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958년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했을때, 과학생수는 20명이었다. 이중
6명이 여학생으로 타과에 비해 여학생 수가 유난히 그해 많아, 공부보다는 여학생들과 사귀고 싶어하는 타과 남학생들이 항시 우리과 주변에 서성거렸다.
그 당시 불문학 수업중 프랑스 소설을 읽는 시간이 있었다. 소설 문장중에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접한 Vosges 산맥이 자주 등장했다.
Vosges라고 쓰인 이 산맥의 발음은 vosjis가 아니라 vo:j(보-즈/보-지)에 가까웠다.
선생도 학생들도 여학생들 앞에서 이 단어를 발음할 때는 난처해서 진땀을 뺐다. 프랑스에 1년 이라도 단기 연수를 갔다온 교수들은 그래도 원음에 가까운 발음을 했지만, 문학적 해석이나 펑론에는 탁월했으나 교수들 중에는 불어 발음과 회화에는 백지에 가까운 분들도 있던 시대였다. 그런 교수들은 하나같이 vosges 산맥발음을 안하고 건너뛰거나 낮은 소리로 보~ㅈ 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남학생들은 깔깔대고 웃었고
여학생들은 홍당무가 됬던 것이 떠오른다.
불교의 3대 성수(聖樹)에 보리수가 있다.
보리수는 석가가 인도땅 뙤약빛을 걷다가 어느 나무그늘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깨달음,
도(道), 지혜를 터득하였다하여 그 냐무를 bodhi 나무라 불렀다. bodhi란 불교 경전어인
산스크리트 어와 팔리(pali)어로 ,보다. 눈을 뜨다, 깨닫다, 도를 깨우치다, 지혜를 지칭했다.
이 bodhi 나무를 중국과 일본 및 한자권에서는
bodhi에 가까운 한자 발음으로 菩提樹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를 중국에서는 "보제 ",
일본에서는 "보다이 주"로 각기 읽는다.
그러나 한국 불교계에서는 원음과 관계없이
"보리수"로 발음한다. 무슨 말이든지 발음을
표기할수 있는 세계 제일의 우수한 언어인 한글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민족으로서는 bodhi tree를 처음부터
"보디 또는 보지 나무"로 불렀어야 원음에 가깝게 부르는 것이었다. 아니면 중국에서 수입한 불교였으니 한자로 표기된 菩提樹를 보제수로 읽었어야 언어학적으로는 타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bodhi tree-菩提樹는 원음과는 거리가 멀게 생뚱맞게 "보리 수"로 발음되어 오고있다.
어디에서도 왜 힌국에서만 "보지/보디수"가 아니라 "보리수"로 불리워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찾을 수가 없다. 만일 한국에서 bodhi tree를 보리수 아닌 보지 나무로 번역했으면
불교가 온전히 포교될수 있었겠느냐, 불교의 성목(聖木)이 음란과 음탕의 이미지로 해석됬더라면 불교가 한국땅에서 뿌리를 내릴수 있었겠느냐고 하는 주장이 있다. 그럴듯 하게 들린다..
게다가 조선민족은 반만년 역사와 함께 보릿고개라는 고개를 넘지 않고서는 연명할수 없었지 않은가! 따라서 bodhi tree를
보리수로 부른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보리수란 이름만 들어도 보릿고개를 넘길것 같은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Bodhi Tree를 한국 불교계에서 "보지 나무" 대신 "보리 수"로 명명한 것은 잘한 일 갔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예가 더러있었다. 지금 우리 고대사에 나오는 가야왕국의 이름이 그러했다.
오늘날 가야라는 이름은 어감이나 그 뜻이 아름답게 보이고 들리지만 원래 중국 고전에 나오는 표현은 狗邪國(구사국: 간사한 개의 나라)라는 모욕적인 표현이었다. 간사한 개로 가야를 묘사했던 것은 가야의 발생지인 현 경상남도 사전시 늑도(勒島)항이 기원전 한사군(漢四郡)시대 대방군(帶方郡: 지금의 평양 근처)에서 963킬로나 떨어진 남쪽 항구였음에도, 대방군이 늑도항을 통해 물자를 수입했을 만큼 국제항이었다.
당시 늑도 항은 한반도 전체에서 생산된 무늬없는 도기의 10프로 이상을 거래하던 국제무역항이었기에, 늑도항을 통해 거래하던 중국과 일본, 동남아 상인들에게 가야국 사람들은 일면 간사한 사람들로도 비추어지고, 아름다운 나라로도 비추어지는 양면성을 지녔을 것이다. 여하튼 "간사한 개 나라"라는 초창기의 모욕적 이름인 狗邪란 이름에서, 간사할 邪자와 거의 모양이 같은 倻(땅이름야)자로 얼른 바꿔치기해서 狗倻로 불렀다가, 다시 伽倻(가야)로 이름이 변경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나라 이름뿐 아니라 일반 명사에서도 편의에 따라 언어학 적으로는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지만 편의상 비슷한 원음을 살리되
더 멋지게 보이는 신조어를 만든 경우가 더러 있다. 동백꽃의 일종인 山茶花의 경우가 그렇다. 山茶花를 일본 사람들은 "산사카(sansaka)"로 처음 발음했었다. 그런데 그 꽃 이름을 언제부터인가 "사산카(sasanka)로 고처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무부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외국어 연수를 받고있는 미국 외교관들이 가장 어렵다고 울상을 짓는 외국어가 일본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기껏 기본 문법에 충실해 일본어를 배우고 나서 보면, 각 단어마다 제멋 대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어 미로를 해매는 것 같은 언어가 일본어라 하면서, 위의 산차화 -sasanka- 예를 들기도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미국 외교관들이나 유럽 외교관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은 곳이 일본이고, 가장 믿고 사귀고 싶은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이라는 것은 새겨들을 여지가 있는 것 같다. )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상대방 언어에 남녀간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는데 우리는 모르고서 무심코 사용했다가 큰 결례를 범하여 무안한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꺼꾸로 그들은 보통 일상 언어로 하는 말인데 우리 귀에는 남녀간의 생식기 발음으로 들려, 우리측에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수가 제법 빈번하다.
