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일본 도쿄대 교수 ‘노구치 유키오’ 씨가 쓴 글이다. 저자는 주위에 흔히 보는 햄버거 ‘빅맥 Bic Mac’ 이야기로 시작하여 예를 든다. 마약 같은 엔저 효과에 의존한 탓에 가난해진 일본의 구매력 평가를 빅맥으로 든다. 경제학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구매력 평가’는 이를 응용한 ‘실질실효환율 지수’라는 지표로도 말한다. ‘물가가 먼저인가 임금이 먼저인가’을 알아야 한다. 대학의 정보화, 디지털화, 엔저 극복 모두 진행되지 않는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은 임금이 상승하는 미국에서 배우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믿기 힘들 정도로 가난해진 일본이라 주장한다. 일본은 빅맥지수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밀린다. 2021년 6월 1달러당 110엔으로 보면 햄버거 한 개에 3.55달러, 엔으로 621.5엔이다. 미국은 5.65달러로 0이고, 한국은 4.0달러 –29.2, 아르헨티나 –30.2, 태국 –31.0, 파키스탄 –36.3, 일본은 3.55달러 –37.2이다. 그러니 일본이 가난해져 햄버거가 싼 것이다. 빅맥지수가 일본보다 높은 나라는 30여 곳 이상이다. 일본의 빅맥지수가 낮아지자 중국인이 대량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건이 저렴하면 나쁘지는 않으나 문제는 임금도 낮다는 것이다. 임금이 낮으면 국민소득이 낮아져 우물 안에서는 개구리지만 밖에 나가면, 초라한 호텔을 사용하는 3등 국민으로 전락 한다.
일본은 금융정책을 엔저로 유도했다. 그러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일본의 물가나 임금은 낮아졌다. 따라서 그 책임은 아베노믹스에 있다. 소설 ‘실버 블레이즈’라는 소설의 범인이 침입한 시간에 “개가 짖지 않았다. “짖을 개가 짖지 않았다”는 점이 일본의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섬나라이기에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 자국의 상대적 위치를 실감할 수 없다. 이제 ‘미국 수준이던 일본은 이제 한국 수준’이란다. 1인당 GDP도 미국의 60% 수준이고 조만간 한국에도 추월당한단다. 그런데 문제는 성장률이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명목 성장은 1.02배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은 2.56배 늘었다. 2000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31.3%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78%에 도달했단다. 만약 이 성장률이 계속된다면 20년 후 한국은 80,894달러가 넘어 일보의 두 배까지 벌어질 가능성조차 있단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은 임금 자체가 일본보다 높다는 것이 지표에 나온다. 한국 인구는 일본의 40%이므로, GDP 총액은 일본이 크다, 그러나 개인의 삶이 윤택한가를 나타내는 수치는 1인당 GDP 수치다. 이 점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으로서는 듣고 싶지 않은 뉴스다. 게다가 중국의 1인당 GDP도 일본과 가까워진다. 이미 일본의 27%에 이르렀다. 일본의 1/3에 도달한 것이다.
엔저라는 마약에 취해 개혁에 뒷전인 일본은 약세 덕분에 쉽게 이익을 얻는 정치를 한다. 자민당도 야당인 민주당도 희망한 엔화의 약세를 원했다. 엔화 약세가 되면 손쉽게 이익이 증가한다. 왜인가? 일본에서 300만 엔의 자동차를 팔면 매출의 10%가 이익일 경우 1$당 환율이 100엔이면 3만 불에 팔고 3천 불의 이익이 생긴다. 이때 엔저로 110원이 되면 매출은 330만 엔이고 기업이익도 33만 엔이다. 그러면 이익이 증가하여 주가도 올라간다. 반대로 엔화가 강세가 보이면 이와 정반대가 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본질은 임금 하락과 주가 상승이다. 환율 즉 엔저로 이익과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일본의 노동자가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의 본질이다.
