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산업혁명, 대량생산체계를 거쳐 금융산업, 정보통신산업에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네가 생각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보라. 힘들어도 지치지 말고 성공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 보라”고 응원했다.셀트리온 제공
‘N포세대’ ‘88만원 세대’. 요즘 청년들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서정진(63) 셀트리온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잠재력 있는 세대가 요즘 한국의 청년들이라는 것이다. 국민일보 청년응원 프로젝트 갓플렉스(God Flex) 세 번째 인터뷰이는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세계 선두의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를 일궈낸 ‘샐러리맨 신화’ 서 회장이다. 갓플렉스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믿음 소망 사랑의 가치를 품고 하나님을 자랑하자는 뜻이다.
그는 1년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낸다. 설 이후에도 유럽으로 넘어가 6월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인터뷰 날짜를 잡기 쉽지 않아 지난 21일 전화를 통해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다”며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직장 그만두게 돼 사업을 시작했고, 망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운칠기삼, 성공의 70%는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기도가 자신이 복을 받은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요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 회사 직원 4500명의 평균 나이가 33세다. 남녀 성비는 5대 5다. 나도 현재 젊은이들을 잘 아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우리 세대보다 능력이 있다. 다만 우리 세대는 시키면 했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시켜야 하고 본인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도, 비전도 없다며 힘내라고 하는데 그럴 시간 있으면 젊은이들을 믿어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자기 자식부터 믿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전 세계에 할 일은 널려 있고 어느 나라 젊은이보다 경쟁력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쓰러지면 일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30%가 노력이고 70%는 복이다.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도덕책, 성경책에 쓰여 있다. 성경에는 너를 위해 살지 말고 남을 위해 살라고 돼 있다.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직원들에게 감탄한다. 한국인들은 똑똑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못 갖고 있는 것을 갖고 있는데 ‘우리’라는 단어다. 나를 위해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우리에 친숙해 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애착이 이렇게 강한 나라는 한국을 뛰어넘을 나라가 없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기존 한국인 기질에 정보통신혁명 이후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장점이 강화돼 더 많은 잠재력으로 승화돼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자신이 복을 받은 것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예수가 네 옆에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떳떳하면 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 국민일보DB
-20대 때 롤모델은.
“수시로 바뀌었다. 지금 가장 존경하는 분은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다. 저와 우리 회사를 위해 1000일 철야기도를 하셨다. 3년을 겨울에 집에서 주무시지 않고 불 꺼진 교회에서 기도하셨다. 내가 이렇게 복을 받은 것은 어머니의 기도가 가장 컸다. 어머니가 남기신 유품은 본인이 직접 쓰신 신구약 성경 한 권인데 우리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가보(家寶)다.”
-기성세대들이 반성할 점이 있다면.
“아들 딸들이 자기를 존경하는지 생각해 봐라. 어느 집이든 사랑은 한다. 내 자식들이 나를 존경하는가, 롤모델로 생각하는가 질문해 보면 심플하다. 자기 자식과도 갭이 있다. 세대 차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세대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서 회장은 경기도 분당소망교회 집사다. 20년째 다니고 있다.
-언제부터 신앙을 가졌나.
“모태신앙이라 기계적으로 교회에 다녔다. 나는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니다. 다만 성경에 있는 말씀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언제 느꼈는지.
“체험해 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성경에 있는 얘기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안다.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이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확신이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회가 샤머니즘으로 흘러가면서 성령의 은사를 강조한다. 샤머니즘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힘들 때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을 듯하다.
“없다. 하나님한테 뭐를 해달라고 기도해 본 적이 없다. 스님들이 염불하듯 주기도문을 100번이고 200번이고 낭송한다. 마태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이 기도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가르쳐준 게 주기도문이다. 주기도문에 보면 나를, 무엇을 이루게 해달라는 말은 없다. 세 끼 양식을 줘서 감사하고 나한테 실수한 사람을 내가 먼저 용서한 뒤 내 죄를 용서해 달라 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이탈하지 않고,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더 큰 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마태복음 5장은 예수님이 하신 설교가 잘 요약돼 있다. 6장은 기도를 이렇게 하라, 7장은 실천을 하라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 (예수의)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폭풍우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매일 들려주던 성경구절이고 어머니가 남기신 유언이다. 그 구절을 가장 좋아하고 항상 기억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나.
“행복은 자기 주변을 행복하게 하려고 노력할 때 자기한테 오는 선물이다. 내가 인생을 똑바로 살았을 때 행복했다. 매일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때 행복한 것이고 가장 행복한 것은 없다. 계속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3가지를 꼽는다면.
“가족, 직원들, 그리고 이 나라다.”
-지난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 은퇴하겠다고 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건가.
“우리 임원들 정년과 동일한 나이에 은퇴하는 거다. 창업자라고 해도 내 회사가 아니라 주주들의 회사이고, 직원들 회사다. 진짜로 은퇴할 거냐 안 할 거냐 이상한 듯 묻는데 정년에 은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다.”
-한창 일할 나이다. 회장께서 생각하는 인생 2막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더 일해 봐야겠다면 내가 만들었던 그룹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나 혼자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 할지 안 할지 고민할 것이다. 깔끔하게 떠날 생각이다. 나한테 남은 에너지가 있다면 놀지는 않을 것이다. 4차 산업시대가 오니까 그쪽으로 연구하고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에서 시작할 것이다.”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청소년 시기에 아버님이 해주신 말인데 ‘예수가 네 옆에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떳떳하면 하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타락한 적도 있고 방탕한 적도 있고, 좌우명을 잊어버린 적도 있지만 지금도 그 얘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서 회장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서로 ‘약장수’ ‘닭장수’ 할 정도로 가깝다. 서 회장을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 간증자로 추천한 것도 크리스천인 김 회장이다. 서 회장은 김 회장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많은 친구를 두라고 했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 천당 가라고 한 적은 많지 않다. 예수님이 하신 얘기는 다 남을 위해 살라 했다. 그렇게 살려면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친한 친구가 3명뿐이라고 하면 인생 잘못 산 거다.”
그는 언젠가 교회에서 권사님들을 모아놓고 강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성경에는 서로 사랑하라 했는데 실천해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며느리를 사랑하는 분 손들어 보라 했더니 선뜻 손을 못 들더라. 그래서 며느리부터 사랑하시라고 했다. 교회를 머리로 다니지 말고 봉사활동만 하지 말고 실천하시라고 했다. 생활의 종교를 해야지, 모임의 종교를 하지 말라고 했다. 흔들릴 때마다 내가 인생을 이렇게 살게 해달라는 게 기도다. 성경에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 했는데 교회 이름으로 싸우는 사람들, 교회 다닌다면서 싸움 부추기는 사람들은 교회 잘못 다니는 거다.”
서정진 회장은
청주에서 태어나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손병두 이사의 눈에 들어 한국생산성본부로 같이 옮겼다. 이후 대우자동차 컨설팅을 하면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눈에 띄어 34세에 대우차 임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외환위기 때 퇴직한 뒤 동료 10여명과 바이오 업체인 ‘넥솔’을 창업했다. 2002년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인 셀트리온을 설립해 글로벌 선두업체로 키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뒤를 이어 포브스가 선정한 국내 부호 2위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인천상륙작전’(2016)에 30억원을 투자했던 그는 최근 국립오페라단 이사장을 맡았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9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