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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의 용량이 커서 카페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유튜브에서 '나의순정씨'를 검색하면 편집본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 때문에 일부만 올려져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단편영화 '나의순정씨' 편집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XVtiM0MUe8
대신에 이 카페에는 전체 시나리오를 참고용으로 올렸습니다.
작품해설
2011년 안평윤 각본 감독, 한태일, 최찬숙, 임형태 출연.
이 단편영화는 23분으로 다소 긴 듯한 시간이지만 의외로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그만큼 스토리가 짜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하늘 아래>라는 영화가 노인들의 일상을 통해 뒤바뀐 남존여비의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전동휠체어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노인 문제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응급실로 실려온 할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며느리는 놀라 병원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병원에는 이웃의 할머니 순정 씨가 있었다. 며느리는 오늘 휠체어를 타고 외출한 할아버지의 행적을 순정 씨에게 묻는다. 순정 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이다.
할아버지가 전동휠체어를 사게 된 것은 바로 사랑하는 순정 씨 때문이다. 그 순정 씨를 만나려면 걸음걸이가 쉽지 않은 할아버지에게 전동휠체어는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막무가내로 사내라는 시아버지의 성화에 며느리는 할 수 없이 전동휠체어를 구입하였고 할아버지는 삶의 희망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혼자서 멀리 가면 안된다는 며느리의 말을 무시하고 몰래 밖으로 나간 할아버지는 순정씨와 만나 데이트를 하려는데 고급차를 몰고 노인회장님이 나타난다. 순정 씨는 다음을 기약하고 그 차를 타고 오이도로 가는데... 집에 와서도 분을 참지못한 할아버지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이도로 향한다.
사건은 오이도에 도착해서이다. 주차요원과 사진작가를 통해 두 사람의 행방을 찾아낸 할아버지는 우여곡절 끝에 기어코 두 사람을 찾아가는데 순정 씨는 예까지 찾아온 할아버지에게서 진정한 사랑의 열정을 느낀다.
사랑을 쟁취한 할아버지는 의기양양해서 순정 씨와 그곳을 떠났는데... 현실로 돌아와 병원 응급실 닥터에게 불려 들어간 며느리는 할아버지가 약물중독이라는 말을 들으며 기가 막힌다. 할머니가 말 못했던 사연이 바로 비아그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학생 감독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도 그 나름의 열정이 살아있다는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자유를 빼앗긴 소년의 꿈을 아이들의 청춘을 상징해 '동춘'이라고 표현하여 만든 적이 있다. 이 영화는 노년의 꿈인 회춘을 소재로 하여 해학적이며 유니크한 표현으로 노인들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 도구가 바로 전동휠체어인데 전기충전에 의해 움직이는 전동휠체어는 그것에 의지한 할아버지의 상징물이기도 하며 그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사랑하는 순정씨에게로 달려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할아버지가 단순히 방에만 누워계시는 병든 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며 할아버지의 화이팅에 공감하게 된다. 아울러 비아그라를 먹더라도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여러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의 세태에 전동휠체어를 통해 본 상징적인 이야기다. 짧은 멧시지이지만 강렬한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 영화는 재미있게 풍자하며 쉽게 이해할 수있는 탄탄한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2011년 고양국제대학청소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연출의도
21세기 사회와 더불어 가족 내에서도 존재감이 점점 사라져 가는 실버세대의 실상과 그들에게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해보고자 한다.
시놉시스
몸이 불편한 막무가내 성격의 할아버지 중길은 복지센터의 할머니 순정을 만나기 위해 고집을 피워 가족들에게 전동휠체어를 얻어낸다. 절대 혼자 타면 안 된다는 가족들의 당부를 무시한 채 전동휠체어를 끌고 나가게 되고 순정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고급 승용차를 탄 복지센터 회장 봉수가 나타나 선약이라며 순정을 데리고 오이도 바다로 떠나버린다. 망설이던 중길은 결국 전동휠체어를 끌고 무작정 오이도로 떠나게 되는데...
등장인물
할아버지 중길
할머니 순정
회장 할아버지 봉수
며느리
손녀
전철의 남학생
전철의 여학생
오이도 주차원
오이도 사진작가
응급실 의사
휠체어 광고남
각선미녀
#1 응급차 안 (N)
60대 후반의 중길은 휴대용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며 응급차 침대에 실려 응급실로 이송중이다. 응급요원과 60대 중반의 순정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응급요원이 중길의 눈에 후레시를 비추며 안구를 살핀다. 분홍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중길은 숨이 차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눈을 희미하게 떴다 감았다 한다.
