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4. 16:40
가장 촌스러운 여행을 준비해 봤는데 이 눔의 모기는 우찌그리 손님들만 찾는지, 여러 날 뿌린 장마비에 잠자리는 눅눅하고, 잠시 틈을 낸 햇빛은 너무 뜨거워 야외활동을 불가능으로 몰아가니, 다녀 가신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마련한 술과 안주가 남았으니 지나가다 들르시면 주안상을 내어오겠습니다.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런 겁니다.
어스름 저녁 바닷바람이 가슴의 응어리까지 쓸어가는 걸 느끼며 해변가를 걷습니다. 노을이 최상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어느 한 곳이라도 붉어지면 수줍은 내 여린마음이 돌아옴을 느낍니다. 달무리 주위로 총총 빛을 내는 별을 보면서 자네 한잔 나 한잔 건네며 거두어지지 않는 욕심을 내려 놓자, 인생 뭐 있나 오늘 하루가 즐거우면 되지 않겠나 다짐합니다. 인생사 모두가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됨을 알기에, 그를 다스려 지금 사는 이 생을 천국으로 만들어 사는 것이 지혜임을 알기에, 우리는 다짐하며 다시 확인합니다.
이른 아침 주위 사물들이 다시 보여질 때면 땅 위를 기어다니는 작은 생명들이 나타나고, 곧 이어 갈매기가 날아다니면 맞은 편 항구의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꺼져 갑니다. 주섬주섬 어질러진 물건들을 챙기고 우리는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상들을 시작하려 뿔뿔이 흩어집니다. 자연 속에서 살기를 자처하고 시골로 내려와 그 속에 묻혀사니 이 세상 어떤 문화보다도 고귀한 문화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극장이 없어도, 대형마트가 없어도, 변변한 병원 하나 없어도 밭에서 노동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허기지면 맵지 않은 오이고추 몇 개로 참을 때우며, 고추잠자리 군무를 즐기곤합니다.
자연은 생명의 터전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건강을 나누어 줍니다. 남은 생 팔팔하게 마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커져 갑니다. 오늘도 저는 거칠지만 순수해 질 수 있는 정겨운 산하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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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분, 그분의 진심이 전해졌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