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아마 너무 재미있어 삼국지 만큼 여러번 읽고, 빵세와 비교되었던 책
추석 명절동안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심판을 읽으면서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환 해 보았다.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내용이지만 운명과 전생, 환생을 한번쯤 생각 해 보면 어떨까?
라파엘, 가브리엘, 미가엘 등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지상으로 내려오던 신과, 기발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감성이라고는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 놀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인간의 영혼을 유혹해서 지옥으로 보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신은 인간이 사는 동안 방황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착한 존재이기에 죄악의 충동에 쫓기어도 결코 올바른 길을 잊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어쩜 괴테 자신일지도 모를 철학, 법학, 의학, 신학자인 파우스트를 내기의 대상으로 선택한다. 신은 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을 견디어 내는지 시험하기로 합의한다.
파우스트 박사는 오랜 세월 학문 연구에 전념하여, 모든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처럼 많은 지식에서도 만족을 얻을 수 없음에 절망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지식의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한계를 알아차리고 차라리 지식에서 보다는 세속의 향락에서 만족을 얻어 보려고 타락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자 자포자기한 나머지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나 또한 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적 소질이 많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선배를 교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 선배 역시 파우스트를 무척 좋아 해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가정적 어려움에 신학 대학으로 진학 전도사 생활을 하다가 자포자기한 나머지 자살하고 말았다.
악마의 유혹이라도 받아보지 등...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막 시작한 대학 1년을 엄청 힘들게 보내게 된다.
종교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속에서 갈등 하면서 "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
도서관 4층과 5층을 오르내리며 알바까지 신청 헤매었지만 아무것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상살면서 악마와 손잡아 보고 싶은 순간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의 기도 제목은 항상 "주여!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였다
각색하고 "심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이다.
첫 희곡 "인간"은 통상적인 희곡의 형식을 따르지 않아 소설로도 희곡으로도 읽혔다.
"심판"은 페암 수술 중 사망한 판사 아나톨 피숑이 천국에 도착해 천상 법정에서 다음 여정을 위한
심판을 받는 내용이다.
베르베르의 작품에서 유머는 주제와 상황의 무게로 발생하는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쓰이는 필수 장치다.
"죽음"의 주인공 가브리엘은 떠돌이 영혼 신세인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할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손자에게 시종일관 농담을 건넨다.
<좋은 책은 결국 한마디 멋진 농담 같은거 아니겠니>
"개미"와"고양이"의 눈에 비친 덩치 큰 포유류 인간, 떠돌이 영혼들과 천사들이 내려다보는 현생의 육신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는 순간 헛웃음이 나온다.
죽어서도 손에 끼었던 반지에 집착하고, 상속세 때문에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심판"의 주인공 아나톨은 우리의 자화싱이 아닌가.
"심판"은 만성적인 의료계 인력부족, 교육개혁, 법조계 부패같은 프랑스 사회의 문제를 건드리고, 결혼제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위트있게 지적하기도 한다.
지상과는 다른 가치 체계와 도덕 규법이 작동하는 천상법정의 떠들석한 "심판"을 구경하다 보면
지상으로 환생해서 또 다른 인생을 선택해서 살아볼까?
아님 조건이 있긴 하지만 천상에서 살찌
어떤 것을 선택할까?
지상 또는 천상~
첫댓글 한동안 ~~ 개미를 바라보며 나의 존재를 알까~~?? 궁금해 졌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존재가 있어 나를 바라 보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개미처럼""
글은 쓰는 사람에 따라
한없이 가벼워 지기도 하고 한없이 무거워 지기도 한다~
빅벨님 글을 읽으며 삶을 먼저 살아낸 선배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으로 청춘을 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아직도 견뎌내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더불어 내가 너무 책을 멀리하고 살았구나 라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이제 이 가을에는 몇권의 책이라도 읽으며 잘 살아내야 겠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촌놈이 서울 상경하니 마음이 뒤숭숭해서
안정이 안되네요.
빨리 거제로 가야지~ㅎ
코로나로 힘들텐데, 파이팅 하십시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읽어보지 못한 책들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 이해력이 넓어졌으려나..........
빅벨님의 독후감 읽고 나니
도전해 보고 싶네요.
찬찬히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저도 집에 파우스트 책이 없어 컨닝 조금
했습니다.
"심판"책이 필요하시면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