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9월의 마지막 이동장터 출발합니다.
9시 15분,
오늘도 심부름을 하신다는 윗집 어르신. 아랫집 어르신께서 주문한 물건 '알로애, 짜파게티' 를 주문하시고 집에 갖다놓고 오십니다.
그 사이 더 윗집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내가 먹던 그 면 있지~ 그거 하나랑 콩나물하나, 두부하나 이렇게 줘~" 이렇게 말씀하니 뒤에 계시던 요양보호사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니, 아들 온다면서요~~ 두부 더 사야해~~ 두부 데치면 남는거 없어요~~" 하십니다.
어르신은 "괜찮아, 저번에도 남아서 다 못먹었어~" 하십니다.
누가봐도 부족 할 수 있지만, 어르신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정합니다. 어르신이 구매하시는 일이니 말입니다.
어르신께 먹던 면은 무엇인지 여쭤보니 6천원쯤이라고 말씀하시기에 칠갑국수를 보여드리니, 맞네~ 하십니다.
그리고 아랫집 어르신 늘 사시던데로 라면과 요구르트를 사시고 가십니다. 항상 하시는 현금영수증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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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5분,
마을에 어르신들이 안보입니다. 어디에 계시는지 살펴보니 다들 일자리 함께 하고 계십니다.
마을에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 옆 언덕 풀메는 작업 하십니다. 늘 아침에 모여서 작업하다보면 점빵차가 지나가도 물건 사는 일을 놓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은 옆 어르신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외상을 하기도 합니다. 잠시 기다리니 어르신 오셔서 필요하신 물건들 사가십니다. 잔돈 흔들림에 불편할 수 있으니, 자투리 돈은 어르신 포인트로 차감해드린다고 말씀드립니다.
어르신들은 포인트로 차감해드린다하면 엄청난 일을 해드린것으로 오해하시기도 합니다. 그간 어르신께서 구입하신 돈의 1%를 적립해드리는 일인데, 마치 뭔가 해주는것 같은 느낌을 받으신가봅니다. 그래서 포인트를 잘 안쓰고 계속 모아두십니다.
어르신 드리고 아래로 가니 집으로 복귀하신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나오셔서 물건 사기 시작하십니다.
9시 55분,
지난주에 못봬고 2주만에 가는 집입니다. 요구르트 황도, 그리고 불가리스, 붕어빵 그리고 새롭게 참쌀선과도 하나 갖고가봅니다.
어르신 새롭게 보는 과자 하나 뜯어보라고 손짓합니다. 바로 뜯어 드리니 짭짤한 맛이 좋으신지 사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구르트, 황도, 떠불 같이 모두 삽니다. 그 사이 도시락 배달이 옵니다. 어르신께 냉장고에 넣어드릴지 여쭤보니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아마 차갑게 식으면 맛이 없어지니 밖에 두었다가 요양보호사 오면 같이 드실려고 하신가보다 싶었습니다.
어르신께 물건 잘 드리고 인사드리며 나왔습니다.
10시 15분,
어르신께서 멸치를 찾으십니다.
"이건 좀 너무 크고..이건 또 너무 잘고..." 어르신께서는 중멸치를 찾으셨던것이었는데 마침 없었습니다.
매장에 있는것을 확인하니 5봉지 있다고 합니다. 어르신께 배달해드린다고 하니,
"아니 급한건 아니니께.. 천천히 갖고 와~" 하십니다.
이따 점심에 배달 가야겠다 싶습니다.
11시,
어르신 집에 밀차가 없으니, 회관에 가셨겠다 싶습니다. 위에가니 요양보호사와 어르신이 집에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커피 하나 갖다 주쇼~" 하십니다. 그 말을 들은 요양보호사는 "커피는 제가 찬장에 올려놨어요. 청소하게 락스 사주세요~" 하십니다.
어르신은 알겠다고 하며 락스 하나 사주십니다. 요양보호사분께서는 "어르신이 못가니 이렇게 직접 오시는군요~ 편하네요~" 하십니다.
마을을 돌아 다른 어르신댁에 갑니다.
"어이~ 왔어?" 웃으시며 나옵니다.
"나 깡 맥주 한 박스 주쇼, 아따 병 맥주 못먹겠더만, 아주 불편해~" 하십니다.
일하다 마실려니 병맥주는 잔도 필요하고, 따개도 필요한데, 캔맥주는 그렇지 않아 좋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한 박스 내려드리고 어르신은 돌자반도 하나 사십니다. 그러곤 갈려고 하던 찰나,
"아차아차 내가 이렇게 잘 까먹어, 그 요거트 있지? 그거랑 현미쌀 있어? 우리 신랑 밥 해줘야해" 하십니다.
당장 없는 것들은 배달해드린다고 말씀드리며 나서봅니다.
11시 30분,
회관에 방문하니 어르신들께서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추석 연휴의 안부를 여쭙고 길을 나섭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쇠약지시는것이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11시 45분,
마을로 올라가니 각 집에서 나오십니다. 회관에서 잘 모이지 않다보니 이젠 집집이 계십니다.
