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후쿠오카현 야메코스 개장식 |
사단법인 제주올레(www.jejuolle.org)와 규슈관광추진기구(www.welcomekyushu.or.kr)가 지난 5일(금)과 6일(토) 일본 규슈에서 규슈올레 4차 코스 개장식을 열고, 후쿠오카현 야메 코스와 오이타현 벳부 코스를 선보였다.
이날 개장식에는 일본인 지역 주민 200여 명과 한국인 올레꾼 및 관계자 100명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로써 규슈올레는 14개 코스, 총 길이 166.4km에 이르게 됐다.
규슈올레는 대한민국에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킨 제주 올레길을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코스 개발 자문 및 길 표식 디자인을 제공하는 ‘자매의 길’이다. 2박 3일 온천 여행으로만 알려져 있던 규슈에 대한 한국 관광객의 인식을 바꾸고 방문률을 높이고자 규슈올레에서 코스 개발 자문 및 ‘올레’ 브랜드 사용을 요청한 것이 규슈올레의 시작이다.
‘올레’ 브랜드뿐 아니라 ‘자연을 생각하고 지역과 소통하는 길’이라는 제주올레의 철학을 담아서일까. 2012년 2월 처음 문을 연 규슈올레는 2014년 7월까지 누적 방문객 73,700명을 자랑하는 규슈의 대표적인 여행 상품으로 거듭나며 규슈 여행 문화를 바꾸고 있다.
![]() | ||
오이타현 벳부코스 삼나무숲길 |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략이었지만 일본인 관광객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규슈올레 개장 이후 첫 해(2012년 3월~2013년 3월) 일본인 비율은 전체 22,260명 중 5,470명으로 전체 24.5%였으나, 이듬해(2013년 4월~2014년 3월)는 전체 35,120명 중 10,950명으로 31.2%로 증가했다. 2014년 7월까지 누적 방문객 73,700명 중 일본인 비율은 46.9%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각 지역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가보지 않았던 옛길을 걸으며 각 지역의 숨은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올레’의 매력이 일본 현지에서도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일) 개장한 오이타현의 벳부 코스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오이타현 동쪽 중앙에 위치한 벳부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온천 도시다. 하지만 올레길이 지나가는 벳부는 그동안 상상해온, 그리고 기억해온 벳부의 모습과는 다르다. 표고 600m에 위치한 산 위의 호수인 시다카 호수에서 시작하여 푹신한 삼나무 숲길, 대나무 숲길 등을 지나며 유후다케산과 쓰루미다케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11km의 벳부 코스는 유명한 온천 도시의 번화함과는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고요하다. 조용한 숲길을 걷다 만나는 500년 수령의 대삼나무 한 쌍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앞서 6일(토)에 개장한 후쿠오카현의 야메 코스는 도난잔고분(童男山古墳)과 마루야마쓰카고분(丸山塚古墳) 등 고대 고분을 통해 야메의 역사를 이해하고, 광활하게 펼쳐지는 녹차밭인 야메중앙대다원을 걷는 초록 올레다. 총 면적 62헥타르(㏊)에 이르는 야메중앙대다원의 녹차잎 물결과 그 사이사이를 걸어 내려오며 펼쳐지는 야메시 전경이 압권이다. 야메차는 야메시의 지역 공동 사업으로, 야메차는 1979년 일본 정부가 주관하는 농림수산제에서 천황상을 수상하는 등 고급차로 알려져 있다.
![]() | ||
오이타현 벳부코스 유후다케산 |
규슈올레 운영 주체인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올레’ 브랜드 로열티로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100만엔(약 93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규슈올레는 ‘올레’ 브랜드 수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올레’라는 이름을 나눠가진 가족 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자매의 길’을 맺음으로써 이 인연을 바탕으로 문화 교류를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개의 규슈올레 코스가 지나는 아마쿠사시의 관광협회장인 치하라 미쓰아키 (チハラ ミツアキ)회장은 2013년 제주를 방문해 아마쿠사 지역의 인기상품인 ‘감귤 모찌’ 만드는 법을 전파하고, 2014년에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제주에서 열렸던 ‘2014 제주올레걷기축제’를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기부금 마련을 목적으로 수제어묵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제주올레에서는 이에 대한 답례로 지난 2월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제주 전통기업 자매국수 문애순 사장 등이 일본 가미아마쿠사시를 찾아, 관광협회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인 김치와 부침개를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 또한 규슈올레 12개 코스가 지나가는 10개 지역 지자체로 구성된 ‘규슈올레 선정 지역 협의회’ 담당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제주 올레길 위에서 펼쳐진 ‘제주올레걷기축제’를 참가한 뒤 이를 벤치마킹한 ‘규슈올레 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길을 플랫폼으로 진정한 의미의 문화예술 분야 민간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개장식에 참가한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올레길을 통해 제주여행이 2~3일 관광지만 찍는 여행에서 길게 머물며 제주의 구석구석을 맛보는 여행 형태로 바뀐 것처럼, 벳부와 야메시도 이번 개장한 규슈올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러가는 사랑받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사업본부 다카하시 마코토 본부장은 “지역 주민의 뜨거운 응원과 제주올레의 지원을 받아 이번 4차 코스를 많은 관심속에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규슈올레를 통해 이 지역을 충분히 체험하고 좋은 기억 가져갈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주올레는 규슈올레와 같은 ‘자매의 길’뿐 아니라, 세계 유명 트레일과 홍보마케팅을 함께 하는 ‘우정의 길’ 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브루스 트레일, 영국 코츠월드 웨이, 스위스 체르마트 5개 호수길, 스위스 라보 와인 루트, 일본 시코쿠 오헨로, 레바논 마운틴 트레일, 서호주 비불먼 트랙 등 총 7개 우정의 길이 있으며 내년 1월 15일(목)~16일(금)에는 약 17개국 50여개 트레일 단체가 모여 도보여행 발전을 논하는 ‘제5회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를 제주에서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