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엑스(트위터)에 올린 한반도 야간 위성 사진
‘낮과 밤의 차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1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이달 초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찬반 논쟁에서도 한 차례 소환된 바 있는데, ‘정반대인 두 선택을 했을 때 각각 벌어질 결과’를 비유해 보여주기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2023.12.31]
한반도의 빛과 그림자
이택호 /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12월 31일, 그의 SNS '스페이스 X'(구 twitter)에 한반도의 밤을 비교한 위성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미친 생각이지만, 한 나라를 두 쪽으로 나누어 한쪽엔 자본주의, 다른 한쪽엔 공산주의를 실험해 보자. 그리고 70년 후에 이를 비교해 보자"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사진이 보여주는 한반도의 빛과 그림자를 통하여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새터민'(북한 이탈주민)의 처절한 삶의 질적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들의 눈물겨운 탈북 과정을 다루는 채널A의 통일 전문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약칭 '이만갑'). TV조선이 2015년에서 2021년까지 방송했던 〈모란봉 클럽〉, 그리고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각종 유튜브와 개인 방송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 8천여 명의 새터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김정일 집권 이후 소위 '고난의 행군' 기간에 대거 탈북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1995년부터 3~4년 동안 북한의 배급제도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아사자가 속출하였으며, 그 수는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충성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어버이 수령'을 믿고 3~6개월을 견디고 버티다가 생을 마감했다. 식량을 구하려고 중국과 마주한 압록강과 두만강의 국경 연선을 도강하면서 탈북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빌어먹거나, 뺏어 먹거나, 훔쳐 먹어야만"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법과 도덕이란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산에 가서 나무뿌리, 풀뿌리라도 캐어 와서 먹거리와 바꾸어야 한다. 이때 소위 '꽃제비'가 무리 지어 중국을 넘나들었고, 장마당이 북한 땅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맛을 서서히 알게 된다. 탈북민의 대부분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결국 '한국 기도'에 성공했지만, 해외 주재 유학생이나 대사관 직원은 이미 개방사회에서 자유를 맛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인권이나 자유라는 말의 뜻을 알 수도 없고, 사용할 줄도 모른다. 그러나 장마당 MZ 세대들은 한국의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를 몰래몰래 보면서, 한국을 동경한다고 한다. 북한은 대표적인 병영국가이다. 여행이나 주거이전은 당국의 심사와 허락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회이다. 상호 감시와 통제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음이다. 매주 실시하는 '생활총화'와 '사상투쟁'에서 자아비판하는 동안, 무리 중에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야만 하는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야만 한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가볍다. 죽음이 곳곳에 널려 있다. 1996년 5월에 미그 21기를 몰고 귀순한 이철수 북한 공군 상위(대위, 2022년 대한민국 공군 대령으로 예편)의 경우를 보자. 1993년쯤 그가 근무하는 남포시 연천 공군 비행장 주변에 김 씨 왕조를 위한 9호 농장이 있었다. 과수원 나무 밑에 엄청난 양의 설탕을 거름으로 묻어 두고 최고 존엄의 입맛을 돋우려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인근에 8살 난 어린애가 배가 고파서 이 과수원에 들어가 설탕을 파먹다 잡혔고, 결국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총살되었다.
이철수 상위(당시 최고 엘리트 전투 조종사)가 무심코 한 이 말, "어린애까지 죽여야 하냐?", 이 한마디가 상호 감시 통제 망에 걸려 "사상투쟁" 대상으로 부대원 앞에서 자아비판과 인격살인을 당했다. 그 후 자신의 붕괴된 자존심을 달래다가 결국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이처럼 흑암 속에 사는 북한 주민이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얼어 죽고, 총살되는 분위기에서 숨죽이고 살다가 대한민국 땅에 와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사는 그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이 대한민국 땅의 삶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온 삶이며, 그동안 속아 살아온 북녘 생활이 분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도착하여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거처 국정원 조사 과정과 하나원 기초 교육 과정을 통해서 느낀 충격적인 감동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따뜻하고 친절한 말투와 태도였다고 실토한다. 억압적이고 비난조 어투로 하대 받다가 남한의 나긋나긋한 어투와 친절한 태도에 가슴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씨를 뿌리고 물을 준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하고 싶다.
[출처] , <성숙사회가꾸기모임>의 '성숙의 불씨' 894호, 2024. 07.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