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Claude A. Debussy) 전주곡집(Préludes) 1,2권 |
● 낭만주의의 종말,인상주의의 완성 드뷔시는 인상파 화가들과 상징주의 문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프랑스어의 부드러운 억양과 운율,리듬과 문장의 유연하고 불균형적인 짜임새 등과 같은 성질을 음악의 멜로디,화성,리듬,음색,형식 등의 모든 면에 적용시키고자 했다.특히 인상주의 음악의 중요한 요소인 색채와 그 효과가 환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전통적인 장단조의 조성과 기능으로부터 벗어나 비기능적인 화성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즉 화음의 연결을 화성적인 움직임으로 하지 않고 선율 형태나 색채 효과에 따라 화음을 진행시켰다.
■ 전주곡 1,2권(24곡)
<전주곡1, 2권>이야말로 그의 피아노 작품을 포함한20세기 모든 피아노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피아니스틱한 효과와 상징주의적 색채감,구조와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완성이 담긴 명곡으로 평가받는다.특히 화성과 멜로디,주법에 있어서 낭만주의에 대한 고별과 아방가르드에 대한 태동을 담고 있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역사적 가치 또한 높다.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24라는 숫자를 짐작해 볼 때,연습곡이12라는 숫자에 고정되어 있듯이,이 역시 바흐의 영향을 받아 쇼팽이 작곡한<24개의 전주곡>과 동일하게24개로 구성되어 있다. 드뷔시는 1910년에 발표한1권과1913년에 발표한2권,이렇게 두 권으로 나누어 총 스물 네 개의 전주곡을 구성했다. 다만 구성에 있어서 쇼팽은 전체를 하나로 묶어놓은 연작시와도 같은 개념이지만,드뷔시는 아름다운 작품을 배열해놓은 두 권의 작품집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권으로 구성된<전주곡>에서 드뷔시는 음악의 색채감과 영상적 측면을 인상파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그것을 통해 새로운 피아노 예술의 영역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간결함과 시적 상상력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형식의 완전함을 이루어냈다.더군다나 각 곡들은 자연 그 자체와 야외에서 느낀 인상,특정한 상황과 인물 그 자체를 나타내도록 표제가 붙어있다.표제는 음악이 표현하는‘소리의 대상’을 나타낸다.더 나아가 드뷔시는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색채와 이미지를 발견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통찰력에 비견할 만한 피아노 음향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표제들은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고 페르마타처럼 각 곡의 마지막에 괄호에 묶여 여백에 기재되어 있는데,이러한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한 까닭은‘표제 음악’으로 자신의 작품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즉 전형적으로 표제에 의해 음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음악의 음향이 표제의 전주 역할을 담당하며 순간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음악이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을 명시하며‘제목을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평론가 버질 톰슨은 드뷔시를 ‘근대 음악의 베토벤’이라고 정의 내렸듯이,드뷔시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20세기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고 그 틀을 마련한 거인이었다. |
클로드 모네(C.Monet)의[파라솔을 든 여인] 1886년
드뷔시는 "바람의 말 이외에는 누구의 충고도 듣지 말자"라고 말하며 들판에 부는 바람의 인상까지도 피아노 음향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 제1집 1.델피의 무희들(Danseuses de Delphes) 옛 델피의 조각상에 묘사된 세 명의 무희를 느리고 장중한 리듬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2. 돛( Voiles) (3:41) 명사의 성을 나타내는 관사가 없기 때문에 돛(女)이나 베일(男)의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드뷔시는 고정된 페달 포인트에 닻을 내린 배,혹은 꿈틀대는 여체를 에워싼 신비한 베일을 암시하려한 듯하다. 3.들을 지나는 바람(Le vent dans la plaine) 1910년에 드뷔시는“스쳐지나가며 세계를 이야기하는 바람의 말 이외에는 누구의 충고도 듣지 말자”라고 기록한 바 있다.본래 파발의 시에 나오는 이 제목을 드뷔시는 폴 베를렌의 시‘나른한 희열’을 통해 알게 되었다.여러 형태의 트릴과 급작스러운 강약의 차이가 인상적이다. 4.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보들레르의 시‘황혼의 노래’의1행을 제목으로 한 곡으로서, pp부터mf의 여린 다이내믹 속에 분명한 소리와 향기의 움직임을 묘사한다. 5.아나카프리의 언덕(Les collines d'Anacapri) 이탈리아의 빛나는 태양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서 종소리와 탬버린 소리 등이 경쾌하고 풍자적인 무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6.눈 위의 발자국(Des pas sur la neige) 우수에 찬 고독한 행인이 겨울 눈밭 위에 새기는 발걸음을 연상시킨다.침묵으로 둘러쌓인 정적의 풍경이 공허한 음악으로 그려진다. 7. 