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통과 환영한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하나.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개정을 환영한다.
주택 재계약 시점 6개월 전부터 마음을 졸여야 했던 세입자들은 이번 개정으로 이제 적어도 4년(2년+2년)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37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공복리보다는 개인의 소유권에 치우친 우리 사회가 이번 개정으로 공공의 이익, 주거권 보장을 위해 한 단계 나아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 그러나 5% 상한율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계약갱신 시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소위 ‘전월세상한제’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임대인 마음대로 임차료를 올리던 현실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현재 시중금리가 대략 2%대임을 고려하면 5% 상한율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4억 6천만 원(2020. 3. 한국감정원)이다. 전세가가 4억이라고 해도 5%면 계약갱신 시 2천만 원이나 되는 전셋값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임대료 상한율 5% 내에서 상승 비율을 정하는 권한은 지자체에 주었다는 사실이다. 주거난이 가장 심각한 서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서울시는 금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임대료 상한비율을 5% 이하로 낮춰 책정해야 한다.
셋. 예상되는 전셋값 폭등, ‘계속거주권’과 ‘표준임대료’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임대차 3법 개정 소식에 벌써부터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강남4구·성동·마포·동작구 등의 아파트가 높은 상승률을 주도하고 있다. 임대인들이 4년 동안 올리지 못한 전월세가를 계약 만료 후 엄청나게 올릴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독일처럼 계속거주권과 표준임대료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독일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가 원하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거주권을 보장한다. 그래서 빌려 쓰는 집이지만, 내 집처럼 애착을 가지고 거주할 수 있다. 또한 1972년 ‘비교임대료’ 제도를 시행하면서 지자체별로 주택 정보(위치, 크기, 내ㆍ외부 설비, 건설 연도 등), 주택 일대의 건설 환경(소음, 밀도 등), 지역 주변 시설(공공시설, 교통시설) 등의 다양한 기준을 반영하여 2년마다 표준임대료 일람표를 작성하고 있다.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임대료공시표로서, 아무 근거 없이 몇 천만 원씩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최근 베를린에서는 임대료 폭등 문제에 대응하고자 작년부터 임대료를 동결시켜버렸다. 전에 없던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착한임대인 운동’처럼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만 이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임대료를 동결시키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넷. 감춰진 조항
아래 주임법 7조를 보면, ‘당사자가 약정한 월세나 보증금이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적절하지 않을 때’는 ‘임차료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증액’뿐 아니라 ‘감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위기에 닥친 세입자가 전월세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이제는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당사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섯. 반론에 대한 반론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세입자 보호가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로스쿨 권대우 교수의 말로 이에 대한 반론을 대신한다. “재산권은 집의 현재 가치다. 임대료 인상에 따른 기대수익은 집의 고유 가치가 아니다. 임대차계약 기간이 늘어나도 집주인의 재산권이 침해 받는 건 아니다. 만약 재산권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따져봐야 한다. 집이 여러 채인 사람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한 채이거나 아예 없는 사람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당연히 정책 목표는 후자가 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헌법 37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섯. 임대인의 소유권만큼 임차인의 주거권도
우리 사회의 법과 정치가 진보하면서 공법과 사법의 경계에 사회법이 등장했고, 개인의 자유권을 중시하던 자유방임적 근대 입헌주의 헌법은 자본주의의 폐단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복지국가의 원리를 천명하며 현대 복지국가 헌법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진보한 사회란 소극적 권리인 자유권뿐 아니라, 적극적 권리로서 사회권, 주거권을 국가가 나서 제대로 보장하는 사회이다. 이제 한 단계 나아갔으니,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에 임차인의 주거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성큼 나아가길 기대한다. 또한 국회가 이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서울녹색당은 그 길을 내는 데 함께할 것이다.
2020. 7. 31.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