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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동 땅의 산수유가 피고 지는 동안, 지리산 토끼봉 아래의 화개천은 천천히 봄꽃 축제의 절정을 준비한다. 화개천을 따라 이어지는 수천 그루의 벚나무가 연분홍빛 꽃망울을 주렁주렁 매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산동의 산수유가 지고, 한두 차례 봄비로 섬진강의 물이 조금씩 불어날 때쯤 마침내 벚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떠뜨려 화개천을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다른 곳의 벚꽃들은 대개 삼 할 이상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인공적인 느낌이 든다. 인공호수에 조성되었거나 혹은 그 배경에 살풍경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거나 아니면 너무 깔끔하게 정비를 해놓아서 정이 좀 덜 간다거나…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화개천 벚꽃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화개천을 따라 십리를 이어진 벚꽃 길 아닌가. 오래된 벚나무들이 십리를 이어가며 분홍 폭죽을 터뜨리듯 일제히 연분홍 꽃을 피웠으니, 그 화사함은 그저 절경이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을 찾기 힘들다. 화개천 벚꽃은 화개천이 섬진강과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시작된다. 겨울에도 꽃이 피는 따듯한 곳이라 하여 화개(花開)라는 이름을 얻은 곳, 예전에는 전국의 5대장의 하나로 꼽혔던 왁자했던 곳 그리고 최근에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접경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마치 동서 화합의 상징인 양 추어올려지는 곳. 그러나 지금의 화개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화개장터의 명성이 아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왁자지껄했던 화개장터의 모습은 아직도 김동리의 소설 ‘역마’ 속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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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내려온 화전민과 등짐장수인 황아장수그리고 포구로 들어오는 해산물 배와 막걸리, 육자배기에 남사당, 여사당패의 풍물까지… 과연 복작복작했던 화개장터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죽거나 없어진다. 그러니 사라지는 것은 곱게 사라지도록 하자. 억지로 옛 문화를 되살린답시고 육자배기 대신 트롯을 틀어 놓고, 남사당 대신 삐에로 분장의 엿장수가 헛춤을 추고, 펄펄 살아 뛰는 물고기 대신 통돼지 바비큐를 굽는 것으로 옛 문화를 되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국적불명의 난장을 만들어 놓으면 자칫 화개(花開)라는 고운 이름마저 더렵혀질지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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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천 일대를 화려하게 뒤덮는다. 이런 무난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배경에 화사한 벚꽃들이 뭉텅뭉텅 줄지어 피어 있어 화개천의 풍경은사람들의 마음을 여지없이 녹여 버리는 것이다.
얇고 여린 연분홍 꽃잎은 살짝 건드려 보기도 미안할 정도로 맑고 청순하다. 그러나 그 꽃잎 가운데 금빛 꽃술은 화사하고 대담해서, 심지어 충동적이거나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벚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치명적 결말을 예감하면서 뿌리칠 수 없는 매혹적인 여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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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 |||||||
하동의 쌍계사는 절 양쪽으로 계곡이 흐른다 하여 쌍계(雙溪)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물길은 계곡이라기보다는 개울에 가까운 정도로 작아, 그 이름이 좀 무색하기는 하다. 하지만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이나 경내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바람만 조금 불어준다면 한여름에도 시원하기 그지없는 맑고 청아한 분위기의 절이다. 쌍계사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바람소리가 들려올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절은 터를 크게 잡은 편은 아니지만 절집들의 크기나 배치가 또렷하고 잘 정제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아늑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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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삼법은 육조 혜능의 두개골을 가지고 귀국하여 삼신산을 두루 돌아다니게 된다. 삼신산(三神山)은 원래 선인(仙人)들이 산다는 중국의전설 속의 산으로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일컫는 말로, 이에 빗대어 우리나라에서도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삼신산이라 부른다. 삼법화상이 이 세 산을 돌아다니며 혜능의 두개골을 봉안할 자리를 찾았는데, 삼법화상이 지리산에 이르자 호랑이가 나타나 길을 안내하여 지금의 쌍계사에 혜능의 두개골을 묻고 옥천사라는 절을 창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달마의 뒤를 이어 선종의 수장 역할을 해온 선사들을 이조, 삼조…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여섯 번째 수장이 바로 육조 혜능이다. 이 혜능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중국 선불교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중국 선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선종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육조 혜능은 현대 동북아 불교의 아버지쯤 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의 두개골을 가져왔다니… 그리고 혜능의 시신은 불교의 관습에 따라 다비식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아 시신 자체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당시에 중국에서 선종이 막 유입되던 시기였으니, 삼법이 혜능의 두개골은 아니더라도 선종과 관련된 어떤 것을 가지고 와서 묻었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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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탑에 떡 하니 보호각을 하나 세워 건물 안에 탑이 들어앉은 꼴이 되어 보기에는 좀 이상하기도 하다. 건물은 옹색한 편인데, 건물 전면에 걸려 있는 현판은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의 글씨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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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감선사 | |||||||
쌍계사에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잘 기억하는 것은 바로 쌍계석문(雙溪石門)이다. 최치원이 지팡이로 각각 ‘쌍계(雙溪)’와 ‘석문(石門)’이라 새겼다고 전해지는 두 개의 바윗돌이다. 이 두 개의 바윗돌은 쌍계사로 들어가는 초입의 양쪽에 버티고 서 있어 눈에 잘 띄기도 하고, 또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쌍계사에서는 그보다는 진감선사의 흔적을 찾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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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감은 상주에 잠시 머물다가 이곳 옥천사로 와서 혜능의 남종선(혜능의 선을 남종선이라 부름) 확산에 힘을 쏟았다. 이때에 이르러 쌍계사도 현재의 가람으로 자리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 절의 이름도 쌍계사로 바뀌었다. 이 범패를 신라 땅에 정착시킨 사람이 바로 진감선사이다.