"아휴 내가 저번에 두부를 산다는게 깜박해서 물건값도 못줬잔아?"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 두부값까지 함께 계산하라고 하십니다.
건너편 어르신은 빈병을 함께주며, "카스 한 박스 내려 주소~" 하십니다.
공병값은 처리해드리되 담주에 갖고가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어르신은 알겠다며, 잘 보관해두고 있겠다고 합니다.
마을에서는 별도로 공병을 수거해가시는 분이 안오시다보니 공병처리가 일입니다. 동락점빵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공병 수거를 함께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12시 10분,
배달해드리기로 한 집들 모두 다 배달 시작합니다.
바로바로 갖다드리니 어르신들 놀라십니다.
중멸치 찾는 어르신은 집에가니 안계셔서, 회관에 가보니 식사를 함께하고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벌써 갖고왔냐고 고맙다며, 결제해주십니다.
현미 찾으시는 어르신도 집으로 가서 갖다드리고 회관가니, 이곳도 식사를 함께 하고 계십니다.
마침 총무님도 계셔서 회관 외상값도 한 번에 결제합니다.
13시 40분,
오늘도 회관에 모여계시는 어르신들.
한 어르신은 술을 선사해야겠다며 하나 내려놓아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차를 끌고 바로 가십니다.
다른 어르신은 막걸리를 한 병 사시곤, "이따 저기 양반 오면 내어주쇼~" 하십니다.
어르신들과 명절 이모저모를 함께 나누고 인사드립니다.
늘 막걸리를 4병씩 사시는 어르신의 사모님은
"어휴..어쩌겠어.. 먹겠다는걸" 하시며 계속 두고 가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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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이제는 우유를 안사시는 어르신.
집에가니 어르신께서도 "살거없어~ 가~" 하십니다.
어르신 봬러 왔다하니, 어르신께서 양갱 하나를 쥐어주십니다.
"많이 팔아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네~" 하시는 어르신.
늘 팔러만 가는것이 아니라, 안부확인차 오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며 홍보지 하나 두고 갑니다.
14시 20분,
이제는 위쪽에 계신 어르신은 병원에 입원하셔서 올라갈일이 줄었습니다.
아래로 내려와 댓병드리러가니, 아까 술 사신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생각보니 두분이 가족관계셨습니다. 누나와 동생.
간만에 서울에서 동생이 왔다며 가족들끼리 모이셨습니다. 동락점빵의 활동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우리 누나들, 동생 술마시라고 술 한짝씩 조용히 내려놔달라고 합니다.
"이왕 마시는거 맛난거 먹어야지, 뭐 댓병만 먹나~ 한 짝 주소~"
어르신 몰래 집 한구석에 내려놓고 출발합니다.
14시 50분,
마을서 전화옵니다.
"오늘 안올텨?"
지난주도 안갔는데, 이번주도 안오는줄 아셨나봅니다. 급하게 갑니다.
늘 동태 3마리 사시는 어르신. 온동네 방네 다니며 점빵차 왔다고 소문내십니다. 어르신께 동태를 자주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자주 사면 더 싸게 팔아줘야지!" 하십니다.
웃으면서 고민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은
"안사도 되는데.. 옆에서 사니깐 사고 잡네. 고등어 한손 주쇼" 하십니다.
누군가가 사면 사게되는 이상한 매력이 있는 동락점빵인가봅니다.
15시 15분,
회관에 어르신들 누워계십니다.
"나 지난번에 외상있지? 어서 말해줘바 얼마여~" 하십니다.
파는 사람보다 외상하신분들이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십니다. 가끔 돈을 잘못말해도, "그게 아니여~ 다시 확인해봐~~" 하십니다.
그래서 가끔 장부를 안보고 어르신들이 주신 돈으로 그냥 받습니다. 그게 정확합니다.
"집에 술 한짝 놓고 가~" 하십니다.
아들이 오나봅니다. 그러곤 어르신께서는 "저기~ 동네 초상났어~" 하십니다.
밑반찬 받으셨던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가 조용하다고 하십니다. 간혹 이렇게 서비스 지원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 소식 들으면 마음 한 곳이 멍해집니다. 장례일정 물어보니 벌써 다 끝났다고 합니다. 마을에 빈집이 이렇게 또 하나 생겼습니다.
15시 30분,
어르신 댁에 가니 집에 낯선 분들이 계십니다. 아들과 며느리였습니다.
일단 살게 없다고 하시는 며느님. 돌아가려고하니 어르신께서 잡으라고 아들에게 이야기하셨나봅니다. 아드님이 급하게 뛰어나와 오라고 하십니다. 다시 가니 어르신께서 나오셔서 두부, 요구르트 사십니다.
며느님에게 홍보지 함께 나눠드립니다. 저희의 취지를 말씀드리며, 어르신의 다른 아들인 사무장님도 잘 알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며느님께서는 고맙다며, 잘 읽어보겠다고 합니다.
집집이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내부모를 잘 돌봄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사는 동네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게 동락점빵이고 여민동락의 역할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9월도 이렇게 이동장터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얼마 안남은 2024년, 이동장터의 마무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가며 10월 맞이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