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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바로 하버드 대학입니다.
찰스 강 연안에 위치한 케임브리지는 대학도시로서 수십 개의 교육기관과 연구소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주로 자녀를 하버드에 입학시킬 꿈에 젖어 있는 분들이 꼭 가는 곳...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이곳보다는 프리덤 트레일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보스턴의 역사를 살펴보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였지요.
프리덤 트레일은 말 그대로 '자유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보스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코스로 뽑히는데,
미국 식민시대와 독립전쟁 역사의 발자취를 갈어서 둘러볼 수 있는 투어입니다.
그렇다면 프리덤 트레일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보스턴 헤럴드 트래블러>의 편집장인 윌리엄 스코필드는 1915년 3월
관광객들이 보스턴을 여행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해결책에 대한 기사를 썼어요.
보스턴은 좁은 골목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미로처럼 얽혀있어
여행객들이은 목적지를 찾으려면 지도와 싸움하다 지치기 일쑤였지요.
그는 이것을 가장 문제로 지적하며 개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방치되어 있는 훌륭한 유적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라고요.
그러자, 존 B. 헤인스 보스턴 시잔은 그래 6월 '프리덤 트레일 프로젝트'를 만들게 됩니다.
영국에 대한 저항 사건 현장이나, 혁명의 시발점이 된 장소,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 장소 등을 대표 유적지로 정하고
순서에 따라 둘러볼 수 있게 나무로 표지판을 만들어 세웠지요.
이 나무판은 40년 가까이 사용하다, 1953년 철제 표지판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상인과 개인들의 기부로 현재의 붉은 벽돌 길이 놓이게 되었어요.
보스턴은 계속 맑은 날씨였다가
8월 8일 목요일 늦은 밤부터 비가 내렸어요.
금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보스턴...
프리덤 트레일은 걸어서 둘러보는 여행인데, 비가 와서 어쩌지? 하다가 계획했던 일이라 그냥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기 정말 잘 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비 오는 걸 뭐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서
비오는 데도 조깅하고, 아무렇지 않게 제 할일을 하네요.
아마도 비를 맞아도 되는 환경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 면에서 참 부러웠습니다.
이곳은 프리덤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 Boston Common(보스턴 커먼)입니다.
1634년에 만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입니다.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지요.
이 공원을 빙 둘러싸고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참 다정한 느낌이었습니다.
프리덤 트레일 지도입니다.
이런 지도가 곳곳에 있고, 빨간 벽돌길 또는 빨간 선을 따라 가면 되는 것이지요.
자, 시작입니다.
역사적 장소에는 보도에 이런 표시가 박혀 있습니다.
처음 간 곳은 State House(주 의사당)입니다.
바콘 힐 꼭대기에 자리한 황금 돔 모양의 이 의사당은 1789년에 지어졌어요.
지은지 2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메사추세츠 주의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던 찰스 불핀치가 설계하고 지었습니다.
이곳에서 30분마다 무료 가이드 투어가 있고, 그 자리에서 신청해도 되는데
우리는 그냥 빨간 라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답니다.
가이드 없이 하는 여행이라, 빼놓고 들르지 못하는 곳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아는데는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이곳은 파크 스트리트 교회(Patk Street Church)
하얀 팔각형의 첨탑이 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사진은 찍지 못했네요.
이 교회는 오랫동안 보스턴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곳이에요.
교회이지만 역사적 사건의 매 순간순간마다 주요 장소로 이용되었지요.
1809년 보스턴 차(tea) 사건에 개입된 26명의 지역 주민에 의해 세워졌는데
1892년 영미전쟁 당시에는 화약의 원료인 유황 창고로 사용됐고,
1829년에는 로이드 개리슨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연설을 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올드 그래너리 묘지(Old Granary Burying Ground)
그래너리는 곡물창고라는 뜻으로 미국 최초의 곡물 창고와 가까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어요.
미국의 독립 영웅인 폴 리비어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주 초대 주지사였던 존 핸콕,
독립 전쟁을 이끈 새뮤엘 애담스와 같은 역사적 인물을 비롯해
1770년 일어났던 보스턴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이 묻혀 있어요.
도시에 가까이 있는 무덤이 우리에겐 영 낯설지요.
구 주의사당(Old State House)
독립선언문이 보스턴 시민에게 처음 낭독된 곳이에요.
1713년 지은 옛 주의사당 건물로 현재는 독립전쟁 당시의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요.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donkey
올드 사우스 집회소(Old South Meeting House)
1729년 청교도의 교회로 사용하기 위해 설립했으나 보스턴 시민의 집회소로 이용되었어요
식민지 시절, 영국 정부의 부당한 과세에 분개한 보스턴 시민들이 모였던 곳이지요.
특히 1773년 새뮤얼 아담스의 연설로 인해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이 일어나 더 유명해졌어요.
현재 이 안에는 미국 독립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그 때의 토론 모습을 재현한 테이프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 걷다보면 지나칠 수 있는 곳,
보스턴 학살 유적지(Site of the Boston Massacre)- 길바닥에 원형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1770년 3월 5일, 눈을 던져 영국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시민 5명이 그 자리에서 총을 맞고 죽은 곳이에요.
당시 보스턴 인구가 1만 2천 명이었는데 이들의 장례식에 1만 명이 참석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습니다.
퀸시 마켓 바로 앞에 위치한 파뉴일 홀....
1742년 무역상이었던 피터 파뉴일이 보스턴 시에 기증한 건물로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자 독립혁명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새무얼 아담스가 미국이 독립할 때까지 수차례 연설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켓 건물이 너무나 멋지지요?
