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레스 섬의 본명은 누사 니빠. 섬 모양이 뱀처럼 생겼다 부른 원주민 언어. 16세기 경 포르투갈 사람들이 플로레스에 도착했을 때, 붉은색의 꽃이 피는 봉황목이 많아 포르투갈어로 꽃을 뜻하는 플로레스라고 부르면서 주민들도 플로레스라 부르기 시작했다. 화산맥이 섬을 관통하고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플로레스 섬. 플로레스 섬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찾아간다.
1부. 조상과 함께 사는 사람들, 베나족
지금도 고인돌이 있는 플로레스의 바자와. 바자와에서는 고인돌이 조상을 숭배하고 받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베나족 마을이 있다. 이들은 집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집의 가장 좋은 방에 조상을 모신다. 그래서 집들이 역시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인데, 마침 찾아간 다음 날 집들이가 열렸다. 마을에 새 집이 생기는 것은 아주 드믄 일이어서 인도네시아 방송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집들이 행사 ‘카사오’를 운좋게 함께 할 수 있었다.
준비만 한 달, 이틀에 걸쳐 진행된 카사오는 규모가 엄청났다. 같은 혈통은 물론 친척, 사돈, 초대받은 친구들 모두가 참석하는 것이 원칙. 새벽부터 전통 복장으로 단장한 마을사람들이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돋우고, 집들이 선물로 들어온 소 6마리와 돼지 30마리를 족장의 진행에 따라 한꺼번에 도살한다. 잡은 돼지는 반으로 나눠 집주인과 손님이 나누고, 족장은 돼지 간으로 미래를 점친다. 또한 돼지는 즉석에서 해체하고 요리하는데, 고기에 손을 대는 것은 남자들만 하는 일.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며 조상들과 한 집에서 살아가는 베나족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