범패란 전통 불교 음악으로 음의 높낮이인 가락이보다는 음의 길이인 장단이 주가 되는 노래이다. 스님들이 불경을 읽는 독경 소리도 일종의 가벼운 범패 소리라 할 수 있다. 가사도 가락도 장단도 지극히 단조롭지만, 가라앉는 듯한 묵직한 발성과 깊은 울림 그리고 긴 여운으로 장중하고 유려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요즘은 쉽게 듣기 힘들지만 그래도 들어보면 누구나 아~ 하고 무릎을 칠, 그런 소리이다. 보통 절에서 재를 올릴 때 사용하는데, 동네의 작은 절에서는 아직도 일삼아 범패를 틀어놓기도 한다.
맹~덩~~ 시~탁~~, 맹~덩~~ 시~탁~~ 아! 안타깝게도 발성은 참으로 좋은데 발음에는 문제가 있다. 그 집의 상호는 명동세탁이다. 이런 소리를 범패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전문가가 이 글을 읽으면 경을 칠 놈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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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리나라에 범패를 토착화시킨 사람이 진감국사로, 쌍계사 팔영루가 바로 그 진원지이다.진감선사는 이곳에서 많은 범패를 작곡했고 또 많은 범패의 명인들을 배출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쌍계사는 우리나라 불교 음악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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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쌍계사 주변에는 야생차를 재배하는 직접 차를 만드는 작은 다원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우라나라 차 문화의 중시조라 칭송되는 해남 땅의 초의선사도 멀리 이곳 칠불암까지 와서 ‘다신전(茶神傳)’이라는 책을 썼다고 하니, 이곳 하동이 우리 차 문화의 고향임은 부동의 사실이다. 화개 땅에 벚꽃을 보러 갈 때면 재첩국만 먹지 말고, 우리 차 문화의 종손쯤 되는 화개차 한 잔 정도는 마실 일이다. 화개천 벚꽃을 끝으로 초봄 섬진강 여행은 끝을 맺는다. 그러나 섬진강 주변에 볼거리가 어디 이곳들 뿐이고 또 역사의 흔적이나 절절한 사연이 이 정도뿐이겠는가. 아마도 그 긴 섬진강보다도 더 긴 이야기가 줄줄이 풀려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갈 길도 바쁘다. 이제 섬진강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봄의 절정을 찾아 떠나보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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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안내 >
남원에서 구례까지는 19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교차로까지 간 뒤 구례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내려가 바로 좌회전하여 계속 19번 국도를 타면 된다. 이 길을 가다가 화개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이 길이 벚꽃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약 4~5km 정도 들어가면 쌍계사가 있다. 서울에서 약 4시간 30분 정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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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 |||||||
하동읍내에 재첩국을 비롯한 재첩 음식으로 유명한 여여식당(055-884-0080)과 동흥식당(055-884-2257)이 있고 화개장터 건너편의 동백식당(055-883-2439)은 참게탕과 은어회로 유명하다. 또 구례 화엄사 앞으로 가면 한정식으로 유명한 백화회관(061-782-4033/782-0600)과 그 옛날 산채식당(061-782-4439)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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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 | |||||||
일단 쌍계사 앞에 있는 쌍계별장과 청운산장을 권한다. 청운산장은 음식점을 겸하는 집이다. 그러나 두 집을 이용하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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