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해 첫날 찾았으니, 2년 만에 기흥저수지를 찾았다. 기흥레스피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지난번과는 반대로 호수를 돈다.
둘레 10km의 기흥호는 넓다. 반대 끝에 위치한 삼성전자생산연구소가 무척 멀게 느껴졌다. 2년 전 공사로 어수선했던 트레킹로는 정비되어 걷기에 좋았다. 곳곳에 호수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였다. 이른 이침, 걷는 이 없는 호숫가를 홀로 여유롭게 걷는다. 호젓, 여유로움, 약간의 추위와 외로움이 공존한다.
10시에 오픈하는 카페 '호수앉기' 안으로 빵 만드는 분주한 손길이 보인다. 다음엔 들어가 커피 한 잔 할 마음이 들만큼 존재감이 있다.
호숫가에 특이한 모양의 아파트가 있다. 다리를 건너다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호수를 향해 공을 치는 골프연습장을 지나 둑방을 건넌다. 그 뒤로 삼성전자의 여러 시설들이 보인다.
호수의 반대편, 매미산을 끼고 도는 호수는 색다른 느낌이다. 반대편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너무 큰 호수나 강은 낭만보다는 쓸쓸함을 불러온다. 센강이나 템즈강의 낭만을 한강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눈에 익은 음식점들을 지나 다리를 건너 원점으로 돌아왔다.
10.13km 거리를 2시간 15분에 걸었다. 조금 긴 감은 있었으나 좋았다. 날이 맑아 특히 시야가 시원했다.
2024년 마지막날, 지난 한 해의 기억의 편린들을 호수에 날렸다. 새해에는 내가 아는 이들이 더 건강하고, 더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