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론나루와의 기타 등등]
꺽지, 피래미, 모래무지, 빠가사리, 동사리, 참동개, 붕어 같은 이름을 가진 민물 고기들이 냄비 속으로 들어가면 잡어 매운탕이 된다. 고마리, 바랭이, 질경이, 쇠비름, 여뀌, 피 같은 이름을 가진 풀들을 우리는 잡초라고 한다. 나 또한 잡어, 잡초와 다를바 없는 지나가는 사람1 혹은 기타 등등으로 분류될 삶이다.
싱할라 왕조의 두 번째 수도였던 폴론나루와를 대표하는 유적은 쿼터랭글과 갈 위하라 삼존불이다. 랑콧 위하라와 랑카틸라가 앞에서 숨이 멎을듯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왠만한 여행자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작은 다고바나 사원, 풀섶의 조각상이 빛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아 더 호젓하고 온통 우리들 차지였던 작은 것들을 소개한다.
한낱 잡초인 꽃마리를 한번이라도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은 안다. 좁쌀보다 더 작은 꽃 안에 완벽한 우주가 들어있음을...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이 아니듯, 기타 등등이 있으나마나 한 하잘것없는 존재들은 아니다. 세상의 뭇 생명이 존재의 이유가 있듯, 숲 속에 덩그라니 놓인 조각상도 간절한 염원과 신을 향한 지극한 석수의 손길로 태어났을 것이다.
길 끝에서 마주오는 바람은 나를 지나 풀섶에 멈췄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마음껏 페달을 밟으며 지나간 폴론나루와 풍경은 내 안에 오롯이 살아있다. 기타 등등으로 분류될 뻔한 작은 것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표지판을 넣어서 찍은 사진들을 통해서...
시바 데발라야 No.1(Siva Devalaya No.1)
폴론나루와 시대 말기 13세기 건물로 인도 힌두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불교 왕국의 수도에 힌두교 사원이 있는 것이 불가사의 하지만 당시 왕비의 하나가 힌두교도였기 때문에 건립되었다는 설과 남인도의 촐라인이 13세기에 다시 폴론나루와를 침략했을 때 세워졌다는 설도 있다.
자료 정리를 하다 안내판을 찍어온 덕분에 사원 이름과 힌두 양식이란걸 알게 되었다. 싱할라족과 타밀족의 전쟁 역사는 참으로 길고 질기기도 하다. 영국 식민지 시절 차밭 노동력을 위해 강제 이주시킨 타밀족과 싱할라족과의 내전이 2009년 끝났으나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니 말이다.
파발루 위하라(Pabalu Vehera)
쿼트랭글의 동쪽 문에서 나와 북쪽으로 750미터 정도 가면 작은 사거리가 있다. 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작은 오솔길을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다고바이다. 작고 부드러운 모양으로 어느 왕비에 의해 건립된 것이다.
내가 이 다고바를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넓은 유적지를 하루종일 돌아보게 해놓고 해우소를 찾지 못하게 해놓은 것은 호젓하게 자연에서 영역 표시를 하라는 스리랑카 정부의 배려라고 우리 나름으로 해석했다. 빈자전거가 망을 보는중이다.
시바 데발라야 No.2(Siva Devalaya No.2)
위의 파발루 위하라에서 200미터 정도 더 들어가면 길 끝에 두번째 시바 데빌라야가 있다. No.2라는 이름을 보면 알수있듯 No.1처럼 11세기 인도에서 대거 건너온 촐라 왕조의 타밀인이 폴론나루와를 정복한 시대에 세워진 힌두 양식의 사원이다. 길 끝의 한적한 사원. 텅 빈 세상에 탑과 돌조각, 탑을 도는 우리들, 바람만 존재했었다
사원을 뜻하는 단어 위하라를 안내 표지판에 Vihara, Vehera로 섞어 썼길래 나도 생각나는대로 막 썼다.
한장 한장 쌓아 올린 벽돌과 귀엽고 용맹스런 조각, 그 위에 덧칠해진 세월과 푸른 이끼. 표지판까지 찍어왔는데, 설명을 찾을 수가 없다. 검색도 안된다. 500년 묵은 산삼은 삼축에도 못끼는 연변에서처럼 저 정도 규모는 쎄고쎘다
일부러 사람을 빼고 풍경과 사원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고, 유명한 몇 개의 유적 말고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 안에서 우린 걷고 달리고 두 팔 벌려 숲과 바람을 안고, 하루종일 달구어진 돌 위에 벌러덩 누워 태양의 선물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엉덩이 춤도 추고, 영역 표시도 하고, 돌조각에 똥침도 놓으면서 까불었다. 폴론나루와는 온통 우리 세상이었다.
첫댓글 "길 끝에서 마주오는 바람은 나를 지나 풀섶에 멈췄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마음껏 패달을 밟으며 지나간 폴론나루와 풍경은 내 안에 오롯이 살아있다.."
인도의 어느 영적 스승이 이렇게 말했다죠
"Life is light
Life is joy
Life is celebration.."
삶의 아름다운 순간 순간들이 내면의 빛 속에서
기쁨과 환희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해봅니다 ^^
나중에 스리랑카 다른 지역은 너무 덥고 햇살과 차 밭이 좋은 하푸탈레에 가서 두세달쯤 살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