특히 일본사람들과 상대할 때 그런 경우가 흔해
여기 몇가지 예들을 소개해 본다.
일본 과일 가게에 가서 mango가 먹고 싶다고
"망고" 좀 주세요...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더 더욱 일본에서는 명사앞에 "오"자를 붙여 "오 망고 " 라고 불러야 좋은 줄 알고
"오 망고 좀 주실래요? 했다가는 성추행범으로 입건되기 쉽다.
왜냐하면 일본말 まんこ(망고)、おまんこ
(오 망고)는 다름 아닌 여자 그것, 보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자 손님이 일본에서 jersey 브랜드 운동복을 사면서 흔히 경험하는 것이 있다.
일본인들은 jersey를 じやㅡじ(자-지)로 발음해서 듣기에 따라서는 여간 거북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사례. 은행(銀杏)나무를 영어로 Ginko
Tree라고 부른다. 원래 한국이 원산지로 된
나무로 은행이란 명칭 자체는 힌국말이지만
명치유신후 서양 교사들에 의해 원예식물을 크게 발전시킨 일본이 銀杏을 자기들 식물로 국제학회에 소개해서 영어로도 일본식 이름에 따라 ging-ko/gink-ko로 표기하고 있다. 이 단어는 "깅코"로 발음하기도 하고, "징코"로 발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 특히 여자들이 발음할때는 "깅코"로 발음할것을 강력 권장한다.
왜냐하면 일본식 발음으로 ちんこ(징코)로 발음하면
남자 생식기-자지-를 의미하는 어린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림이나 정당이나 이름이 좋아야 성공한다. 이름의 이미지가 풍기는 것 때문에 작명을 새롭게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프랑스가 가장 앞섰다.
프랑스의 전통적 이름에 Cochon이란 성이 있었다. 돼지를 의미했다. 놀림을 당하자
국가에서 원하는 성을 고르도록 개명을 허가해주었다.
제 1차대전기간, 남들은 다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데, 한 사내가 후방에 남아
여자들을 경치 좋은 프랑스 시골에 흔히 많이 있는 빈 옛성에 유혹하여, 광란의 엽색행각을 벌인후 여자들을 살인.유기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전쟁중이라 정부도 미처 이런 사건에 까지 힘을 못 쓰다가 하두 사건이 빈번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대대적으로 범인 검거에 나섰다. Landru라는 이름을 지닌 건달이 범인이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분노했고, 내각까지 책임지는 사태가 벌어젔었다. Landru 라는 성(姓)을 가진 전국의 Landru 가족들에게는 희대의 성도착 살인범 성씨 대신 원하는 다른 성(姓)씨를 선택하도록 프랑스 법원은 허락해 준적 있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정권시 조봉암 선생이 주도하던 당이름이 진보당이었다. 당시 한국 정치풍토에서는 진보란 말이 매우 서투르고 급진적이어서 반공 일변도에 젖었던 일반인들에게 아주 낫설었던 측면도 있었고, 조봉암 선생의
희생은 다분 정치적인 측면이 강했다. 사람들은 조봉암 선생이 간첩사건 연루로 처형되고, 이어 한국 초유의 진보당이 사라지자, 이렇게들 입방아 놓았다. 에히, 진보.라는 말, 진뽀(ちんぽ)라고 들리지않아 !
"진뽀(ちんぽ)란 일본말로 어린애 들이 남자 생식기 '자지"를 가리킬때 쓰는 말이었고, 1959년 조봉암 선생이 사형당한 당시만 해도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런 일본어는 누구나 대부분 알고있던 시대였다.
이상에서 열거한 단어들만 잘 기억하고 있어도
해외에서 특히 일본 여행시
많은 참고가 될것이다.
나는 과실중 망고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오해를 만들지 않기위해 망고를
영어식 발음으로 "맹고" 로 발음하는 습관을 부쳤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불어로
Mango를 Mangue로 표현하였기에 실수할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프랑스어로는 주문시 꼭 하나의 망그(une mangue)
망그 두개(deux mangues)하고 관사들을 반드시 부첬으므로 실수할 리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일본에 가장 많이 여행을 가고, 해외에서 가장 쇼핑하기를 선호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 여행시 반듯한 매너를 지킬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품격이 오르지 않겟는가.
이 글은 내가 해외생활 시절 격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일념에서 쓴 칼럼임을 재삼 첨언한다.
소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