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친 글] 50에 시작한 독서 습관 / 정희연
“벌써 50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이 먹었어. 50이나 남았네. 건강하게 잘 살아 보자” 5년 전 동창회 밴드에서는 나이 오십을 맞아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 이후 100세 시대를 앞두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머지않아 120세까지 살고, 어떤 학자는 죽지 않는 세대가 올 것이라고도 한다.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지금껏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아왔다. 이루어 놓은 것도 없다. 자랑할 것이라곤 우리 가족 건강한 네(4명) 몸뚱이뿐이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주신 씨앗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이 오십이 되니 일상에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직장에서는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서 큰일은 없었다. 늘 해오던 거라서 안정감도 찾아왔다. 선택의 순간에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결정을 내리는 습관도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자녀도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다.
노년을 대비해 행복한 삶을 살려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노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 자신의 내면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표면의 생각만 잠시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내면의 잠재의식까지 모두 바꾸어야 행동에 변화가 찾아오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태도로 드러나야 비로소 자기 계발이 된다는 것을 책을 읽고 알았다, 초등학교 때는 어휘력이 많이 부족했다. 책을 읽지 않은 결과였다. 국어를 어려워 했고 산수 문제도 서술형은 잘 풀지 못했다. 풀이 과정을 쓰라고 하는데, 곧바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을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더 어려운 것은 복습이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와는 조금씩 멀어지게 되고 수업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집 근처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도서관을 주말마다 이용한다. 그리고 매주 다섯 권의 책을 대여받았다. 소설책을 읽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늘 자기 계발 서적이 대부분이었고 부동산 주식에 관련된 책이 섞여 있었다. 독서에 실패하는 이유는 책 속으로 들어가서 두꺼운 책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몰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는 삶의 태도와 기술에 관한 원리를 아주 쉽게 알려주는데 문제는 그 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
2023년 2월 20일 독서 모임에 가입했다. 아침 여섯시 30분부터 일곱시 30분까지 매일 일정량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이나 느낀 점을 오픈 창에 올린다. 그 첫 번째 책은 <데일카네기 1% 성공습관>이었다. 열한 명이 같이 했다.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모두 달랐다. 노트 정리를 잘하는 사람, 글을 조리있게 잘 정리하는 사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주말에도 거르지 않고 계속했다.
쉬는 날 시간이 있으면 도서관을 찾는다. 가장 구석지면서 전체가 보이는 자리를 고른다. 그곳은 사람의 왕래가 없어 조용하다. 그리고 고개만 들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자신을 다스리기도 좋다. 다음은 밖이 내다 보이는 창가를 좋아한다. 한두 시간 책을 보고 집중이 되지 않으면, 행인의 행동에 시선을 멈추고. 그 몸짓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곧바로 회복된다. 몰입이 잘된다. 바쁘게 보낸 일주일을 정리하고 또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도 이어져 좋다.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언제 퇴직을 하게 될지 아직은 조금은 먼일이지만 독서의 습관은 계속되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삼국지> <손자병법> <조선왕조 500년> <어린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야성의 부름> <전쟁과 평화>를 나이 오십을 넘어서 접했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 전공 과목은 미래를 여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1년 동안 도서관에서 살았다. 나이 오십을 넘어 다시 도서관을 찾는다. 지금도 그때처럼 간절하다. 나에게 독서는 취미가 아닌 제 2의 생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