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절, 서늘한 공기와 그것보다 따사로운 햇볕과 함께
은반처럼 눈 부신 하얀 설경 위를 걷다보면
마치 이국에 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미끄러지듯, 리듬에 맞춰 걷다보면
레포츠인듯, 힐링인듯 다양한 체험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청양의 청량함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청양 출렁다리'다.
청양에 도착하자마자 북적이는 사람들에 채였다.
유독 인파가 많이 몰린 곳은 sns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알프스 마을.
사실 우리의 목적지도 알프스 마을이었지만 입구부터 4km구간이 정체된 상태였다.
부차적으로 선택하게 된 곳이 바로 출렁다리.
나는 유독 출렁다리에 편견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왠지 효도관광의 선택지 같은 느낌을 유독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그 편견이 확실히 깨졌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때, 곳곳에 비치된 호랑이와 용 상으로
마치 중국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도 느끼게 하며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신비로운 기분도 느껴졌기 때문.
이처럼 편견을 깨는 것에는 직접 다녀오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청양 출렁다리는 2017년 당시 국내 최장 출렁다리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청양의 자랑 청양고추....의 모습을 딴 고추모형의 탑이 16m로 크고 거대하게 그 모습을 자랑하고,
또한 그 길다란 다리가 천장호수를 가로지르기까지 한다.
약간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이 다리는 유독 특별하다.
다리를 건너며 천장호수 위에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것.
<청양 출렁다리 고추모형 탑, 참 크고 아름답다>
오늘 출동한 가족, 아인과 남편.
그 둘이 참 이쁘게도 포즈를 잡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다운 여행도 못해본 아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언택트 여행지로서 어느곳을 가볼까, 고민하다 선택한 곳이라
왠지 여기가 더 각별한 생각이 든다.
<청양 출렁다리의 길다랗고 거대한 모습>
출렁다리는 정말 말 그대로 출렁거린다.
아인도 "아빠, 엄마, 여기 흔들흔들거려"라고 제법 말을 건낸다.
오랜만에 나와 기분이 상쾌해진터라 한껏 목청을 높인다.
꽁꽁언 천장호 위를 이채롭게 수놓고 있는 출렁다리와 사람들.
왠지모르게 중국에 온 느낌도 받는다.
중국에 갔을때 고추모형이나 동상같은게 많았기 때문일까.
더 중국에 여행온 것 같은 요소들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더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천장호에는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출렁다리 끝에 커다란 동상이 산 등성이 곳곳을 지키고 있다.
전설을 한번 톺아보면, 머나만 옛날 이 곳에 살던 아이가 몸이 아파 의원을 찾아가야 하는데
냇물에 큰 물이 흘러 건널 수가 없게 되자
이 곳에서 승천을 기다리던 황룡이 승천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게 하여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와...정말 무척이나 감동스러운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용은 무척 인격적이고 신비로운 동물로 해석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호랑이도 한 결을 더 한다.
황룡과 아이의 모습을 본 칠갑산 호랑이가 감명을 받아 영물이 되어 이 곳 주민들을
보살펴 왔다는 전설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
이러한 전설이 깃들여진 천장호는 칠갑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곳을 통해서도 칠갑산으로 등반하는 길이 놓여져 있다.
천장호 동쪽으로 뻗어 내린 칠갑산 자락 끝은 무척 아름다워 산책하기도 그만이다.
청양명승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고.
칠갑산 정상으로 연결된 등산로는 천장호와 출렁다리, 우거진 숲과 아기자기한 계곡들을 감상하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수 있다고 한다.
천장호 주변으로 산책 데크가 길게 놓여져 있어 등산이 아니더라도
한껏 천장호와 출렁다리의 요묘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1박 2일에 티비프로그램에서 나와서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전국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아이와 함께 걷다보니 땀이 뻘뻘난다.
추운 겨울인데도 걷는 거리가 꽤 되다보니
땀이 날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아인이 찡찡댄다.
"아빠 다리아파!"
아빠는 어쩔줄을 몰라하다 아인을 들춰업고 걷는다.
확실히 무리수다.
꽤 무거워진 아인을 남편은 오래 안고 가지 못한다.
이제 아인을 설득시키는 일만 남았다.
"빨리 안걸으면 저 뒤에 용이랑 호랑이가 쫓아온대!"
엄마의 말을 그대로 듣고 놀란 아인은 달리기 시작한다.
확실히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에는 동화나 이야기만한 것이 없다.
출렁다리엔 다리와 천장호 뿐만 아니라
곳곳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들이 상재하고 있다.
누군가 정성을 다해 쌓아올린 돌탑의 정겨운 모습이라던가.
겨울연가가 생각나는 꽁꽁언 호수 위에 드리워진 겨울 나뭇가지들.
지난 가을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들이 그대로 얼어
얼음속에서 하나의 그림처럼 장식된 모습들.
적막하고 삭막하다 느껴지는 모습일지라도 이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특히 천장호에서 겨울나기를 하는 오리들이 얼음 위에서 쉬고있는 모습은
상쾌함과 유쾌함까지 더해주는 풍경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리들의 모습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인에게 이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괜히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아인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말한다.
"엄마 새들이 저렇게 모여있어. 가족인가봐"
"그래. 우리 가족처럼 오리들도 가족인가봐. 같이 있어서 좋겠다"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는 아인.
그 표정에서 많이 걸어 아픈 다리의 통증도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