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뽕나무버섯(개암버섯)
당신에게 야생버섯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십을 훌쩍 넘긴 내 지인은 야생버섯을 ‘가난’으로 추억합니다.산골에서 자란 그에게 송이,능이,영지버섯은
산과 들에서 캐는 ‘돈’이나 다름없었지요.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잡버섯(?)만 겨우 밥상에 올라왔는데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버섯이 아니라 ‘헐벗은 가난’을 먹었다는 그는 가을만 되면 산으로 향합니다.
그에게 ‘가난’을 추억케 한 이 버섯,뽕나무버섯(개암버섯)입니다.
강원도 사람들에게 ‘글쿠버섯’으로 불리는 뽕나무버섯은 가을 산의 보물 같은 존재였지요.송이와 능이를
돈으로 바꾼 아쉬움을 달래줬으니까요.
뽕나무버섯은 뽕나무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산속 참나무 그루터기나 고사목 또는 바닥에 무리지어 발생하지요.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해서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선 ‘첫사랑의 입술’로 통합니다.산골에선 배춧국 또는 된장찌개에 넣어 먹었는데
영양학적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하는 훌륭한 식재료였습니다.독성이 없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바로 조리해도 탈이 없습니다.비슷한 종으로 뽕나무버섯부치가 있는데 버섯대의 턱받이
유무로 구별합니다.뽕나무버섯엔 반지 모양의 턱받이가 있습니다.뽕나무버섯부치는 항암치료제 등
약재로 쓰며 다량 복용하면 설사 등 부작용이 따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야생버섯은 대부분 약성이 뛰어납니다.
주요 효능은 혈압조절과 심장혈관 장애 방지,콜레스테롤 조절,치매예방,항종양,항암 등입니다.
항암 효과는 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 성분 때문인데 일본에서는 구름버섯을 활용해 소화기
암과 유방암,폐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즐겨먹는 노루궁뎅이버섯과
느타리버섯,동충하초,버들송이,뽕나무버섯,연잎낙엽버섯,영지버섯은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
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잡버섯이 아니지요.뽕나무버섯은 가을 산을 삽시간에 점령했
다가 홀연히 자취를 감춥니다.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채취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절기는 한로를 지나 상강으로 치닫습니다.
가을을 가을답게 했던 버섯도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갔지요.열량과 지방성분은 낮으면서도
식이섬유와 각종 치유 성분을 함유한 야생버섯이 벌써 그리워집니다.보관중인 야생버섯이
있다면 얼큰한 버섯찌개로 아쉬움을 달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