‘교역조건지수‘란 수출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의 비율이다. 즉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가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는 값이다.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 것은 물가가 상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비싼 아파트에 살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서비스 가격 정체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는 상승하는데 일본은 정체되었다. 일본도 미국도 공업제품 가격은 정체되었다. 미국에서는 고도 서비스 산업이 성장한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 은행도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과관계는 이와는 정반대이며, 임금이 오를 때 비로소 물가가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침체한 원인을 미국을 통해 배운다. 세상은 이미 새로운 자본주의로 변하는 중이다. 이 개념은 현실 세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전 세계가 ’자본 없는 자본주의’를 향해 크게 전환하고 있는데도, 일본 경제는 낡은 자본주의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멈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거대기업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페이스북이 메타 플랫폼으로 사명을 변경했기에 GAMMA라 부른다. 5사의 시가총액의 합은 9.4조 달러 1$에 114엔으로 환산하면 1,072조 엔, 일본의 주식 시가총액은 782조 엔이다. 미국 5사가 일본 전체의 1.4배다. 미국을 이끄는 ’데이터 자본주의‘는 ’고도 서비스 산업‘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성장 견인형 서비스업의 비중은 4%이다. 일본의 고임금 산업은 독점형, 성장산업은 가난한 성장형이다.
임금을 끌어올리면 자본 원천이 필요한데, 이는 임직원 1인당 부가가치(생산성)에 달려있다. 다시 말하자면 임금이 오르려면 생산성을 올리는 것 이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존 산업을 계속하기만 하면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 일본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일본의 노동자를 지키고 싶다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업의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는 기업은 당연히 도태된다.
일본은 디지털화에 뒤처졌다. 대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수정구인데 일본의 고등교육력은 미국의 1/7, 한국의 절반 이하이다. 2021년에 발표된 2022년 판인 ’Word University Ranking 2022’가 발표되었다. 10위 권은 미, 영이 차지하고, 20위 권에 중국이 2개다. 100위권을 보면 미국 38교, 영국 11교, 홍콩 4교, 일본 2교, 한국 2교, 싱가포르 2교이다. 이를 인구 1억 명당으로 환산한 것이 ‘고등교육력’이다. 미국 인구 3.31억 명이니 11.48, 일본 1.25억 명이니 1.6, 한국 0.52억이니 3.85다. 일본은 미국의 1/7이고 한국은 일본의 2.4배이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세계 1인당 GDP는 12,290$이다. 상대적 풍요로운 미국은 GDP 69,375$를 평균치 12,290$로 나누면 5.64다. 일본은 3.31로 미국의 60%다.
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 QS가 발표하는 데이터 중 ‘A 기계공학’, ‘B 컴퓨터공학’, ‘C 경영’ 세 분야를 선정하고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 수를 조사했다. 이 지표로 미국, 영국, 한국, 독일, 일본, 중국까지 6개국을 저자가 조사했다. 한국은 A가 7교, B가 5교, C가 3교로 수치가 영미권보다 낮지만,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고 인구 비율로 보면 중국이나 일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정보화 지수가 0.71로 세계 최고로 높다. 일본은 A4교, B1교, C1교 정보 디지털화 0.25다. 컴퓨터 디지털화는 꼴찌다.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팩스나 도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보기술을 개발하고 구사하는 능력이다, 대학이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전체에 디지털화가 진행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한탄한다.
한국의 급성장 비밀은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 수가 일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인구는 일본의 40%이므로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2.5배로 많다. 대학의 질적 수준이 향상된 데다, 정보화를 실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경제 성장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었다. 한국은 5G, 고성능 반도체, 스마트폰 등 분야는 이미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라 주장한다. (우스갯소리로 코로나에 걸리면 한국은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앱을 깔라 하고 체온과 산포도를 측정 앱에 적어 매일 2회 통고한다. 그러면 보건소 의사가 특이 사항 여부 체크로 즉각 처리된다. 그리고 7일 후면 해제 통보가 뜬다. 재택기간에 돌아다니면 집에 있는가 아르바이트생이 약을 가지고 와 확인하고 돌아간다. 그러나 일본은 일일이 서류로 신고하고 엽서에 체온을 적어 우체통에 넣어 보건소로 보내야 한단다. 일본은 묘한 아집이 있는 나라다. 한 번 배운 것을 끝까지 대대로 지켜가면서 우려먹고 살려는 습성에서 아직도 팩스와 도장과 서류를 찍어야 관청이나 은행 업무가 되는 나라이다.)
2022.09.27.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노구치 유키오 지음
박세미 옮김
렙콘 스튜디오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