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명물 무등산수박
천안/ 김대자
금년에는 우리를 시달리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더위에 시달리고, 코로나에 시달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후유증으로 기름 값, 그리고 물가고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이런 시달림에서 벗어나보려고 모처럼 집콕과 방콕을 떠나 무등산으로 글감도 찾고 힐링의 시간을 가지려고 떠난 산행이었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나서 처서가 가까우니 산바람을 맞으며 운전하기에도 좋았다. 광주광역시 도심의 동쪽을 에워싸고 있는 무등산은 2013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일대에는 서석대, 입석대, 규봉암 등 수직절리상의 암석이 석책을 두른 듯 치솟아 장관을 이룬다. 또 옥쇄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새인봉은 장불 재에서 서쪽 능선 상에 병풍 같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고장의 산악인들의 암벽훈련장으로도 유명하다.
앞에서 무등산을 오르는 1187번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이 버스의 번호가 무등산의 높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 번호가 붙은 버스를 타면 무조건 무등산 주차장에 도착한다니 기발한 발상이다.
무등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에 하나이니 그 이름값도 대단하지만 무등산에서만 생산된다는 무등산수박 또한 유명하다.
전국 어디에서도 재배하지 않는 무등산 유일의 수박이요, 년 생산양도 천 여 통에 불과하다니 귀물 중에 귀물이요 명물이다.
한 묘목에서 한통의 수박만을 생산하고 모든 개량종 수박이 수확을 끝낸 8월부터 10월까 출하를 한다고 하니 귀한 명물임에 틀림이 없다. 가격도 비싸고, 전국 아무 곳에서나 살 수가 없어 보통사람은 맛보기가 힘들다.
나 역시 80평생 먹어본 경험이 없다.
무등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광주시 북구 송강로에 무등산수박 공동판매장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무조건 그곳으로 달려갔다.
가서보니 싱싱한 무등산수박이 진열대에서 5열 횡대로 줄을 서 있었다. 마치 군인들이 사열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격조건은 11kg에서부터 30kg까지 각기 달라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선 듯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그중에 30kg 대형을 차에 싫어 달라했다. 생전처음이요, 언제 또 내가 무등산 명물 무등산 수박을 먹겠느냐는 생각에 배짱을 부려보았다.
일반 수박은 빨간색인데 무등산 수박은 얕은 선홍색으로 전체에 깔린 하얀 서릿발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는 덜 익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당도도 낮아서 일반수박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맛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과일의 당도가 높아서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약수박이다. 무등산 수박에는 항산화기능이 뛰어나 이뇨작용과 신장 기능 개선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2010년 전남대학교연구진에 의해 밝혀짐으로 무등산 수박의 진가가 드러났다.
무등산 수박은 원래1240년경 고려인 홍다구가 몽고에서 종자를 가져와 개성지방에서 재배하다가 약350여 년 전에 무등산으로 옮겨 재배되어왔고 임금님에게 진상되어진 광주지역 유일의 진상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날 임금님에게 진상되어진 과일을 나도 먹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등산 수박은 익어도 빛이 푸르러 푸랭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과육이 두꺼워서 수박을 먹은 후에도 과육은 장아찌를 만들어 반찬으로 애용하고 씨앗은 모아서 약한 불에 살짝 볶아서 차를 만들어 마셔도 배뇨효과에 도움을 준다니 꿩 먹고 알 먹고, 수박 먹고 장아찌 먹고 배뇨에도 효과를 본다니 일석삼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무등산 수박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 했어도 아까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돈을 쓰고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