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16〉내 생에 최고의 날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인생서 가장 행복한 날 바로 오늘”
수행 중 과거 생각, 미래 기획하면 망상 빠진 것
현재 삶에 진실해야 인생의 참됨
진실한 본성 자리에 자신이 올인
당나라 때, 선사 대주혜해(大珠慧海)는 법력이 널리 알려져 있어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
어느 날, 멀리서 원율사(源律師)가 찾아와 선사에게 물었다.
“저는 화상께서 도가 매우 높다고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행할 때, 공력을 들이십니까?”
“네, 공력을 들입니다.”
“어떻게 공력을 들입니까?”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곧 잠을 잡니다.”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합니다. 모든 사람들도 스님처럼 공력을 들인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것은 저와 같지 않습니다.”
“어째서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밥 먹고 있을 때 밥을 먹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또 잠을 잘 때도 자지 않고 이런 저런 꿈을 꿉니다. 이렇기 때문에 나와 같지 않습니다.”
선사의 말대로 우리는 밥 먹을 때 오직 밥만 먹지 못하고, 공부할 때 오롯이 공부하지 못하며, 수많은 망상을 한다.
대주가 말한 배고프면 오롯이 밥 먹고, 피곤하면 오롯이 쉬는 일은 자신의 집(참된 본성)에 머물러 있는 데서 나오는 작용이다.
곧 마침내 집에 도착해 있는 본연의 자세, 그 진실한 본성 자리에 자신이 올인(all in)해 있는 것이다. 바로 I have arrived, I am home(나는 집에 도착했다)이다. 이 문구는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이 자주 쓰는 말이다. 10여년전 동국대학을 방문한 틱낫한 스님이 쓴 “I have arrived, I am home” 문구가 액자화돼 중앙도서관 안에 걸려 있다.
자성에 입각한 주인된 자각 속에서 이 자리, 현재가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I have arrived, I am home 다음 구절은 In the here and in the now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라고 알고 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처해 있든 늘 현재에 진실하며, 본성(불성)에 입각한 그 주인된 자각으로 온전히 머물러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임제(?~867)는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라(隨處作主 立處皆眞),
지금보다 더 좋은 시절은 없다(卽時現今 更無時節)라고 하였다.
수행할 때도 바로 현재인 오늘, 이 시간, 이 순간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위빠사나 수행에서도 늘 마음이 현재에 머물 것을 강조한다. 수행도중 과거를 생각하거나 미래의 일을 기획한다면 망상에 빠진 것으로, 화두가 념념상속(念念相續)하지 못함이요, 사띠(sati)가 여일하게 지속되지 못한 것이다. 즉 마음이 현재에 있지 못한다면 주인(본성)집에 손님(번뇌)이 찾아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상적인 삶속에서도 현재 중시는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을 하거나 어떤 상황에서 그 일과 상대방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진실함이 배제된 사람으로 인식되어질 것이다. 어제의 나는 없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함께 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너무 멀리 찾지 말라. 현재의 순간순간 삶에 진실하다면 그것이 인생의 참됨이요, 수행이다.
<벽암록>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바로 오늘이요.
내 생에 가장 소중한 날도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삶의 전부로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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