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
2023.11.13.월. 글쓰기 15기 박은희 발제
다른 여자. 무엇과 다르다는 걸까? 왜 다르다는 걸까? 어떻게 다르다는 걸까? 남들과 다르다? 아내가 아닌 여자 불륜녀? 그 시대 보편적 여자와 다르다? 예전과 다른 여자? 모든 여자는 다르다?
이 소설은 1938년~1940년대 로즈라는 인물을 통해 기계 시대와 전쟁을 비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남자들의 무능과 우유부단함도 꼬집는 것 같다. 여자들이 독립적으로 사랑하며 다른 여자를 꿈꾸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최선을 다해 살고, 아이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 한다.
“트럭들, 기계들, 그것들을 전부 멈춰야 해요. 그게 내 생각입니다.”
“그놈이 전쟁을 시작했잖아, 안 그래?”
“누가 시작했는지는 관심 없어요. 내가 아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뿐이에요. 전쟁은 항상 있어요. 굳이 말한다면, 나는 전쟁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는 사람이고요. 아빠 같은 남자들을 봐도 속이 뒤집혀요.”
“웃기는 건, 평화로울 때 일주일에 2파운드를 받으면서 그거라도 고맙다고 생각해야 했어요. 그런데 전쟁이 나니까 마치 내가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보수를 올려주네요. 지금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일주일에 7파운드를 벌어요.”
하찮고 무의미해 보이지만 무척 강력한, 비이성적인 감정이 그녀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저 참고 견디면 될 일이었다. 전쟁을 견뎌내면 모든 일이 다 괜찮아질 터였다.
그녀는 평생 지하에서 살았다. 낡고 커다란 건물의 무게가 그녀를 보호하듯이 천장에 무겁게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곳에서 거리와 다른 집들을 내려다보는 처지가 되니 불안해졌다.
“이젠 여기가 집 아니야?”
“그건 맞지만 난 여기에 익숙해지지가 않아.”
“내가 내 생각을 말할 때마다 당신은 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삶의 표면 아래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포들이 가득한 검은 심연이 있었다.
노인의 머리에 폭탄이 떨어지고, 화물트럭이 사람을 죽이고,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돌아오지 않는 밤이면 그녀는 혼자 앉아 몇 시간이고 울어대면서 자기가 왜 우는지도 모르고, 높은 창문에서 어둡고 파괴된 거리를 내려다보는 삶. 도시는 전쟁의 그림자로 어두웠다.
“내가 남아도는 여자가 된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내 탓을 하지 말고 전쟁 탓을 하라고. 사람들이 멍청한 전쟁을 벌여서 남자들을 전부 죽여 버리는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왜 자기 뜻과 달리 끌려가듯이,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내팽개치면서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남자들은 어느 모로 보나 좋을 때보다 귀찮을 때가 더 많아요. 요금은 여자들이 스스로 살아가야 해요. 애당초 남자들은 스스로 살아갈 줄 모르니까요.”
‘이제 질을 기를 수 있을 거야. 그게 중요해. 질이 자라서 어른이 될 때쯤이면 전쟁도 폭탄도 없는 세상이 될지 몰라. 그때는 사람들도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거야.’
여자들이란. 남자들이란.
그 시대나 지금이나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