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밥그릇
인묵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 한 그릇
내 앞에 앉는다
수저를 들 때 마다
쳐다 본다
'어서 먹으라'
내 배를 채워 주고
다 비운다
빈 밥그릇
식사 때마다
부처님 법문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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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덕담 한마리
인묵 김형식
덕담 한마리
처마밑에 걸어둡니다
꼬들꼬들 마르거든 구어서 명절차례상에 올리시구려
구수한 냄새 퍼져 이웃들 모여 들거던 덕담 안주 삼아 막걸리도 한잔 나누시구려
덕담을 굽습니다
시간은 우리에게
뛰어가지 말라합니다
천천히 걸어가야
세상이 보인다고
토끼와 거북이도 알고 있었답니다
시간은 째각째각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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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두금人頭琴 소리
인묵 김형식
내몽골 적봉 紅山 사막
낙타를 타고 바람 위를 걷는다
낙타가 똥을 싼다 한민족 후예, 방탄소년단이 또르륵 구른다
9천년 홍산문화가 벌떡 일어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초원을 달리는 동이족 말발굽소리가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데 인두금人頭琴 목에 건 하얀노인이 낙타 똥을 줍고 있다
할아버지 하고 부를 때는
쳐다 보지도 않더니
'동이 할아버지' 하고 부르자
똥집게를 번쩍 들고 반긴다
인두금이 울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이름은 동이東夷다 이곳은 환웅배달 단군조선, 우리 한민족의 고토
하늘과 땅사이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악기 하나를 만들어 내 놓는다 악기명은 인두금
말머리를 닮은 몽골의 <모린후르 (morin khuur)> 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머리부분은 동이할아버지의 얼굴을 조각해 모셨다
몽골 사막 원주민들은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 낙타 목에 마두금을 걸어 둔다 모래 바람이 이를 울려 길 잃은 새끼가 그소리를 듣고 어미를 찾아 온다는 신비스러운 악기
인두금이 울고 있다
우리 조상,백의의 동이 할아버지가 인두금을 목에 걸고 핏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엉덩이에 몽골 반점을 찍어 놓은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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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의 남편(비익연리比翼連理)
ㅡ.문정희시인의 <나의 아내>에 대한 화답시ㅡ
인묵/김형식
나에게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름날 구릿빛으로 익은 변강쇠 같은 남편
꼭 껴안고 자고 나면
자기의 씨를 내 몸 속에 심어 당신의 손을 잇게 해 주는 남편
내가 알뜰하게 살림 살면
월급봉투 내밀며 고마워하고
친정나들이할 때나 동창 모임이 있을 때 용돈 넉넉히 주며 베풀고 오라는 남편
또 책을 보거나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면
차 한잔 들고 와 과일을 깎아주는 남편
언제나 마음을 들여다보라며 가끔 내 거울을 닦아주고
늘 아내를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는
내 소유의 하늘
당당한 우리 집안의 태양
나를 어머니로 할머니로 만들어주고
두 성씨 하나로 이어주는 연리지連理枝 남편
전설속을 날고 있는 새 한마리 처럼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존재를 마주 보고 있는 비익조比翼鳥 같은
오오, 나에게도 그런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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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 잔을 끓여다 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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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連理枝):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하나로 합쳐진 나무.
* 비익조(比翼鳥): 눈과 날개가 하나인 전설 속의 새.
*비익연리(比翼連理):부부간의 사랑을 비유하는 말로 비익조와 연리지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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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인묵 김형식( 印默 金炯植)
詩歌흐르는서울 월간문학지 동인,● 詩聖,한하운문학회 보리피리 주간
불교문학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제도 개선 위원,국제페크럽한국본부 회원,
매헌윤봉길사업회 지도위원
한국문협 고흥지부 고흥문학회 초대회장
한강문학 편집 위원
한국시사랑회자문위원
한국 청소년 문학대상.
저서:《그림자, 하늘을 품다.》《오계의 대화.》《광화문 솟대》 《글,그씨앗의 노래》《인두금人頭琴의 소리》
주소: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20길 18(석촌동154ㅡ2)
이메일:hyeongsik2606@daum.net
●사진 교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