요원 : 할아버지~ 할아버지~! 눈 떠 보세요~ 눈 떠 보세요~! 할아버지 입 말고 눈 떠보세요~
순정 : 아이고... 아이고...
호흡곤란을 느끼는 중길.
요원 : 할머님~ 할아버님 뭐 드신거 있으세요?
순정 : ...
사이렌을 울리며 차도를 질주하는 응급차.
Title in <나의 순정씨>
#2 응급실 앞 (N)
중길의 며느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응급실 앞 복도를 들어온다. 응급의료센터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무언가를 보고 그쪽으로 향하는 며느리.
며느리 : 할머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이에요..!? 쓰러지시다니요!?
순정 : 아니.. 그게... 아휴...
며느리 : 저희 아버님이랑 어디 갔다 오셨어요?!
순정 : (고개를 돌리며)아휴... 난... 말 못해...
며느리 : 할머니~!!
며느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쉰다. 이때 반대편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남성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순정. 기계음을 내며 굴러가는 전동휠체어. 순정은 멍하니 휠체어를 탄 남자를 바라본다.
#3 중길의 방 (D)
#2의 전동휠체어의 모습이 TV화면으로 바뀌면서 전동휠체어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다. 전기장판에 누워 광고를 유심히 보는 중길. 쿨럭쿨럭 기침이 나오자 천식치료기를 입에 대고 흡입한다. 광고에서는 편리함, 파격세일을 앞세워 주문전화번호가 흘러나온다. 한참을 광고를 바라보던 중길은 미란을 큰 소리로 부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길 : (더 큰소리로)미란아..!!!
식탁에서 과일을 깍는 며느리와 옆에서 잡치 책을 보는 미란.
(V.O)
며느리 : (한숨 쉬며)얘 할아버지 부르신다. 가봐라 어서.
미란 : (귀찮은 듯)아....엄마가 가~!
며느리 : 씁...! 얼른...! 자 가는 길에 이것도 갖다드리고!
과일접시를 한 손에 들고 과일 하나 입에 물며 문간에 선 미란.
미란 : 할아버지, 왜요...
중길은 누워서 효자손으로 TV화면을 가리킨다.
중길 : 전화해 전화..!
미란 : 네?
과일이 담긴 접시를 방문 앞에 내려놓으며 TV를 보는 미란.
중길 : 전화해..! 저기 번호 있어..!
미란 : 전동휠체어...?
주방에 있던 며느리도 방 문 앞에 오고
중길 : 전화해..!
며느리 : 아니... 그것도 건강이 좀 있는 사람이 타는거지.. 아버님은 맨날 누워서 TV만 보시면서 그런 걸 어떻게 타요~ 만약에 잘못 되기라도 하면 그 책임 다 누가 지시는지 아시죠...!? 아버님... 전동휠체어는 꿈도 꾸지 마세요...!
중길은 불만스러운지 누운 채 인상을 짓고 있다. 한숨을 쉬는 며느리.
#4 현관 앞 (D)
머리를 감싸며 근심과 걱정에 둘러싸인 표정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며느리. 전동휠체어 업체 직원이 미란과 며느리에게 전동휠체어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직원 : 충전은.. 이걸로 하시면 되구요... 뭐.. 자세한건 설명서 보시면 아실거에요...
미란 : 이거 충전도 오래 해야 되고 베터리도 금방 단다고 하던데~
미란은 전동휠체어의 이것저것 만져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며느리.
직원 : 아휴.. 걱정 마세요... 멀리 가실 것도 아니고, 이거 하나면 동네 돌아다니시는 건.. 뭐.. 여지없죠..
열린 문 뒤로 중길도 나와 밝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며느리 : (못마땅한 듯)여기 구석에다 그냥 놓고 가세요. 어짜피 타지도 않을건데..
미란 : (이것저것 버튼 눌러보며)엄마 그럼 이거 내가 타면 안돼? 걸어 다니기 귀찮은데..
며느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 미란도 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닫히는 문 사이로 중길의 얼굴이 보인다. 닫히는 문.
#5 식탁 (D)
평소와는 달리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분주하게 입으로 가져가는 중길. 며느리와 미란은 이런 중길의 모습이 신기한지 쳐다보고 있다.
미란 : 와... 엄청 잘 드시네..
며느리 : 못 말리겠다 정말... 아버님.. 저 전동휠체어는 절대로 혼자 타시면 안되요!
꼭 저희 있을때 같이 타셔야 되요~ 아셨죠~?
중길은 입에 음식을 한가득 물고 우물우물 거린다.
며느리 : 절대로 혼자 타시면 안된다구요! 예...!?
중길은 며느리의 말에 트림으로 대답하며 계속 우물거린다.
