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 세월의 맛 추어탕
추어탕. 세월의 주름이 깊게 밴, 거칠고도 투박한 그 맛이 코끝을 찌잉 울린다.
무뚝뚝해도 속정 깊은 아버지처럼.
추어탕에 앞서 우리나라 물고기 이름을 떠올려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민어, 잉어, 농어, 숭어처럼 '어'자로 끝나는 게 있는가 하면, 꽁치, 갈치, 삼치처럼 '치'자로 맺는 종류도 있다.
도미, 대구, 명태처럼 소수 예외는 있지만 쓸 만한 어물 대부분은 끝 돌림자가 '어'나 '치'다.
그런데 가을 물고기의 대명사 격인 추어(鰌魚)는 밴댕이, 망둥이처럼 평상시엔 격이 낮은 이름 '미꾸라지'로 불리다가
죽어서야 추어가 된다.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한마디 더 더하면, 노인들에겐 회춘에, 아이들에겐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물론 요즘 웬만한 건강식이나 약품에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뛰어나다.
진시황제가 찾아 헤매던 불로초,
또는 만병통치약처럼 영양학적으로는 온갖 감언이설이 다 붙는 게 미꾸라지 추어탕이다.
이제 막 끓여 나온 추어탕.
먹기 직전 청양고추, 초피가루, 들깻가루 등을 취향대로 넣어 간을 맞춘다 /
작은 미꾸라지를 튀겨낸 튀김도 별미다
요즘은 도시의 전문식당에서 사철 내내 만날 수 있지만,
내 어릴 적 추어탕은 논농사를 짓는 시골에서 가을에나 맛볼 수 있던 별미였다.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뒷밭의 푸성귀를 넣고 푹 끓여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지방마다 집집마다 맛이 제각각인 이유다.
그래도 경상도·전라도·강원도·서울 등 지역별 나름의 특징이 있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살에 배추 등 푸성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다.
전라도식은 경상도식처럼 끓이는데, 국물에 된장과 들깨 등을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강원도식은 고추장을 풀어 뻘겋게 요리를 하고,
서울식은 사골 육수에 두부나 버섯을 더해 색다른 맛을 낸다.
대개 미꾸라지는 갈거나 으깬 살을 쓰는데, 강원도나 서울에선 통 미꾸라지를 넣어 끓였다.
즉석에서 끓여 먹는 원주식 추어탕 /
경상도식 추어탕은 배추 등 푸성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다<사진제공·한식재단>
지역을 대표하는 추어탕 맛집이 전국적으로 있다.
경상도식은 대구 상주식당, 전라도식은 남원의 새집추어탕,
강원도식은 원주의 원주복추어탕, 서울식은 무교동 용금옥이다.
네 곳 모두 대물림하면서 오랜 세월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에 업력은 짧지만 하남에서 맛있게 먹은 연남추어탕도 포함시켰다.
숟가락 하나 챙겨 들고 다섯 곳을 비교해보며 가을이 뚝뚝 묻어나는 추어탕 세계에 빠져보자.
서울 용금옥 통추어탕. 서울식은 원래 미꾸라지를 통으로 끓여내지만 주문에 따라 갈아서도 준다 /
용금옥은 테이블마다 송송 썬 대파가 준비돼 있다.
기호에 따라 곁들이면 좋다
남원 새집추어탕
추어탕 국물의 기본양념인 된장의 구수한 맛과 들깨의 고소한 맛이 편안하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콤한 맛도 깔려 있다.
채를 썬 청양고추와 초피가루를 넣고 몇 술 뜨니 슬슬 혀끝이 아려온다.
이마에 땀방울도 맺힌다.
구수함 속에 숨겨진 자극적인 맛이다.
시래기는 상당히 질긴 편.
미꾸라지 살이 거칠고, 가끔 뼛조각이 씹혀 이물감도 느껴진다.
뼈째 갈아서 그렇단다.
탕이 식으면 민물생선의 비릿함이 남는다.
반찬으로 도토리묵, 깍두기, 파김치, 배추김치 등이 나온다.
관광지 음식점으로 전락한 기분이 들어 아쉽다. 9000원.
전북 남원시 천거길 9 063-625-2443
2017.11.13. 출처 : 대한민국 구석 구석/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7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첫 글~
꿈님 아버지께서 무뚝뚝하고
속정 많으셨나유?
'저 어린시절
엄하면서 다감하신 아버지 무르삑에 앉아있던 기억뿐유~
추어탕은 첨엔
못 먹었는데 스승님이 즐겨드시니
에라~
눈 딱감고 먹다보니
이젠 즐긴답니다 ~
뼈에 좋다니 여성분
많이 드셔야~~^^
저희 아버지께서는 매우 엄격하시고 곁으로는 드러나지 않으시는 분이셨지요.
그러나 한번 화가 나시면 호랑이나 사자 보다도 더 무서우셨어요.
그래서 저는 잘못한게 있을시 절대로 거짓말 못하고
제가 먼저 이실직고 하였네요.
거짓말 안하고 말씀 드리면 용서해 주셨거든요..^^
저는 잘 모르고,
제 바로 아랫동생은 번쩍 들어올려 안으시던 기억 나요
몇년전 남원 광한루 근처에서
추워탕 맛나게 먹었는데
이렇게 추운날
얼큰하고 뜨끈한 추억탕 한그릇
아주 좋을듯 합니다
점심 맛나게 드세요~
남원추어탕은 전국적으로 알려졌지요.
저도 남원 가면 꼭 먹고오네요 ㅎ
관악산 밑
남원 추어탕 집에가서
사먹는데유ㅎ~~~~
나 모르게 청양고추를
뜸뿍 넣어버린 탓에
땀 삐질삐질~~
에휴 매워요 매워~~
ㅎㅎ
ㅋㅋ~
만드시는 분에 따라서 재료가 다르게 들어가니
드시기 어려운 분도 계시겠지요.
다음부터는 건강한 힐링 청도추어탕을 드세요~
맵지도 않고 시원 담백하니 맛 좋아요~ㅎ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