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농민신문 공동기획] 암,지피지기면 백전백승 (11)육종암
기고 - 강현귀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장
뼈암·근육암으로 불리며 아동·60대 이상 환자 많아
무릎관절·골반·어깨에 흔히 발생 증상 거의 없다가 진행되면 멍울 급격히 커지고 통증 느껴져
암 제거하되 팔다리 기능 살리는 ‘사지구제술’로 치료할 수 있어
흔히 뼈암 또는 근육암이라고 불리는 육종암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질환이다. 다른 암에 비해 발생빈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다. 육종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1% 내외에 불과하다. 희귀암이다보니 종종 막연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느 암처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만 잘 받는다면 충분히 완치 가능하다.
◆ 육종암이란?=폐나 위 같은 장기에서와 같이 뼈·근육 등 근골격계 조직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암을 통틀어 ‘육종’ 또는 ‘육종암’이라고 한다. 육종암은 크게 뼈에 생기는 골육종과 근육·신경·혈관·지방·섬유조직 등 연부조직에 발생하는 연부조직육종으로 나뉜다. 골종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관절 주위다. 그 다음으로 골반과 어깨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연부조직육종의 경우 절반가량이 팔다리에 나타난다.
◆ 왜 발생하나?=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 방사선이나 독성물질 노출, 바이러스 감염 등이 드물게나마 영향을 끼친다고 추정할 따름이다. 직업 특성상 방사선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인이나 암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쐰 사람은 골종양에 걸릴 위험이 크고, 제초제 등 독성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경우 연부조직육종 발생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다른 암과 달리 흡연과 음주는 발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원인이 불분명하므로 현재로선 이렇다 할 예방법도 알려져 있지 않다.
◆ 누가 잘 걸리나?=남녀노소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그중에서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 또는 60대 이상의 환자가 많다. 아동·청소년기는 몸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뼈 세포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60대 이상 환자가 많은 까닭은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노화 때문이다.
한편 근골격계를 자주 사용하면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근골격계는 무리하지 않는 이상 사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강해진다.
◆ 증상은?=골육종은 증상이 거의 없다. 실제로 환자 대부분이 골절·외상·퇴행성질환 등을 치료하다 우연히 발견한다. 물론 골육종이 상당히 진행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해당 부위가 부어오르기도 한다. 연부조직육종의 대표적인 증상은 멍울이다. 단순히 근육이 뭉친 경우나 인대 파열 또는 피가 한곳에 몰렸을 때도 멍울이 느껴진다. 그러나 비대칭(양쪽이 아닌 한쪽에만 생긴 것)이거나 이전에는 조그맣다가 갑자기 커진 멍울은 연부조직육종이 원인일 수 있다. 연부조직육종은 처음엔 아프지 않지만 신경과 혈관을 압박할 만큼 자라나면 통증이 느껴진다.
◆ 육종암이 의심된다면?=앞서 말했듯이 육종암, 특히 골육종은 다른 일로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골절이 의심돼 단순 방사선 촬영(X-ray)을 했는데 골육종 소견이 보여지는 것. 이럴 경우 골종양을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의사를 찾는 게 좋다. 육종암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수술을 했다간 암세포가 몸 여기저기로 퍼져나갈 수 있다.
◆ 치료법은?=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당 부위를 절단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절단까지 시행하는 사례는 5% 이하다. 대부분 암은 제거하되 팔·다리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사지구제술’이 적용된다.
사지구제술은 먼저 암이 퍼진 부위를 절제하고 이로 인해 결손된 뼈와 연부조직을 재건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재건 과정에는 주로 금속재질의 인공관절이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기존의 골격과 비슷한 인공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환자 상황에 맞춰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강현귀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장은…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분야는 근골격계 종양·육종암·골전이암이다. 현재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장이면서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사진=김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