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다이뻐맨/이마냥
당신이 오기 전엔 몰랐죠
얼마나 아찔한가요 이 세상
벽장 속 피카츄가 내내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방 앞을 지키고 선 악어는 호시탐탐 눈을 부라려요
서랍숲에는 줄지어 선 펠리칸들이 부리를 벌리고
모서리 괴물은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있죠
그뿐인가요,소파 옆 헬리곱터,부엌엔 증기기관차
어 그건 코끼리코가 아니에요 잡아당기지 말아요
당신의 능력을 믿어요
두 손을 얼굴에 대는 순간 투명인간으로 변신
돌처럼 굳어있던 것들도 한 글자면 같이 뛰어놀지요
손 닿는 곳 어디든 꽃밭으로 만들 수 있고
발가락 끝은 낭떠러지,이마가 부딪히면 암벽이 솟아올라요
당신의 미소는 세상 강력한 무장해제 주문
그 주문에 걸리고부터
눈앞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어요
난 당신의 사이드킥
우글거리는 악의 무리에 맞서
당신의 손을 잡고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우리
힘을 합쳐
고약한 세균맨을 무찌르러
함께
출동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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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시인 이마냥의 시집<출동 다이뻐맨>에 실린 시입니다.
얼마전 결혼한 조카집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아이 태어나기 전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이 장난감,동화책,옷등 아이 물건으로 거실까지 꽉 차있었어요.조카는 아이와 변신도 하고 얼음땡 놀이도 하면서 괴물도 물리쳐 주는 듬직한 아빠가 되었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며 이 시가 떠올랐어요.
아이에겐 장난감 세계가 진심이지요.피카츄가,악어가,펠리칸들이,헬리곱터가,증기기관차가 수시로 위협을 가하지요. 아빠는 아이의 영원한 사이드킥이 되어 악의 무리와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요. 부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쁜 아이들을 위해 출동하지요.
아이 눈높이에서 진심으로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에서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제안한"슈퍼맨"이 떠올랐어요.
이 세대의 진정한 슈퍼맨은 열린 사고와 창조적인 발상으로 미래를 위해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다이뻐맨"이 아닐까요. 언제 어디서든 부르기만 하면"출동!"하고 달려올 것 같습니다.(감상/어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