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정말 좋은가?
금년 6월은 지나치게 덥다. 무더위가 맹렬하니 꼼짝도 하기 싫고 운동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감히 넘어서기 힘든 사차원 같은 벽이라는 뜻이다. 개인의 인기나 특정한 능력이 출중하여 누구도 이기지 못하거나 스포츠 분야에서 단연 발군의 위치에 있는 것을 말한다. 스포츠계를 본다면 한국의 양궁이나 미국의 농구, 그리고 중국의 탁구 실력이 넘사벽일 것이다. 얼마 전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의 탁구선수들이 철옹성 같은 중국의 만리장성에 의미 있는 타격을 가해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유빈, 전지희, 장우진등의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중국선수들을 하나하나 격파해가는 모습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은 스포츠 중에서 탁구는 은근히 매력적인 장점이 많은 경기이다. 가장 실리적인 장점은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탁구는 체력을 함양하여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탁구의 기본자세인 기마 자세는 하체 근력 강화에 탁월하다.
무게2.7g의 작은 공을 다루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민첩하여야 한다. 민첩성의 향상은 빠른 의사 결정과 판단력, 전략적 사고를 키워준다. 그리고 탁구는 고도의 집중력을 키워준다. 상대방 공의 속도와 회전, 스핀 및 궤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 난다. 당연하지만 탁구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강화한다. 탁구는 단식이나 복식으로 경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팀워크를 키우고 스포츠맨십을 촉진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탁구의 장점은 조금은 특이하다. 생활 탁구를 어느 정도 치는 필자의 관점은 탁구는 기본적으로 속임수가 높게 평가받는 조금은 야비한(?) 경기라는 것이다. 서브부터 그렇다. 어떻게 하든지 상대방을 속여야 한다. 긴 공인가? 짧은 공인가? 아니면 빠른 공인가? 느린 공인가? 혹은 뜨는 공인가? 가라 앉는 공인가? 고수는 이 모든 요소를 섞어서 상대방이 파악하지 못하도록 순간적으로 서브를 구사하여 이긴다. 물론 다른 경기도 속임수는 있다. 축구의 페인트 모션이나 헐리우드 액션, 농구의 전략적 반칙(strategy fouls), 권투의 가짜 펀치, 야구의 도루盜壘등은 그래도 젊잖게 보인다.
이처럼 탁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속임수’라는 규범을 합법적으로 공공연하게 구사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평소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관념에 빠진 사람들에게 탁구경기에서 구사하는 속임수는 묘한 쾌감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탁구인들은 이러한 매력에 빠져 대개 중독수준에 있다. 이기고 돌아오면 온 천하를 가진 듯 기분이 최고다. 반면에 지는 날에는 당장에 탁구를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우울하고 기분 나쁘다. 이러한 조울 현상이 몇 년 쌓이면 탁구실력은 향상된다. 특이한 것은 탁구실력은 완만한 곡선형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이라는 것이다. 죽어라고 안 되다 가도 한 3년 지나면 어느 순간 실력이 한 단계 위에 올라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때의 희열은 당장 각 탁구장을 다니면서 도장 깨기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이후에 또 다른 침체기는 약속한 것처럼 찾아온다. 마치 묵묵히 실력을 쌓으며 때를 기다리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 인생과 같다.
탁구는 80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재미있는 생활 스포츠로 시니어 취미활동 중 선호도 1위이다. 탁구는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본인의 체력에 맞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탁구는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 운동으로 손목과 팔, 다리 등 다양한 근육을 사용하여 유연성과 반응속도를 향상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구는 구기 종목 중 부상 위험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순발력이 향상되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탁구는 헬스 같은 순수근육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 말처럼 ‘100m를 달리며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근육과 두뇌를 함께 쓰는 운동이다. 놀라운 것은 탁구를 한 시간 가량 치면, 600칼로리 정도가 소모되는 수영과 복싱을 1시간 한 것과 동일한 운동량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한 건강 저널(Yamasaki,T. 2022)에서는 탁구가 치매예방에 최고라고 하였다. 탁구는 날아오는 공을 제대로 받아치기 위해 짧은 순간에 많은 걸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두뇌회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집중도 하고 몰입하는 활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탁구는 순식간에 움직이는 공을 주시하여야 하기 때문에 동체시력動體視力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동체시력動體視力의 향상은 치매를 예방하는 뇌의 활성화 활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탁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대중친화적인 친근한 운동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슈에 곧잘 동원된다. 냉전체제를 깨기 위해 1971년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한것이나, 1991년 치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이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코리아(As one)’를 보면 참 정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한 시민들이니 지금 당장 그 좋다는 탁구를 치기 위해 탁구장에 등록을 하자. 단, 각 탁구장에는 ‘예쁜 여자만 골라서 치기 없기’라는 계명이 붙어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