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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역사거리 여행은 뒷골목 마실 나가 듯 천천히 걸으면 된다. |
70~80년대 군산의 거리, 동네는 일제 강점기의 모습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지우고 싶은 역사의 기억이지만 당장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 모자란 탓에 그 곳이 삶의 장소였다.
개발의 물결이 밀려와 이제 군산의 기억을 떠 올릴만한 장소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고맙게도 아픈 그리고 가난의 냄새가 진동했던 거리는 외지인들의 간섭이 넘쳐나고 있다. 매우 유쾌한 간섭이며 참견이다.
▲선유도 해수욕장 |
◆가장 군산다운 곳
근대 군산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거리에 접어들긴 전 잠시 들려야 할 곳이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지금은 어린아이들과 학생들, 가족들이 많이 찾는 군산 명소가 됐지만 이곳의 과거를 안다면 결코 낭만적인 곳 만은 아니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거주민들이 매일같이 지나가는 기차운행의 위험과 소음을 감수하고 살아가던 장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군산다운 장소라 할 수 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한 장면, 주인공의 데이트 코스로 잠깐 나오는 이곳은 지금의 상점들이 들어서기 직전으로 당시 거주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근대 군산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거리에 접어들긴 전 잠시 들려야 할 곳이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
군산이 좋은 이유는 여기서 명확해 진다.
가난하고 감추고 싶었던 장소를 남겨두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찾고 싶은 여행지는 이런 곳이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기억의 수첩을 다시 꺼내드는 곳이며 다른 세대들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 군산이다.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몸에 나빠 불량이 아닌 하나의 고유명사 또는 브랜드명처럼 인식돼 있는 ‘불량식품’이 즐비하다. 퀄리티로만 놓고 보면 이제 왠만한 웰빙 간식 못지않다.
연인끼리는 추억의 사진을 남기며 아이들은 집에서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국자’ 태워 먹기 일수 인 ‘달로나’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기찻길이 주는 알 수 없는 낭만은 세대를 구분치 않고 느끼는 모양이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입구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기차 모형이 세워져 있고 세련된 현대식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곳보다. 골목길이 시작되는 반대편 쪽으로의 시작을 권한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한 장면, 주인공의 데이트 코스로 잠깐 나오는 이곳은 지금의 상점들이 들어서기 직전으로 당시 거주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초원사진관'은 그런 곳이다
근대 군산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군산 항쟁관을 거쳐야 한다.
크지 않은 박물관이지만 군산인의 항일 운동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다. 이어 일본식 가옥을 흉내 낸 곳은 일본식 작은 정원도 꾸며 놨다.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가건물로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군산 항쟁관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군산에는 외지인들의 유입이 유난히 많았다.
중·일전쟁과 일제강점기 등 역사의 주요 순간마다 군산은 이른바 거점지역으로 활용도가 높았다. 이유는 쌀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군산의 활용도가 사라지면 외지인들은 떠난다.
좋은 것은 수탈하고 빼앗긴 역사다. 수탈자들이 거주했던 집이나 건물들이 유난히 군산에 많은 것 또한 이같은 이유다.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가건물로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
군산 신흥동은 일제강점기 군산 유지들이 거주하던 부유층 거주지역으로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일본식 가옥이 가장 유명하다.
흥행 영화로 인해 유명세를 탔지만 그보다 일본식 전통 가옥이라는 측면에서 관람하는 게 좋다. 대문 입구부터 정원, 다다미방, 실내 구조 등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수탈자들의 부귀영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군산 신흥동은 일제강점기 군산 유지들이 거주하던 부유층 거주지역으로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일본식 가옥이 가장 유명하다. |
최근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이유로 이곳 주변에는 레트로 감성 충만한 악세서리, 게스트하우스, 사진관,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충 둘러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울 만큼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이유로 이곳 주변에는 레트로 감성 충만한 악세서리, 게스트하우스, 사진관,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
근대역사거리 여행은 뒷골목 마실 나가 듯 천천히 걸으면 된다.