#6 중길의 방 (D)
남성용 스킨 통을 손에 한 움큼 짜 얼굴에 턱턱 바르는 중길. 문 밖 식탁에서는 며느리의 통화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스킨을 좀 더 부어 머리에도 발라본다. 빗으로 머리를 넘기는 중길. 거울을 한번 쳐다본다.
#7 집안 마루(D)
천천히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오는 중길. 며느리는 식탁에서 자신의 친구와 통화를 하는 중이고 미란은 TV 음악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미란 : 어머~ 엄마! 엄마! 엄마! 쟤 너무 잘생겼지!? 나 쟤랑 결혼할래!
며느리 : 아~ 그렇다니까.. 글쎄.. 아휴! 가만히 좀 있어!
중길은 문밖으로 나가지만 며느리와 미란은 눈치 채지 못한다.
#8 순정의 동 앞(D)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순정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굴러가는 전동휠체어 바퀴. 중길은 순정네 동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순정을 발견하고 웃으며 부른다.
중길 : 홍 여사~ 홍 여사~!
순정이 중길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며 손을 흔든다. 중길은 순정의 앞에 멋있게 세우며 전동휠체어를 자랑 한다. 박수치며 흐뭇해하는 순정.
순정 : 어머, 선생님... 잘 타신다~ 새로 사셨어요? 좋겠어요~
중길 : 아~ 그럼..! 좋아~ 홍여사도 한번 타봐~
중길이 휠체어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순정이 이를 막는다.
순정 : 아우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선생님 타세요~
중길 : 아 글쎄 이리와봐..!
중길이 순정의 손을 끌어 당기다 순정이 중길의 무릎에 앉는다.
순정 : 어머..! 어머..! 아..! 호호호!
순정이 휠체어에 조심스럽게 앉아 조작을 해보며 앞뒤로 왔다 갔다 해본다.
중길 : 하하하~!
순정 : 호호호~
이때, 길 건너편 승용차 안에서 누군가 중길과 순정이 전동휠체어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각정 안으로 다가온다. 검은색 중절모에 선글라스를 낀 60대의 봉수. 중길의 무릎에 앉아있던 순정이 일어난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중길은 봉수를 경계하듯 쳐다본다.
봉수 :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홍여사님~
순정 : 저기 선생님.. 죄송해서 어쩌죠.. 휠체어는 다음에 타야겠는데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
중길 : 어디..가~?
순정 : 복지센터 회장님이신데... 바다 보러 가지 않겠냐고 하셔서요.. 오이도요..
봉수가 중절모를 벗어 느끼한 미소로 인사한다.
순정 :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선생님 서운하신거 아니시죠?
중길 : (마음 상한 듯)갔다와요..!
순정 : (미안해하며)죄송해요.. 쌀쌀한데 조금만 계시다 들어가세요~ 그럼 나중에 또 뵈요~
봉수는 순정의 손을 잡고 차까지 에스코트 해준다. 인상을 쓰고 이들을 바라만 보는 중길. 순정을 차에 태워 후진으로 동을 빠져나가는 봉수. 중길에게서 차는 점점 멀어지고 그것을 계속 응시하는 중길.
#9 중길의 방 안 (D)
방안으로 쓸쓸히 누워 TV를 보는 중길. TV에서는 <블루라군2> 영화가 나오고 있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해변에서 사랑 하는 내용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중길. 리모콘을 들어 TV를 끈다. 매트 위로 누워 잠시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번쩍 눈을 뜨는 중길.
#10 지하철 역(실외) (D)
지하철 장애인 전용 승강기 앞에 전동휠체어를 세워 놓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중길. 그 옆으로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그 여성의 다리에 눈이 가는 중길. 힐끗힐끗 쳐다보는 중길.
#11 지하철 안(오이도 행) (D)
지하철 좌석 끝 칸 옆에 전동휠체어를 세워 놓은 중길. 앞좌석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보인다. 커플 중 여자는 지하철 내 간판광고 속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있다.
여 : 쟤 진짜 몸매 이쁘다~ 그치?
남 : 응~ 이쁘네~
여 : 아주 입이 찢어지내?
남 : 뭐가?
여 : 왜? 저 여자가 나보다 더 좋아?!
남 : 무슨 소리야? 우리 바다 가서 뭐 먹을까?
여 : 저 여자가 나보다 더 좋냐고~!?
남 : 조개구이 어때? 어?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
여 : 내 말 지금 무시하냐?
남 : 수정아.. 에헤이~ 또 그런다~ 내가 가서 모듬회 쏠께!
