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孔子가 노나라에서 법을 관장하는 대사구로 있을 때 소정묘라는 권세가를 체포하고 가차 없이 효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仁의 정치를 강조한 성인이 막상 권력을 쥐고 나서는 어째서 자비를 베풀지 않았을까. 때문에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을까’ ‘과연 죽였을까’라는 ..
소정묘는 당대 최고의 세도가요, 뿌리 깊은 권력이었다. 비록 당대에 실각하여 현실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더라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뿌리 깊은 권력’이란 어느 한 개인의 입신양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전방위 권세를 말한다. 시장에 나가면 상인들을 휘어잡은 상인조합이 그의 편이요, 학원으로 가면 학계를 주름잡는 최고의 학자들이 자기 수하며, 조정에 들어가면 목소리 큰 벼슬아치 태반이 자기 인척이며, 군대에는 유력한 지휘관과 장수의 태반이 그의 가신 출신들이다. 뿐인가. 농민조합, 장인조합, 예능단체, 종교단체, 심지어 쓰레기 치우거나 재활용품 수거하는 넝마조직, 건달조직까지도 그가 사람을 심지 않은 곳이 없다. 선비들까지도 그에게 밥술이나 얻어먹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되니 감히 그를 비난커녕 비판할 자가 없다. 대저 소정묘의 세도가 이러했다. 세도를 이용하여 시장을 독점하고 소작인을 두어 농지를 늘려간다. 거기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자기 사람을 키우니 날로 권세가 커져서 왕이라 할지라도 감히 그를 비판할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공자는 이런 소정묘를 당대 시대악의 뿌리로 보았다. 하지만 뿌리 깊은 권력을 제거하자니 나무 하나, 또는 여럿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각계각층에 뻗어있는 그의 뿌리가 한꺼번에 요동쳤다. 공자가 소정묘의 여러 불법행위와 횡포 등을 근거로 그를 입건하여 잡아들이자 세상 민심은 공포에 떨며 오히려 공자의 안위를 걱정하였다. 유생이라는 자들은 연일 상소를 올리고, 뒤가 켕기는 관료들은 국정의 불안을 내세워 그를 방면 또는 사면하기를 요구했다. 공자를 향한 직접적인 협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은근한 위협 정도는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죽음 따위를 두려워할 위인이 아니었다. 그 때 공자가 소정묘의 방면을 요구하는 선비들에게 단호하게 깨우친 죄목이 있었다. <荀子> 는 이 다섯 가지 죄목을 ‘오악(五惡)’이라 기록하고 있다.
첫째, 만사에 빈틈없이 예의를 지키는 척하면서 뒤로 자기 목적달성을 위해 간악한 수를 쓰며 이익을 챙겼으니 비열한 죄가 있다. 둘째, 겉으로 일을 공평하게 처리하는 척 군자로 행세하면서 교묘하게 사람을 속여 자기 이익을 꾀하니 사악하다. 셋째, 구변이 좋아 마치 진실과 정의만을 말하는 척 감언이설하면서 실제로는 하는 말마다 거짓이며 위약과 배신을 일삼으니 세상의 민심을 혼란시킨 죄가 있다. 넷째, 기억력이 좋아 온갖 미사여구로 아는 척을 하여 사람을 현혹시키되 실제로는 남을 모함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니 교만하다. 다섯째, 겉으로는 강한 자를 견제하고 약한 사람을 돕는 척하면서 정의의 사도인 양 작은 은혜를 베풀면서 정작 권력을 이용하여 이재를 챙기며, 일가권속이 사치를 다투어 호의호식하는 파렴치한이니 위선이 하늘을 찌른다. 겉으로 악하면서 속이 악한 것은 차라리 낫다. 겉으로 선량하고 정의로운 척하면서 속이 구리고 음험한 악은 누구나 속으면서 피해를 당하게 되니 최악이다. 공자는 이 같은 다섯 가지 악을 용서하면 나라가 위태롭고 사회가 어지러워진다고 하였다. 소정묘는 사형을 당했다. ..(후략) [정해용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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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만사에 빈틈없이 예의를 지키는 척하면서 뒤로 자기 목적달성을 위해 간악한 수를 쓰며 이익을 챙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