어떻게 이런 웅장한 대리석 건물이 시장이 될 수 있는가.(우리로서는 이해가 좀 안 되는 일이지요)
퀸시 마켓 오른 쪽에는 노스마켓, 왼쪽에는 사우스 마켓이 있습니다.
퀸시 마켓 안에는 수십 개의 매장이 있고, 중심에는 공동으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도대체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네요.
다양한 베이글
손바닥만한 과자...
항구도시답게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참 많네요.
새우, 클램차우더, 크랩 등등
도대체 사과에 뭔 짓을 한 것이여...
초콜렛을 바른 사과...
시끌벅적한 퀸시 마켓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자리가 도대체 없네요.
어찌나 사람이 들끓는지. 그만큼 인기가 좋다는 얘기겠죠?
우리는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시푸드로 유명한 Union Oyster House!!!
20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해산물 전문점이에요.
사람이 너무 많아 3층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1826년 문을 열었어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면서 케네디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굴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관자 튀김과 랍스터....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랍스터와 보스턴에서 아주 유명한 클램 차우더, 관자튀김
그리고 그 외 등등....
미국 사람들은 보통 이곳에 와서 클램 차우더와 빵을 먹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본 옆자리 미국인들, 자꾸만 흘깃거리면서 속닥거립니다.
아마도 체구도 작은 아시아인들은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지? 그런 눈빛입니다.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랍스터....
그런데 사실 랍스터 요리는 이곳 보스턴보다는 볼티모어가 더 유명하답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북쪽 끝 메인주에 가서 작품 속 배경을 돌아보고, 랍스터를 먹는 것이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 땅덩어리가 너무 커서 도저히 안 되겠어서 포기했답니다.
다시 기운을 내서
빨간 벽돌길을 따라갑니다.
촉촉한 길이지만, 참 좋습니다.
비 오는 보스턴 거리 걷기!
해보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경험이잖아요.
폴 리비어 하우스(Paul Revere House)
1680년 지어진 것으로 보스턴 다운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집입니다.
1770년 폴 리비어가 구입해 1800년까지 소유했다가,
1902년 리비어의 증손자가 건물의 파손을 막기 위해 매입하면서 현재까지 18세기 벽돌집의 전형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알려진 폴 리비어는 원래 은 세공업을 하던 사업가로
그가 사용하던 침실과 거실, 식당 등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먼지 하나, 쓰레기 하나 없는 거리....
올드 노스 교회(Old North Church)
1775년 4월 18일 밤,
교회 관리인이었던 로버트 뉴만이 폴 리비어에게 이 교회의 첨탑에 횃불을 밝혀
영국군이 바다를 통해 진격한다는 신호를 보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어요.
이 전투를 시작으로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1723년 지어진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입니다.
보통 보스턴에 오는 사람들은
퀸스 마켓을 끝으로 프리덤 트레일을 마치는데, 우리는 끝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아파, 절뚝절뚝 걸으면서
콥스 힐 묘지(Copp's Hill Burying Ground)를 지났습니다.
이 묘지는 보스턴에 남아 있는 식민지 시대의 묘지 중 가장 큰 곳인데 원래는 이곳에 이주해온 사람들의 묘지였으나 독립전쟁 때는 영국군이 포대를 쌓아 진지를 구축하기도 했답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멀리 USS 콘스티튜션(USS Constitution)을 바라보았습니다.
1797년 보스턴에서 건조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선박을 말하는 것인데
1812년 영국 해군 함대와 벌인 44차례의 해전에서 승리한 전적을 갖고 있습니다.
찰스타운 골목길을 꼬불꼬불 걷다보니
드디어 종착지인 벙커 힐 기념탑(Bunker Hill Monument)에 도착했습니다.
벙커 힐에는 67m 탑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가면 보스턴 시내와 캠브리지 등이 다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너무 아파 올라가지는 못했네요.ㅠㅠ
꼭대기까지 모두 297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 기념탑은 1775년 6월 17일 독립전쟁 당시 있었던 벙커 힐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어요.
미 독립군은 이 전투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민간인 병사들이 최후까지 싸워 총탄이 모두 떨어진 다음에서야 후퇴했던 아주 장렬했던 전투였지요.
자, 이제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미술관으로 출발합니다.
잘 몰랐던 보스턴의 역사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나마 알게 되어 흐뭇합니다.
공부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이래서 여행은 즐거운가 봅니다.^^
첫댓글 매일 이 곳에 들러 미국 문학기행 따라가기 하는데.. 전 아는게 없어서 그런지, 너무 어렵기만 해요 ㅠㅠ ㅎㅎ 보스턴 역사 공부를 언제 그렇게 하신거에요? 이야~ 정말 여행하고, 공부하고, 먹고, ... 이건 능력자만 하는 거에요^^
여행하기 전에 조금 읽고 가고, 그곳에 도착해서 열심히 공부했지요. ㅋㅋ 여행기를 쓰려니 뭐 아는 게 있어야지요.
우아 선생님! 부럽~~
저랑 함께 가세요, 다음 여행에는...^^
저도 많이 부럽기만 합니다...
보스톤을 직접가서 본듯한 생생함
자세한 여행기 설명에 매번 감동입니다....
다음에 꼭 가보세요. 참 좋네요.
선생님, 어떻게 미국 역사를 이렇게 잘 아세요? 가이드가 옆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 같네요~~
동생과 조카가 구글에서 엄청 검색해 놓았어요. 문제는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것을 50%도 못 알아듣는다는 것....한국 돌아가면 다시 영어책 꺼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