
한국 성인 중에서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성인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대건 성인상이 세워진 대성당의 벽감은 성 도미니코를 시작으로 세계의 주요 수도회 창설자 성인상이 안치돼온 공간으로, 수도회가 아닌 한 지역교회를 대표하는 성인상이 세워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건 성인상이 들어선 벽감은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 건축 이래 지금껏 비어있던 자리다.
감베티 추기경이 집전한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은 특별히 김대건 신부 순교일(1846년 9월 16일)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축복식에 앞서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갓 쓰고 도포 입고’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선 김대건 성인상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순교 기념일인 9월 16일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서 한국 순례단이 함께한 가운데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성인상은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전형적인 우리나라 선비의 복장에 영대를 걸친 사제의 모습을 하고 있다.이승훈 기자
미사와 축복식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해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전 군종교구장 유수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부산교구 신호철(비오) 주교 등 주교단과 한국과 로마에서 찾아온 한국 순례단 400여 명이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오전 10시30분 교황궁 클레멘스8세홀에서 특별 알현으로 한국 순례단을 맞이하고,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일과 김대건 성인상 설치를 기념해 한국 신자들에게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번 김대건 성인상 설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2020년 11월 29일~2021년 11월 27일)을 마무리하며 유흥식 추기경이 한 제안을 교황이 수락하면서 추진됐다. 한진섭(요셉) 작가가 조각한 김대건 성인상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서 채굴한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을 사용, 높이 377cm 너비 183cm 두께 120cm 규모로 제작돼 9월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됐다. 성인상 제작비는 한국 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한국교회 16개 교구가 함께 지원했다.
교황은 김대건 신부의 모습을 통해 “여러분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생기를 얻어, 자신을 선물로 내어 주는 젊은 신앙, 뜨거운 신앙으로 초대를 받았다”면서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평화의 사도’가 되라는 성소를 재발견해, 한반도 평화의 꿈이 실현되도록 우리 함께 김대건 성인께 도움을 청하자”고 권고했다.
바티칸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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