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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죽령터널을 벗어나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삼 생산·재배지인 경북 영주시 풍기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백산 기슭에 자리잡은 천혜의 지리적 조건에다 고원 지대의 내륙성 한랭 기후는 인삼 재배에 적격인 명당으로 꼽혀왔다. 지난 1510년대부터 인삼 재배가 이뤄진 풍기 지역에서는 현재 전국 인삼의 1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120여개의 크고 작은 인삼 판매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풍기읍 서부리 일대의 풍기 인삼시장은 요즘 ‘디지털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풍기 인삼 재배 생산 농가와 재배 상점들이 작년 8월부터 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인터넷 공용 홈페이지, 전자(電子)상거래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시장 내 상점과 100여 재배 농가를 잇는 무선(無線) 인터넷 시스템이 개통됐다. 풍기인삼마을 홈페이지(www.punggi.invil.org)도 이달 중 활동을 시작한다. 황병열(55) 풍기인삼 정보화마을 위원장은 “서울에서 가게를 직접 찾아오지 않더라도 안방에서 24시간 인삼 주문이 가능하다”며 “인터넷으로 주문한 인삼 상품에 대해서는 택배 요금을 우리가 부담하고, 일정 할인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풍기에서 인삼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1908년으로 전국 최초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풍기에 인터넷 열풍이 몰아닥친 것을 보고 풍기 시민들은 ‘상전벽해(桑田碧海·뽕밭이 푸른 바다로 바뀔 정도의 변화)’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금산 인삼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명품(名品)으로 꼽혀온 풍기 인삼은 요즘 수출도 잘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4200달러에 불과했던 풍기 인삼 수출액은 2001년 26만달러, 지난해에는 57만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매년 수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장석도(57) 풍기인삼조합장은 “수출이 급증한 비결이 지난 99년 세워진 풍기 인삼연구소 덕분”이라고 말한다. 9명의 전문 연구원이 인삼의 품질개량과 재배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고, 인삼 조합에서 신규 해외 판로를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장석도 조합장은 “올해는 미국·베트남 신규시장을 포함해 최소한 100만달러 수출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상품을 다양화한 것이다. 수삼·백삼·홍삼정 같은 기존 제품 이외에 피부삼·홍삼마죽·선식·홍삼비누·홍삼캔디 등 20개가 넘는 신규 브랜드로 내수 시장을 공략했다.
여기에 지난 2001년 12월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풍기 간 거리가 2시간대로 단축된 점도 인삼 판매 활성화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영주시청 김교영 공보계장은 “고속도로 개통 이전 연간 60만명선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 180만명으로 늘어 풍기 인삼 판매액도 최소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삼절편·홍삼정처럼 풍기 인삼을 재료로 하는 대형 인삼 가공회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98년 출범한 풍기특산물영농조합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액만 80억원을 넘었다. 덕분에 직원도 10여명에서 60여명으로 불어났다. 박광식 부사장은 “경쟁회사 제품과 비교해 값은 10~20% 정도 저렴하면서 품질이 우수해 백화점·대형 편의점 등에서 주문이 쇄도, 매년 평균 20억원씩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시와 풍기인삼조합은 여세를 몰아 오는 2007년까지 1만5000여평의 부지에 인삼역사박물관·인삼 한방찜질관·전통 심마니촌·인삼 가공체험장 등을 갖춘 인삼랜드와 인삼유통단지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제건 영주시청 산업과장은 “인삼랜드가 설립되면 ‘종합 인삼 메카’가 들어서 부석사·소수서원 등 인근 유교문화 관광자원과 결합해 지역경제 시너지(결합)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