여 : 아 됐어..! 안먹어
남 : + 조개구이, 아 너 왕새우 튀김 좋아하지? 왕새우튀김 먹으러가자!
여 : (환하게 웃으며)그래!
여자는 웃으며 남자에게 팔짱을 낀다.
여 : 근데 오늘 바다만 보고 바로 올거지? 이번에도 통금시간 넘으면 죽는단 말이야...
남 : 응..? 어.. 당연하지~ 알잖아~ 오빠 시간은 칼인거..!
여 : ...
남 : 수정아... 그런 일 절대 없어~ 수정이가 생각하는 일 절대 없어~
여 : 아니 난 그냥..
남 : 어떻게 각서라도 쓸까? 좋아...! 오빠가 혈서를 쓸게 그냥..
소년이 손가락을 깨물어 보는 시늉을 한다.
여 : 아~! 됐어...!
남 : 그래.. 역시 우린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 응...!?
선글라스를 낀 중길은 소녀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살며시 미소를 짓다 기침을 하며 천식치료기를 사용한다.
안내방송 : 다음 정차역은 오이도, 오이도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12 오이도 역 (D)
장애인 전용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중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앞으로 지하철에서 쉴 새 없이 떠들던 커플이 계속 얘기를 하며 지나간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탈 때 앞으로 타서 뒤로 돌아있는 중길. 뒤로 후진하여 내리려고 하지만 문에 자꾸 걸린다. 이를 그냥 보며 지나가는 연인들. 중길은 이리저리 흔들어 보지만 쉽지 않다. 다시 닫히는 승강기의 문.
#13 모항항 흰 등대 (D)
등대 앞으로 검은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온다. 봉수와 순정이 차에서 내린다. 봉수는 트렁크 쪽으로 향하고 순정은 바다 쪽으로 걸어간다. 순정은 향긋한 바닷가의 향기에 크게 숨을 들이 쉰다.
순정 : 하...
봉수가 뒷짐을 지고 순정의 뒤로 다가온다.
봉수 : 죽이죠?
순정 : 아.. 이 바다 좀 봐요.. 꼭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아요.. 한번쯤 겨울바다에 와보고 싶었는데.. 저 같은 늙은이가 기회가 있어야죠..
봉수 : 오시면 좋을거라고 했죠~ 자 그럼~ 오늘 홍여사님과의 즐거운 추억을 위하여~ 짜라잔~
봉수는 복분자와 두 개의 와인 잔을 내민다. 순정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웃는다.
#14 오이도 역 앞 (D)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이도 역에서 나오는 중길. 옆에 사진기를 어깨에 매고 나오는 한 남자. 중길에 앞에 펼쳐진 우뚝 선 아파트 단지들. 막막함이 밀려온다. 사진기로 오이도역 주변을 찍기 시작하는 남자. 중길은 순정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INS 차 안의 순정의 휴대폰 진동. 순정은 보지 못한다.
중길 : 아...! 이런 제길!
역 앞 정산소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무단 주차를 하고 차를 저지하는 직원이 보인다.
직원 : (큰 소리로)아저씨! 거기다 차 대면 안돼요! (혼잣말)차를 주차장에다 대야지...!
중길 : 이봐요!
자신의 앞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전동휠체어를 발견한 직원.
직원: (귀찮다는 듯)장애인 주차는 저쪽 이니까 거기다 대시면 되요.
직원은 중길이 자신의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잠시 서로 바라본다.
직원 : 할아버지~ 저기 저쪽으로 가시면요..
직원이 허리를 숙여 위치를 알려주자 중길은 직원의 귀를 잡아끈다.
직원 : 아..! 아아아!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중길 : 여기 여자랑 갈만한 바다가 어디요?
#15 오이도 길 → 태안 해변가 (D)
전동휠체어를 탄 채 신호등을 기다리는 중길, 인도 위로 가다 사람들과 부딪혀 비난을 받는 중길, 차도를 달리다 너무 느려 뒤에 차들이 클락션을 울리는 상황, 도로를 달리고 계속 달리는 중길.
(NA)
직원 : (웃으며) 아~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오셨구나~? 안 그래 보이시는데 은근 멋쟁이시네~ 아 원래 이런거 비밀인데, 할아버님이 이렇게 까지 하시니까.. 여기 정말 죽이는 곳이 있거든요~ 거기 일몰이 죽이는데! 모르는 사람끼리도 연인이 돼서 돌아간다니까요!?
INS 봉수와 순정이 복분자를 마시며 서로 다정하게 웃는다.