힘들면 잠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면 되고 더우면 진짜 팥으로 만든 빙수도 한 스푼도 좋겠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처럼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는 아니라도 일제 강점기 당시의 냄새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담벼락, 2층 집, 작은문 등 자연스러운 역사의 모습을 남겨 놓고 있다.
골목을 걷다보면 물건을 팔 것 같지 않은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명신슈퍼다.
오래된 듯 아닌 듯,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그 모습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가게’다. 날도 더운데 다리에 쩍쩍 달라붙는 장판에 기울어진 평상에서 ‘하드’라도 하나 먹고 싶은 마음이다.
▲오래된 듯 아닌 듯,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그 모습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가게’다. 날도 더운데 다리에 쩍쩍 달라붙는 장판에 기울어진 평상에서 ‘하드’라도 하나 먹고 싶은 마음이다. |
그렇게 크고 작은 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군산여행지 중 선유도를 제외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나온다. 초원사진관이다.
한석규, 심은하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해서 그런지 아니면 작품성이 뛰어나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영화에서 담고 있는 ‘추억과 기억’이라는 메시지가 여행객들을 이곳 초원사진관으로 불러 모은다.
▲군산여행지 중 선유도를 제외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나온다. 초원사진관이다. |
영화 촬영팀과 배우 그리고 관계자들은 촬영당시 이곳이 사람들의 기억의 장소로 남겨질지 몰랐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치열한 일을 공간이었으며 그마저도 며칠, 몇 개월 머물다 떠날 장소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실제 사용된 자동차 |
초원사진관은 그런 곳이다. 누구에게는 잠시 머문 공간이지만 누구에게는 또 다른 추억과 기억을 만드는 곳이다. 머무는 시간이 5분이건 1시간이건 모두 다르지만 누구나 한번은 오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떠나는 곳이다. 우리네 인생 같다.
▲초원사진관이 있는 골목은 영화의 거리로 조성돼 있다. |
◆군산은 '바다'다
많은 이들이 군산의 바다를 모른다. 군산항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군산의 바다는 망각한다. 변산, 채석강 등이 있음에도 군산의 바다를 모른다. 군산은 무엇보다 ‘바다’다.
▲군산 시내에서 새만금방조제 길을 따라 선유도에 도착하면 우뚝솟은 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망대 아닌 짚라인이다. |
군산 시내에서 새만금방조제 길을 따라 선유도에 도착하면 우뚝솟은 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망대 아닌 짚라인이다. 옛 군산과 전북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선유도에 간다하면 뭐 볼 것 없다고 투덜댄다. 짚라인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고향 사람들에게 군산의 바닷바람은 채석강 내지는 변산이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유도 짚라인은 국내 바다 위 최장길이인 길이 700M, 높이 45M로 해수욕장을 발 아래에 두고 즐기는 맛이 일품이다. 선유도 해수욕장이 여름에 좋다면 짚라인은 바람 부는 동절기를 추천하다. 찬바람을 맞으며 상공을 나는 맛은 마음까지 시원해 진다.
▲선유도 짚라인을 타고 있는 여행객 |
역사여행, 근현대 거리, 일제 강점기 등 자칫 무거운 주제의 군산여행은 선유도의 짚라인으로 반전을 이룬다. 가성비도 좋다. 이만한 길이의 짚라인을 2만원대로 즐긴다는 건 군산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이다.
수도권에서 군산을 가려면 자가용 이용 시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KTX를 이용할 경우 익산역에서 내려 이동하면 된다.
▲군산의 또 다른 명소 은파유원지 |
남쪽에서 군산으로 향하는 여행자는 행운아다.
목포를 비롯해 경남지역에서 군산으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22번 국도를 추천한다. 법성포를 거쳐 군산으로 이어져 있는 22번 국도는 육지의 절경, 벌판의 절경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알려준다. 특히 곧 다가올 황금빛의 평야는 군산 여행의 덤이다.
▲군산의 또 다른 명소 은파유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