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苑
註>
공자의 수제자로 손꼽히는 안회는 논어에서 공자가 20여 차례에 걸쳐 가장 많이 직접적으로 거론한 제자이다. 위 문장은 안회의 학문의 단계를 말해주는 것으로, 논어에 나타난 공자의 말씀을 통해 안회의 학문의 단계별 발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자한편 제29장에서 공자가 학문의 발전 단계를 ① 與共學 → ② 與適道 → ③ 與立 → ④ 與權의 네 단계로 나눈 것에 맞춰 살펴본다.
가장 낮은 단계인 ① 與共學(더불어 함께 공부하는 단계)의 시기는 위정편 제9장의 내용이 다. “내가 회와 함께 종일토록 말하였는데 한 번도 어기지를 않아 어리석지 않나 생각했는데 가만히 그 사사롭게 있을 때를 살펴보았더니 배운 것을 잘 발휘하여 썼으니 어리석지 않더라(子曰 吾與回로 言終日에 不違如愚러니 退而省其私혼대 亦足以發하나니 回也는 不愚로다).”이다.
안회가 처음 공자의 문하에 들어왔을 때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일체의 질문도 없이 묵묵히 가르침대로 따르기만 하여 혹 바보가 아닐까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눈여겨 살펴보았더니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② 與適道(더불어 도에 나아간 단계)의 단계이다. 이후 공자는 안회만큼 게을리 않고(자한편 제19장) 앞으로 나아가며(자한편 제20장) 호학하는 자를 보지 못했다(옹야편 제2장, 선진편 제6장)고 누차 칭찬하였고, 자공의 표현을 빌린다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聞一以知十, 공야장 제8장) 수제자였다.
진채절량의 시기만 하더라도 聖人의 門안에는 들어오지 못했으나(선진편 제2장), 위 문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仁을 함에 다른 제자들은 하루나 한 달 정도를 가는데 안회는 3개월까지 간다(三月不違仁)고 하였다. 仁은 봄의 덕을 나타내는 말로, 三月不違仁은 道의 봄[春]에는 들어섰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3개월이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한 계절의 단위로 ‘그 때를 알고 때 맞춰 열심히 하기는 하나 아직 변통(變通)의 이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으로 회복되어 온다는 ‘易이 窮則變하고 變則通하고 通則久라(역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하니라)’는 깊은 이치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簞食瓢飮에도 불구하고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았던 어진 안회였기에(옹야편 제9장) ③ 與立(더불어 섬)의 단계에 오를 수 있었다. 공자는 안회에 대하여 “쓰이면 행하고 버리면 은둔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나와 너 뿐이라(술이편 제10장)”고 할 정도로 인정해주었고, “회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로다(선진편 제3장)”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리고 안연은 克己復禮를 하여 仁을 할 줄 알기에 공자는 안연에게 “하루라도 克己復禮를 한다면 천하가 다 仁으로 돌아갈 것이라(안연편 제1장)”는 말까지 덧붙일 수 있었다.
또한 안연이 정사를 물음에, 다른 제자나 위정자들이 물음에 修身의 측면에서 답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 체제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면 어떤 것이 이상적인지를 옛 제도 속에서 찾아 답변해주었다(위령공편 제10장, 顔淵이 問爲邦한대 子曰行夏之時하며 乘殷之輅하며 服周之冕하며 樂則韶舞오 放鄭聲하며 遠佞人이니 鄭聲은 淫하고 佞人은 殆니라 :『논어역해』3권 참조).
이러한 안회가 마침내 성인의 방안[室]까지 들어가 성인을 볼 수 있었기에 공자를 “仰彌高,鑽彌堅, 在前在後(자한편 제10장)”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연은 불행히도 단명했다. 아마도 이때 안연은 학문의 최고 단계인 ④ 與權(더불어 권도를 행함)의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할 수 있다. 위령공편 제10장의 내용을 돌아볼 때 아마도 공자는 안회와 함께 “五十以學易하여 可以無大過矣(술이편 제16장)”를 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자가 하늘이 날 버렸다고 거듭 외치며 통곡하였고(선진편 제8장, 제9장), ‘그 거의 가깝다(선진편 제18장, 『주역』 계사하전 제5장)’고 한 것으로 미루어볼 수 있을 뿐이다.
① 주자
三月은 言其久라 仁者는 心之德이라 心不違仁者는 無私欲而有其德也라 日月至焉者는 或日一至焉하며 或月一至焉하야 能造其域而不能久也라
삼월은 그 오래함을 말함이라. 仁이라는 것은 마음의 덕이라. 마음이 仁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그 덕이 있음이라. ‘日月至焉’은 혹 하루에 한 번 이르기도 하며 혹 한 달에 한 번 이르기도 하여 능히 그 경계에 나아가되 능히 오래하지 못함이라.
② 程子
三月은 天道小變之節이니 言其久也라 過次則聖人矣라 不違仁은 只是無纖毫私欲이니 少有私欲이면 便是不仁이라 纖 가늘 섬, 고운 비단 섬 毫 터럭 호
석 달은 천도가 조금 변하는 마디(계절)이니 그 오래함을 말함이라. (그) 다음을 지난다면 성인이라. 仁을 어기지 아니함은 다만 가는 터럭만한 사욕도 없음이 이것이니 조금이라도 사욕이 있으면 (문득) 이는 仁이 아니니라.
③ 尹氏
此는 顔子於聖人에 未達一間者也라 若聖人則渾然無間斷矣니라
이는 안자가 성인에게 한 칸이 미달함이라. 만약 성인이라면 혼연하여 사이가 끊어짐이 없느니라.
출처
:
『논어
易解』2권
첫댓글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