서풍이 본 것(Ce qu'a vu le vent d'Ouest) (3:18) 외형적으로 리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2집의‘불꽃’과 더불어 전주곡 전체 가운데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난곡으로서,흉폭한 바람이 포물선을 그리며 타악기적인 저역 리듬 위로 찬연히 날아간다. 8. 아마빛 머리의 처녀(La fille aux cheveux de lin) (2:07) 상단에 조용하고 다정한 표정이 풍부하게 펼쳐지는5음계의 곡.리콩트 드 리슬의‘스코틀랜드 노래’의 네 번째 시에서 인용한 제목으로서,아마빛 머리의 한 소녀가 이른 아침 히스밭에 앉아 노래부르는 목가적인 정경을 묘사한다. 9.끊어진 세레나데(La sérénade interrompue) 기타처럼 퉁기는 듯한 스페인의 집시 무곡 호타(Jota)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10.가라앉은 성당(La cathédrale engloutie) 건반의 거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는 이 곡은 안개에 쌓인 성당의 평온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르는 절정에 다다른 뒤,이후 희미하게 사라지는 모습까지를 담고 있다. 11.퓌크의 춤(La danse de Puck) 셰익스피어의‘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요정이 변덕스럽고 재치있게 추는 춤. 12.음유시인(Minstrels) 중세 시대의 음유시인이 아니라20세기 초반 파리에 등장한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익살스러운 표정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잡아낸 곡으로서,기이하고 조롱 섞인 풍자는 후일 스트라빈스키를 예견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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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집
1.안개(Brouillards)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한 어린이의 환상으로 가득 찬 이 전주곡은 부드러운 바다와 새하얀 고요함이 증발하며 안개 속에서 갑작스러운 광채를 찬양하는 듯하다. 2.고엽(Feuilles mortes) ‘나무들의 화려한 장례식을 맡고 있는 단풍잎의 떨어짐에서‘라는 드뷔시의 말이 모티브다.느리고 우수에 잠긴 표정이 요동치는 화음 앞뒤로 깔려있다. 3.비노의 문(La puerta del Vino) 극도로 거칠고 정열적인 다정함이 대조를 이루는 하바네라.스페인의 작곡가 파야로부터 받은 엽서에 새겨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의 출입구인‘비노의 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4.요정의 무희(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ses) 변덕스러운 요정들이 가볍고 빠른 테크닉 위로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5.히드가 무성한 황무지(Bruyère) 전원적이면서 외로운 느낌이 부드러운 레가토로 아련하게 펼쳐진다. 6.괴짜 라빈 장군(General Lavine-eccentric) 괴짜 라빈 장군은1910년8월 마리니 극장에서 흥행을 거둔 미국의 희극배우 에드워드 라 빈(Edward La Vine)이 괴상한 자동인형을 전문으로 흉내를 냈던 것을 비꼰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 차지]의6곡‘골리웍의 케이크-워크’에서처럼,이 곡 역시 케이크-워크의 악센트와 유머러스함이 변덕스러움과 풍자적 의도를 극대화한다. 7.달빛 쏟아지는 테라스(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피에르 로티의 인도에 관한 책에서 차용한 제목으로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달빛’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채로우며 유혹적인 달빛의 모습을 그린 작품. 8. 물의 요정(Ondine) (3:48) 하단에 물결 위로 비상하는 형체들,우아하게 쏟아지는 물보라에 대한 암시가 조용하면서도 반짝거리며 등장하는 매혹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9.피크윅 경을 예찬하며(HommageS.Pickwick Esq.P.P.M.P.C.) God save the King의 정중한 분위기와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듯한 피크윅 경의 풍자적인 대비와 코믹한 변형이 두드러진다. 10.카노프(Canope) 카노프란 고대 이집트에서 미이라와 함께 묻힌 내장을 담은 네 개의 항아리를 뜻하는 것으로,드뷔시가 이를 두 개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제목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11.교대하는 3도(Les tierces alternées) 1915년에 씌여진<연습곡>을 예견하는 대목으로서,두 권의<전주곡>을 통틀어 내용에 과한 어떤 것을 암시하는 대신,곡의 구조와 테크닉에 관한 제목을 가진 단 하나의 작품이다.루바토는 허용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정확한 리듬과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12. 불꽃(Feux d'artifice) (4:41)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예견한 듯한 작품.제목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고도의 테크닉과 엄청난 다이내믹을 수반하는 곡으로서,스물 네 곡의 전주곡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고 난해한 곡이다. |
<출처: 클래식 명곡 명연주>
■ 감상
◆ 전곡 (1:22:13) ♪♬♬ : 곡찾기 _ '더보기' 누르고 우측 하단에 '모두보기'에서 <챕터> ▲ 제1집 <8번:아마빛 머리의 처녀>_pf: 조성진 (2:07) 상단에 ▲ 제2집 <8번: 물의 요정(Ondine)> (4:12) 하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