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사랑 5월의 이야기
(2019)
어느사이 집 주변엔 벚꽃과 목련이 지고
철쭉이 자릴 대신하더니 라일락 향이 진동합니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입니다..
가정의 달 오월엔 ‘어버이날’이 있지요
어쩌면 우리 모임의 젊은 친구들은 어버이날이 언제부터
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날만 있었지요 그러다가
그럼 아버지들은 모냐 하면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다가는
1973년 드디어 어머니날이 어버이날이 된 것입니다..
암튼 그렇게 오월은 꽃의 계절이면서
내 곁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가정의 계절이지요
5월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
‘마녀사냥’이란 15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성행했던
죄 없는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세워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불에 태워 죽였던 일을 말한다
그들은 교황청 성직자와 정치 권력자인 기득권층들을
주축으로 하여 전염병이나 경제추락 또는 전쟁패전
정치실패 등으로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면
주로 힘없고 소위 빽없는 약한 그중에서도 가난한 여자들
과부등을 마녀로 몰아 희생양으로 삼아
민중들의 눈길을 다른데로 돌리게 하고 자신들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데 이용한 것이다.
당시 마녀사냥으로 죽은 사람들의 수는 대략
백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하늘의 뜻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무시무시한 죄악에 소름이 끼친다
이번 달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바로 마녀사냥의 효시가 되었던....
15세기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백년전쟁 중으로 나라는 초토화
되었고 백성들은 병사로 동원되어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러던 중 프랑스 샤를6세가 죽자 중심 귀족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 한편은 영국의 편을 들고 있었고
이로 인해 발루아 왕가의 샤를 왕세자는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프랑스 북동부 지방의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잔 다르크’라고 했다.
잔 다르크는 어느 날 하늘의 부름 소리를 듣고
왕가를 찾아가서는
잉글랜드를 조국에서 몰아내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였다.
왕들과 귀족들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군사를 맡겼다..
1429년 17살의 소녀는 은빛 갑옷을 입고 그녀의 상징기를
들고 군사를 이끌었다.
백성들은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
감동하여 가슴에 애국의 불이 지펴졌고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진실로 천사의 계시 탓인지 어린 소녀가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프랑스 군은 연전 연승을 하며 열세였던
프랑스 군을 승기로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승리의 여신이자 전투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그러면서
샤를왕세자는 비로소 여유를 가지고 샤를7세로 즉위
하게 되었다..
허나 배가 부르면 가난한적 시절을 잊는다고 했던가
샤를 7세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왕권이 안정되자
전쟁에 소극적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대신들은 어린 소녀의 치솟는 인기에 시기하였고
교황과 종교지도자들은 천사의 계시를 입고 승승장구
하는 잔다르크에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가운데 그녀는 전투에서 사로잡히고 만다
실은 샤를 7세가 잔다르크 군에게 지원병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세기독교는 신성한 신의 중계자인 사제를 거치지
않고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이단이라고
하며 그녀를 마녀로 몰아갔다..
지리한 재판이 이어졌다..
1431년 프랑스 루앙에서는 주교 코숑이 종교재판을
주관했다..
자신이 신의 은총을 입었는지 여부를 아느냐는
주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만일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주께서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만일 신의 은총이 있었다면
주께서 나를 계속 은총 안에
두시기를 기원합니다...“
기고문에는
"잔의 목소리는 실제의 육성이나,
지옥으로부터 온 것이다.
잔이 여성의 복장을 거부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불복종을 의미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게 조국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스스로 남자의
옷을 입고 목숨을 바쳐 자신을 불살랐던 오를레앙의 소녀
잔다르크는 마녀가 되어
선채로 화형대에 올라 불태워졌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19살이었다..
결국 잔다르크는 기득권을 가진 정치지도자들과
종교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마녀사냥’의 희생물이 되어
꽃 같이 스러져 간 것이다..
그녀가 죽은 후에 세월이 흘렀어도 민중들 사이에는
잔다르크가 성스럽게 회자 되었지만 기득권층들은
그녀에 대해 몰라시로 일관했다..
수 백 년이 지난
192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잔다르크의 시복이 이루어진다
시복이라 함은 성결하고 거룩한 삶을 산 사람들에게
교황청 공인으로 복자의 칭호를 수여하는 것을 말한다
복자는 영광을 받을 만한 사람이란 뜻으로
성인들의 바로 아래 단계인 준성인
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권위적 인간들은
수백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그녀가
성스러운 삶을 살고 영생에 이르렀다고 공인해준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매년 4월 말일 밤이면
모여서 5월 1일 새벽까지 모닥불을 태운다..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봄맞이 축제이다..
이 발푸르기스 나흐트가 바로 마녀사냥의 잔재이다..
마녀가 불과 함께 겨울의 악령을 몰고 사라져
아름다운 새 봄을 가져온다는 ...
[발푸르기스의 밤]
하나가 오고 또 하나가 오고
둘 셋 넷 모여 들더니 하르츠 숲을 뒤덮었다..
오늘은 축제의 날
발푸르기스 나흐트,
타오르는 모닥불 아래
애슬픈 춤사위 신명들고
새벽을 기다리며 하나 둘 별이 잠들면
춤을 끝낸 마녀 한명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이윽고 또 한 명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둘 셋 넷 타들더니 매운 재로 날아 올라가
사그러드는 불길 속에
하나가 있었는지 또 하나는 있었는지..
애초에 아무것도 오고 간일 없었는지
흔적조차 꿈인 듯 남은 것이 하나 없다..
푸르른 새벽 맞은 텅 빈 하르츠 숲엔
슬픈춤만 하늘재 되어 봄맞이 기원한다...
산수재 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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