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LG화학의 석유화학사업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LG화학은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할 때 두루 쓰이는 스티렌모노머(SM) 공장 1개 라인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이번 달에 또 1개 라인을 중단하기로 밝혔습니다.
SM은 합성수지(ABS) 합성고무(SBR) 제조에 쓰이는 필수원료인데,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공장을 증설하자 공급과잉으로 수지타산이 안 맞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오죽하면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사 오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상황입니다.
또 LG화학은 시멘트·세제(EO)와 폴리에스테르 섬유·필름·부동액(EG) 등의 생산도 접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중국의 저가 공습에 버티지 못한 것인데, 같은 이유로 동종 업계에 있는 롯데케미칼 역시 중국의 공습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중국 EO 생산공장 지분을 중국 기업에 팔게 된 것이죠.
이처럼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손실이 나는 상황이기에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려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합성수지 중 하나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충북 청주·오창의 정보기술(IT) 필름 공장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LG화학은 이번에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지분의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LG화학 측은 물적분할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습니다.
결정은 안됐으나, 검토 중이라는 것을 보면 물적분할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납사를 고온에서 분해하여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입니다.
NCC 역시 중국발 저가 공습에 버티지 못하고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또 유가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도 있지만, 문제는 유가가 내리더라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으로 인한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LG화학의 경영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석유화학부문이 안 좋은 것을 분명히 체감하고 있었을텐데, 왜 2021년에 2조원을 들여서 여수 NCC 2공장을 증설했냐는 것입니다.
무너져가는 사업부를 매각한다면 회사는 적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대로 공장을 증설한 상황에서 역풍을 맞고 있기에 사업부를 팔더라도 달가운 시선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여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은 LG화학 주주들에게 금지어나 다름 없는데, 또 LG화학이 이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에 주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NCC 사업부를 인수 물망에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가 오르고 있습니다.
매각 규모는 대략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