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9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덕분에좋은세상
수상자: 경기 중흥중학교 3학년 문*원
참가도서: <세상에 이런 국경>
결과물 종류: 서평
‘세상에 이런 국경’을 읽고
국경은 국가 간의 경계를 뜻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산과 강 등 자연을 경계로 국경이 자연스레 결정되었다면, 현대로 접어들며 문화, 정치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여 국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나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형태의 국경에 대해 배웠고, 특히 우리나라가 DMZ라는 독특한 국경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책에 더욱 끌렸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의 국경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여름 방학에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로 여행을 떠났다. 그 중 아르메니아에서 신기한 정보를 듣게 되었는데, 이는 아르메니아에서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찾아보니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영토 분쟁을 오랫동안 하고 있고, 현재는 휴전 상태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분쟁 지역의 이름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다른 명칭으로는 아르차흐 공화국이라고 하는 지역이다. 아르메니아인이 많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 비율은 80%가 넘는, 아르메니아 문화권의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인데, 이는 소련 시절 이 지역이 아제르바이잔 자치주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그 결정 하나 때문에 최근 (2020년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까지도 분쟁이 이어지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다. 더불어 한국이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했던 것처럼 아르차흐 공화국의 아르메니아인들이 소수의 아제르바이잔인들에게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동정심도 느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전쟁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작정 힘으로 붙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베를린 장벽의 이야기다. 베를린 장벽은 동서베를린을 서로 떼어놓았던 장벽으로 냉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으로 독일 통일이 촉발되었고 이는 궁극적인 냉전의 종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내가 역사 시간에 익히 배워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이어지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장벽을 따라서 비무장지대와 비슷한 영역이 존재했는데,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생태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 연방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그 영역을 '그뤼네스반트' 즉 그린벨트로 탈바꿈했다. 그뤼네스반트에는 오늘날 5000종이 넘는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냉전 시대의 상징이 생태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은 최고의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을 갈라놓는 비무장지대인 DMZ에는 4873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DMZ는 그뤼네스반트보다 훨씬 그 크기가 작으나 서식종의 종류는 거의 맞먹으니 새삼 DMZ의 높은 생태적 가치를 실감했다. 또한 언젠가 이루어질 평화 통일의 과정에서 DMZ를 그뤼네스반트 같이 탈바꿈해 그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국경은 양날의 검이다.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직선으로 그어진 아프리카의 국경이나, 인도-파키스탄의 국경 카슈미르 지역은 국경이 분쟁을 일으킨 해로운 경우다. 이처럼 다른 국가나 세력이 인위적으로 국경을 설정했을 경우 국경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국경은 영토의 구분을 확실히 하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인접해 있는 국가들은 국경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는 분명 국경의 이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질문은 '굳이 실질적인 국경이 필요한가?' 였다. EU, 유럽 연합은 국경이 존재하되 EU 가입국들 간의 세관 검사 등을 없앴다. 즉 내가 다른 EU 국가로 넘어갈 때 아무도 지연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럽 연합은 EU 그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국가처럼 생각하고, 가입국들을 연합된 주처럼 생각한다. 그러니 EU 국가들 사이의 국경 분쟁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나는 이런 태도가 매우 평화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세관 검사와 소지품 검사를 깐깐하게 할 것이 아닌, 국경을 형식적으로 남겨두고 사람들이 편히 넘나들 수 있는 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국경은 서로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닌, 서로의 화합과 협력을 위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