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된 후 그곳에 살던 여성 '펀'이 보통의 평범한 삶을 뒤로 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소개되는 영화 <노매드랜드>
‘노매드’는 유목민의 뜻인데 여기서는 캠핑카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금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보고 싶었다.
이 영화는 다큐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세미 다큐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캠핑장, 들판, 눈 덮인 미국 산하 등이 나와 극장 큰 화면으로 보는 게
좋다고들 했으나 우리 동네 극장은 이미 종영되어 도리가 없었다.
대신 컴퓨터로 보았는데 여운이 길고 잔상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마지막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말한다.
‘우린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다... 다시 만날 테니까 ... 길에서(on the road)’라고
그리고 이 말은 세상을 뜬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사라진다고 해서 기억까지
소멸되지 않는다면서 여주인공 펀의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처럼
추억과 기억은 영원한 사랑으로 남는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갓 40대 초반의 중국인 여성으로 14살에 영국에 갔다가
후에 미국서 공부하였고, 이 영화 촬영감독과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중국을 한 때 비난했다고 해서 현재 중국으로부터 냉대 받고 있지만
언젠가 중국 들어가 살면서 중국 이야기를 기록 영화처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은 영화가 나올까 기대된다.
미국의 자화상이라는 말은 미국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듯 하여 망설여지고
미국의 치부라는 말도 영화의 아름다운 심상을 해치는 듯하여 쓰기 저으된다.
어찌 보면 조금 심한 표현 같기도 하고...
이 영화를 누군가 '미국의 그늘'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듣기 좋았다
그늘은 가끔 춥겠지만 때로 땀을 식히고 때로 해가 나면 양지로 바뀌는 등
언젠가 달라질 테니까...자연에 맡기는 것이니까
노매드랜드, 캠핑카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우선 스토리가 특별하다
이런 내용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신기하고 대단하다
어쩌면 현대적 삶의 일부로 이해해주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같다.
그리고 뒷부분 가면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진다. 사막과 들판과 캠핑카와 주차장...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행동과 물건과 이야기..
이를테면 쓰던 물건을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가져가게 하는 것도...
책 회사 하다가 택배 일이 더 주요 사업이 되어버린 회사 아마존에서
일하다가 그만 두고...그만 두었다가 다시 알바 계속하면서 비용 마련하는 여주인공
결국 차 수리 같은 큰돈은 여동생에게 빌리고...남편 기억 잊지 않고 반지 끼고 있고
폐허가 되어버린 옛 고향 도시 올림피아를 돌아보는 슬픈 여정이 마음 아팠다.
미국에 이런 곳과 이런 사람들이 많음을 일깨우는 영화인데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듯 스크린은 흘러간다... 사회보장 연금으로는 부족하여 살 수 없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배우와 감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40대 초반인 감독은 이번에 이 영화로 많은 영화제를 석권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 그로브 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도... 연기가 굉장히 깊이 있다
영화 속 노매드들의 고단한 행군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함과 영화 제작의
온기가 남는다는 점이 이 영화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긴 이유일 것같다
영화 제작 상 특이한 것은 영화 속 많은 사람들이 실제 노매드였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느끼기에 영화 속 여주인공도 진짜 노매드인 줄 알았다는 것..
집은 베이스 캠프일 뿐이라고 내가 말하면 여행 즐기는 우리집 바지씨 좋아한다.
코로나 때문에 바다 건너는 못 가지만 틈나면 국내라도 열심히 돌아 다닌다.
그래서일까 캠핑카 타고 다니는 영화 속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친근하게 느껴졌다. 돈 부족하고 외로워도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사람들...
글 : 유호전 < 여고동기카페에서 옮겨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