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Gershwin — 〈I Got Rhythm〉
https://youtu.be/4Rck21wqYfg?si=baKnuJt1rbeNbJxw
Nat King Cole — 〈Smile〉
https://youtu.be/xyHoohNyYkw?si=kVeJVHTrlaYyH-3X
스탠드업 코미디 — 미지의 세계
지인의 추천으로 난생처음 아내와 함께 강남의 한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을 찾았다. 유튜브 영상으로 접한 적은 있지만, 이 나이에 낯선 세계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을 새로운 경험에 기꺼이 내주었다.
무대에는 스탠드 마이크와 낮은 등받이의 회전의자, 그리고 좀처럼 쓰이지 않는 듯한 드럼 세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객석은 55석 남짓으로 아담했고, 시선이 오롯이 코미디언에게 모이도록 클럽 안은 검은색 톤으로 꾸며져 있었다.
금요일 저녁답게 객석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나온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젊은 기운에 섞여 보려고 청바지에 티셔츠까지 챙겨 입었지만, 세월의 더께가 얼마나 감추어졌을지는 알 길이 없었다. 코미디언의 물음에 거의 모두가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처음’이라는 대답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맥주 두 병과 모둠 치즈를 주문했다. 다른 관객들도 맥주나 칵테일에 핑거푸드를 곁들이며 저마다 소박한 ‘불금’을 즐기고 있었다. 옆자리에 혼자 온 사람은 안주도 없이 맥주 한 병만 시켜 놓고 공연을 만끽하는 듯했다.
무대에 차례로 오른 다섯 명의 코미디언은 외모와 복장, 말투는 물론 펀치라인을 던지는 호흡과 퍼포먼스까지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뽐냈다. 19금 유머와 블랙코미디, 진영 논리와 지역감정 같은 민감한 주제도 재치 있게 비틀어 거침없이 풀어냈고, 때로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여 즉석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여성 코미디언의 거침없는 입담과 몸짓은 앞서 무대에 오른 네 명의 남성 코미디언을 압도했다.
다만 ‘에겐남’, ‘테토녀’, ‘억텐’, ‘찐텐’ 같은 요즘 세대의 신조어나 빠른 호흡의 말장난은 단번에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제때 터져 나오는 웃음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아내도 모르는 표현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아내가 아는 것만큼은 귀띔을 받고서야 뒤늦게 빙긋 웃곤 했다. 한 박자 늦은 웃음은 스스로 '형광등'임을 광고하는 셈이니, 웃는 데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저녁이었다.
두 시간 남짓 웃고 즐기면서 뜻밖에도 한 가지를 배웠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온전히 즐기려면 그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음악도 미술도 여행도 그러하듯, 웃음 속에도 그 시대의 언어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말은 어쩌면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만큼 세상은 넓어지고, 삶의 즐거움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 마주한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렇게 나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자 유쾌한 ‘미지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