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대표팀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것은 한국인은 물론 세계의 많은 축구팬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붉은 유니폼의 전통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축구 원로들에 따르면 1945년 해방 이후 대표팀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한다. 실제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유니폼은 상의 빨간색, 하의 흰색이었다.
해방 이전에는 빨간색이 대표팀의 색상이 아니었다. 일제시대에는 공식적으로 한국대표팀이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조선축구단>이 그 역할을 대신했는데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실제 색깔은 빨간색과 노란색이었다고 한다. 이 색깔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해방 후 빨간색을 대표팀의 상의 색깔로 정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도 의견이 분분하다. 태극 무늬에서 채택했다는 주장도 있고, 힘과 정열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으며, 전통적으로 빨간색은 임금의 옷색깔로 최고를 뜻하는 의미를 갖고 있어 대표팀의 유니폼 색상으로 정했다는 해석도 있다. 6.25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빨간색이 공산당을 상징하는 색깔로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심어졌으므로 한 번쯤 오해나 반발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을 보면 어쨌거나 붉은 유니폼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대표팀의 상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의는 주로 흰색 아니면 검정색(5,60년대)을 입었으며, 빨간색 스타킹을 신었다. 왼쪽 가슴에는 태극마크를 붙이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상대팀의 색상에 따라 보조 유니폼을 입기도 했는데 주로 아래위 파란색이었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제 형편이 좋지 못했고 유니폼에 디자인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던 시절이라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마치 빨간 내복을 입은 듯한 촌스럽기 그지없는 유니폼이었지만, 스타를 꿈꾸는 어린 축구 소년들이나 축구팬들에겐 분명 선망의 대상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대표팀이 빨간색 유니폼에서 일탈한 첫 번째 시기는 70-71년 국가대표팀을 청룡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던 2년간이다. 팀 이름에 따라 당시 대표팀은 아래위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으며 가슴에는 태극마크 대신 꿈틀거리는 용의 그림이 새겨졌다.
1977년 유니폼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유니폼 공급 메이커의 마크가 새겨지고 디자인이 가미된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 첫 스폰서는 아디다스였으므로 선수들의 어깨에는 세줄이 그어졌다. 그전까지 청계천 일대의 가내공장에서 제작하는 질 낮은 원단과 아무런 디자인을 없는 제품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이후아디다스, 아식스,액티브, 프로스펙스, 위크앤드 등 국내외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공급했다. 장기계약에 의한 최초의 스폰서는 1987년부터 대표팀을 후원한 라피도로 1995년말 나이키로 대체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또 큰 전화점은 바지의 색깔이었다. 바지 색깔을 상의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으로 통일했고 1993년까지 계속된다.
1993년 왼쪽 어깨에 색동무늬를 새겨넣음으로써 대표팀 유니폼 역사에 혁명적인 변화를 준 축구협회와 라피도는 1994년 미국월드컵 직전 기본 색조를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바꿈으로써 축구팬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붉은색이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우리의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1996년 애틀랜트 올림픽부터 유명한 물결무늬가 대표팀 유니폼 가슴에 새겨졌다. 이윽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태극의 색상을 본뜬 상의 붉은색, 하의 파란색의 유니폼이 안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