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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 이후 한참이 되었고, 9월도 코앞인 8월도 하순에 접어 드는 이 즈음에,
오늘(일요일)도 장대비의 간간한 쏟아짐과 더불어 호우주의보라고 하니
올해는 참으로 비가 흔한 한 해였다라고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일까? 현재의 길나섬은 본격적인 가을 걷기 시즌 이전에
비의 휴지기 틈을 이용한 길나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 제목에 아직도 ‘틈새’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붙이고 있다.
정말로 작년과 다르게 길 중간중간에 초록색 이끼를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주말 일기 예보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금요일이나 되어서야
주말 걷기 일정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요즘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 빨리 걷자라는 기준으로 어제인 토요일로 정하였다.
일요일엔 오후 늦게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나름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서 약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오늘 내리는 비를 보니 토요일에 걷기를 잘 했던 것 같다.
그 다음 할 일은 구간 결정이다.
보통 적어도 길나섬 하루나 이틀 전에 정하였는데,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새벽에 첫발을 떼면서 정했다.
지난 주 가양대교를 건너면서 광진교 비교 대상으로 광진교 이야기를 했으니
광진교가 포함되어 있는 3구간(고덕산-일자산)으로 정했다.
한국의 대척점이 남미 아르헨티나 앞 어느 해상이라고 하니
만일 서울 가양대교와 봉산/앵봉산의 7구간의 대척점을 구지 따지면
대략 광진교와 3구간이 들어 맞을 것 같다.
또한 한 달전쯤 폭염 한 가운데에 3구간 둘레길 길나섬에
블랙다운된 적이 있었다. 원래 얕보다가 당한다.
난이도만 생각하고 별 준비 없이 고덕역에서 출발했다가
수서역에서 급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복구차원에서 3구간이 좋을 듯 하였다.
보통 3구간이 거리는 길지만 평이하여 2구간 또는 4구간을 포함시키는데
이번에는 4구간을 고려하였고, 전체 구간을 포함 시키면 총 44km가 된다.
컨디션을 보아서 진행하기로 하고 거리가 길어서 물 한병을 추가로 베낭에 넣었다.
둘레길을 혼자 걸으면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삶, 가족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업무 등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목적지만 생각하고 움직이면 걷기는 그냥 단순한 ‘이동’이 되지만,
걸으면서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여정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단순 ‘이동’ 목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길나섬에는 둘레길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하니
이 둘레길도 시간에 따라 현재의 모습도 계속 조금씩 변할 것이다.
처음의 모습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환경도 변하고 활용 방식도 변할 것이다.
특히나 둘레길은 아웃도어 특성상 시설물이 점차로 노화될 수 밖에 없고
그 긴 거리의 길 위에는 다양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집도 생기고, 건물도 생기고, 새로운 길도 뚫리고 그리고 막히기도 하고
어쩌면 어느 산에은 개발 바람이 불어서 통째로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정대를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이고, 아카데미 회원을 활용하여
시설물 모니터링도 진행되고, 카페를 통해서 다양한 유지보수에 대한 정보를
게더링 하는 등 에코시스템은 구축되어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예산만 붓는 비용 발생형 구조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사실 둘레길에서 어떤 수익 모델은 찾는 것이 쉽지 없다.
제주도 올레길을 봐도 그리고 외국의 trail을 봐도
따로 입장료를 받는 곳이 없을 것이다 (100% 확인은 못하겠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있는 훌륭한 자원이 있으면서도
상품화에 대한 감각이 조금 무딘 것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는 문 밖에 거적을 깔고 집에서 쓰는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야드 세일이 횡행하고, 동네 버스 및 지하철 노선도도티셔츠의 컨텐츠로 만들어서 파는데,
우리는 좋은 것을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울 둘레길 지도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 머그, 열쇠고리, 마그네크도 좋고
둘레길의 랜드마크가 되는 vista point (사진 포인트)에서 찍은 풍광 좋은 사진도 좋을 듯싶다.
나라면 둘레길 지도가 있는 티셔츠는 좀 비싸더라도 꼭 사서 입을 것 같다.
암튼 그런 비즈를 통해서 지속적인 유지보수의 자원을 확보 해서
둘레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며 걸었다.
어제 걸은 국간인 3구간과 4-1(대모산-구룡산-양재 시민의 숲) 구간은
이미 익히 많이 알려진 구간이고
특히 3구간은 난이도 하에 해당되는 구간이다.
그런데 어제 산행은 헛점을 찔린 쉽지 않은 터프한 길나섬이었다.
어렵다는 의미에는 다양성이 있는데
어제의 어려움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정서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물과 관련된 것이다.
토요일 새벽에 비가 왔는지, 아니면 금요일에 내린 비 때문인지
내가 거쳐 가야 할 구간의 길은 온통 비의 후유증을 앓는 길이었다.
수풀, 물웅덩이, 진창 등등…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등 둘레길의 로얄 코스는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구간인 반면
고덕, 일자 및 대모산은 모두 흙산이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고 이런 날이 지속되고 진창이 된다.
어제의 길나섬에도 길 중간에 단순 물엉덩이 뿐 아니라
거의 진창 (또는 머드) 수준에 이른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나마 몇 군데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썩은 나뭇가지라도 얹어 두어서
그것을 발판 삼아 건너 뛸 수 있었다.
