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구본일 ~ 탄도 바닷길》 by 박성진 | 박성진 문화평론가 ■ 탄도 바닷길 ■ 구본일 썰물이 조용히 물러난 자리에는 속살 같은 바닷길이 소리 없이 열리면서 바다는 마음을 접고 길 하나 내어준다 발자국 바라보던
박성진 문화평론가
■ 탄도 바닷길
■ 구본일
썰물이 조용히 물러난 자리에는 속살 같은 바닷길이 소리 없이 열리면서 바다는 마음을 접고 길 하나 내어준다
발자국 바라보던 파도가 미소 지으면 바람이 심어놓은 바람개빈 돌아가고 저 멀리 누에섬 등대는 늦은 햇살 등에 진다
하늘과 바다 사이 인생이 그렇듯이 무게를 내려놓고 그 길 또한 명멸하니 탄도길 내 삶의 등불로 회억 속에 길이 되리.
■ 박성진 문화평론
■ 구본일 시인의 「탄도 바닷길」은 짧은 시조 한 편 안에 자연의 풍경과 인간 존재의 시간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경기 안산 탄도항 일대에서 썰물 때 열리는 바닷길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관광지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바다가 길을 내어주는 순간을 통해 인간 삶의 덧없음과 깨달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 초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 > "썰물이 조용히 물러난 자리에는 속살 같은 바닷길이 소리 없이 열리면서 바다는 마음을 접고 길 하나 내어준다"
■ 여기서 "속살 같은 바닷길"이라는 표현은 탁월하다. 바다는 늘 감추고 있던 자신의 속내를 잠시 드러낸다. 썰물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바다가 품고 있던 비밀을 열어 보이는 행위가 된다. 특히 "마음을 접고 길 하나 내어준다"는 구절은 의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바다는 거대한 자연이면서도 한 인간처럼 배려와 양보를 실천하는 존재로 형상화된다.
■ 중장에서는 풍경의 움직임이 살아난다.
■ > "발자국 바라보던 파도가 미소 지으면 바람이 심어놓은 바람개빈 돌아가고 저 멀리 누에섬 등대는 늦은 햇살 등에 진다"
■ 파도는 사람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바람개비는 바람의 손길에 따라 돌아간다.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공간이다. 특히 "등대는 늦은 햇살 등에 진다"는 표현은 시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등대가 단순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석양의 등에 기대어 하루를 마감하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 장면은 하루의 끝, 나아가 인생의 황혼을 연상하게 한다.
■ 종장은 이 시의 핵심이다.
■ > "하늘과 바다 사이 인생이 그렇듯이 무게를 내려놓고 그 길 또한 명멸하니 탄도길 내 삶의 등불로 회억 속에 길이 되리"
■ 앞선 두 연이 풍경의 묘사였다면 종장은 존재의 성찰이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잠시 드러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길은 곧 인간의 삶이다.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지만 결국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다. 시인은 이를 "명멸"이라는 단어로 압축한다. 나타남과 사라짐, 만남과 이별, 젊음과 노년이 모두 그 안에 담겨 있다.
■ 그러나 시는 허무로 끝나지 않는다. 사라지는 길은 기억 속에서 다시 길이 된다. 탄도 바닷길은 시인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결국 인간은 사라지는 존재이지만, 기억과 성찰은 남는다. 그것이 이 작품이 전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다.
■ 구본일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자연 너머의 인간을 본다. 탄도 바닷길은 밀물이 들면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시인의 가슴속에서는 오래도록 남아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이 작품은 바다를 노래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생애를 노래한 시조이며, 자연과 인생이 아름답게 포개진 서정시조의 한 모범이라 할 수 있다.
14댓글 박성진CEO 1, 안녕 나의사랑 나의아저씨 2,동주를 노래하다 3,동주와 함께가는길 시인,칼럼니스트, 여행작가,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문학바탕:글로벌문학상 신문예:탐미문학상 본상 팔로워333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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