또한 둘레길 자체가 물이 흐르는 물길이 된 곳이 있었다.
이런 곳들을 지나자면 자연히 신발 안에 물이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수풀과 잡초.
구간 전체적으로 풍부한 여름 비 덕분에 훌쩍 자란 잡초와 수풀들 때문에
길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한강코스를 따라 암사문화유적지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그곳을 지나 고덕산으로 가자면, 3개의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다리 하단에는 모두 흥건히 고인 물웅덩이였다.
또한 88도로 바로 옆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
수자원공사를 지나 고덕산으로 오르는 길은 워낙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이라서
길 옆의 수풀이 크게 자라 길이 매우 협소하게 되었다.
물웅덩이가 가장 심한 곳이 바로 대모산 능인선원 뒤편이었다.
이런 물웅덩이를 만나면 마치 철조망 통과 이론처럼 우회통과가 가장 좋은 방법이나,
물 웅덩이가 길 전체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물컹하는 진창을 밟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진창이 몇 개가 계속 된다.
작년과 올 전반기 가뭄 시즌에 먼지만 풀풀 날리던 길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까?
또한 이제는 도랑이 되어 있는 물이 흐르는 길도 대모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터프에 대한 또 따른 이유가 있는데,
여태 그 많은 둘레길 길나섬에 한번도 없던
넘어지는 일이 두 번씩이나 발생하였다.
한번은 일자산 둔굴에서 내려가는 계단길에서 미끈덩하여 엉덩방아를 찧었다.
또 다른 한번은 대모산에서 발생하였는데,
사선 방향으로 놓여있는 바위에서 미끈덩했다.
다행히 브레이크를 급히 잡아서 무사했는데,,
두 경우 모두 미끄러운 바위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신발을 조사해보니, 바닥이 많이 마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성내천을 걷는데 오른쪽 엄지 발톱 아래가 쓸리고 아파서 확인해보니
피부가 까져 있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래도 덥지 않은 날씨 때문에 좀더 진도를 뺄 수 있었는데
양재를 통과할 즈음에 어떻게 알았는지 옆지기에서 전화가 와서는,
양재 코스트코에 들려서 뭐 사오라는 오더를 받았다.
암튼 귀신 같다.
양재천에는 수량이 풍부해져서, 전반적으로 생동감이 들고 있었다.
물 속에는 작은 물고기로 가득했고, 오리들은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집부터 탐방로 거점 (광나루역) 까지 걸어서 이동을 포함하여
토요 길나섬을 통해서 걸은 거리는 총 41킬로 (순수 둘레길은 36.4킬로)였다.
체감적으로 환경적으로 걷기 좋은 시즌이 도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미 하지를 지난 시점도 한참 되었는지
새벽길이 어두워서 출발 시간을 좀 늦추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또 하나의 즐거운 ‘여정’을 마무리 해본다………..###
[잠실철교 건너편에서 바라본 잠실쪽]
[광진둘레길의 일부인 한강길]
[광진교 위 쉼터]
[8월에도 광진교 위에는 공연이 이어지고…]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인증센터 안내문]
[암사동 유적지 입구]
[고덕입구 수자원 공사 가는 길]
[88올림픽도로 옆에서… 한강쪽, 건너편을 구리시]
[고덕산 내려와서 농토길, 둘레길 = 물길]
[공사 중인 샘터 근린 공원, 둘레길 올라가는 길에는 차단줄]
[높낮이가 다르게 이어진 피크닉 테이블]
[일자산 오르는 길]
[일자산에서 바라보는 하남]
[누운 소나무 위로 이어지는 이끼]
[일자산 공동묘지, 잡초가 무성하여 무덤은 보이지도 않고..]
[늘 들리는 일자산 쉼터]
[방이 생태공원 앞 노면 - 물웅덩이]
[성내천 잡초]
[성내천 중간의 어린이 물놀이터]
[물씬 가을의 느낌이 들고..]
[가든 파이브 직전의 인도교 공사로, 다리 공사 전에서 징검다리 건너기 필수]
[공사 중인 장지교]
[대모산 쌍봉 약수터 직전, 멀리에 있는 분리된 안내판]
[초록색 이끼 세상]
[대모산 계곡에 흐르는 물]
[대모산 유아숲]]
[운동 중인….]
[구룡산의 계곡 물]
[능인선원 뒤… 둘레길 = 물길]
[내곡동 구룡산 입구에서… 땅위에 구르는 밤송이]
[내곡동 마을]
[이 육교에서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었는데…]
[양재천 및 물고기를 잡아 먹느라 여념 없는 오리들]
[양재천변 코스모스]
[오늘의 마무리 지점.. 우면산로 가시는 베낭 맨 여자분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첫댓글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비가 정말 많이도 왔군요.
해가 지고 어둑 어둑 어두어가는 장면이 멋진데요!
매번 시리즈로 올려주는 글과 사진에 어느새 중독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에그 별 말씀이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올려 주시는 원정대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진을 올리시는데 감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원정대에 참여하지 않아도, 사진만 봐도 전체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도 참석하고 싶지만, 온전히 13주 주말을 빼기 어려워서 아직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나중에 그럴 여유가 될 때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