직원 : 어디냐면요.. 여기서 쭉 내려가셔서 좌회전 하시구요 또 내려가서 우회전하시고.. 거기서 우측 2시방향으로 한 500M 가시다가 좌회전에 또 바로 좌회전 그리고 또 다시 좌회전 또 좌회전 우회전 홍회전 홍회사...! 홍여사! 홍여사!! 홍여사!!!
해변가 언덕에서 전동휠체어 팔 받침대를 쾅쾅 치며 소리를 지르는 중길. 광활한 언덕 위에 홀로 전동휠체어에 타 있는 중길. 중길은 잠시 바다를 바라본다.
#16 모항항 흰 등대 (D)
봉수와 순정은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고급승용차 본네트 옆에 기대있는 봉수와 순정. 순정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순정 :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회장님 이제 가야 될거 같은데..
봉수 : 그럴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차에 시동을 거는 봉수.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순정 : 왜요..? 뭐가 안되요..?
봉수 : 아무래도 차가 퍼진거 같은데요.. 이거 어쩌죠...
순정 : ....
#17 태안 해변가 (D)
휠체어 베터리 부분은 빨간색으로 점등되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순정을 찾다 기력이 소진되어 힘없이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중길. 기침이 다시 나온다.
30m 떨어진 곳에선 한 사진작가가 바다를 풍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중길의 기침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중길을 보고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가간다.
작가 : 할아버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기침을 마무리 하며 작가를 쳐다보는 중길. 작가는 이내 무릎을 꿇고 자세를 잡는다.
작가 : 할아버지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자 하나 둘
찰칵 소리를 내며 셔터음이 난다. 중길은 대꾸할 힘도 없는 듯 가만히 하늘만 바라본다.
작가는 한 두 번 더 찍더니 사진기를 가지고 중길에게 다가가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작가 : 아 할아버지 좋아요~ 사진 찍을 줄 아시는구나~ 한번 보실래요?
중길은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 고독하고 힘없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사진을 넘기며 보여주는 작가. 중길의 사진이 두 세장 나오더니 다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진이 나온다. 중길은 눈이 커지며 작가의 손을 잡는다.
작가 : (DSLR LCD를 보여주며) 아~ 제가 요새 노인분들 사진을 많이 찍고 있거든요~ 참 보기 좋죠?
중길 : 이거 어디서 찍었소...?!
사진안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름 아닌 봉수와 순정이다.
#18 모항항 흰 등대 (D)
경고음이 울리는 채 전속력으로 순정을 향하는 중길.
중길 : 홍여사..!
경고음을 울리던 휠체어는 100M앞에서 멈춰 버린다. 중길은 계속 조이스틱을 움직여보지만 휠체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중길은 그 자리에서 소리쳐본다.
중길 : 홍여사...!! 홍여사..!!!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 거리다. 중길은 휠체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본다.
중길 : 아고고고고...!
멀리서 전화를 하고 있는 봉수가 보인다.
#19 오이도 등대 앞 (D) → (E)
봉수는 전화기를 끊으며 순정에게 돌아선다.
봉수 : 도착하려면 1시간도 더 기다려야 된다는데요.. 날씨도 쌀쌀한데 근처 어디 좀 들어가서 쉬고 있으시죠~
순정 : 네..? 아.. 전.. 그냥 차에 있을게요..
봉수 :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괜찮아요~ 몸 좀 녹이고 계시다 보면 금방 와요~
순정 : 아니에요~ 그냥 차에 있을게요~ 회장님.. 다녀오세요~
봉수 : 아 글쎄 괜찮다니...
이때 옆에서 무언가 날아와 봉수의 이마를 맞춘다. 머리를 잡고 아파하는 봉수와 바닥에 떨어진 천식 치료기. 순정이 옆을 돌아보니 중길이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다. 순정은 중길의 등장에 놀라 잠시 멈칫하더니 곧 다가간다.
봉수 : 아...이고!
순정 : 어머... 선생님.....!!
중길 : (씩씩 거리며)....
순정 : 아니.. 이 몸으로 여기까지 어떻게.. 아휴~ 감기라도 들으시면 어쩌시려구요~
순정은 자신의 스카프를 중길의 목에 메어 준다. 중길이 순정의 손을 잡는다. 순정은 중길을 바라본다. 순정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 중길의 천식치료기를 발로 밟아 부서트리는 봉수.
봉수 : (중길에게 삿대질) 시방 뭐하는겨?
순정은 깨진 천식 치료기와 봉수의 달라진 말투에 놀란다.
순정 : 회장님...
봉수 : 아이 홍순정이는 나와봐
봉수는 순정을 옆으로 밀어두고 중길에게 다가간다.
봉수 : 여기는 말이여! 나의! 응!? 나와 순정씨를 위한! 자리여 알것어!? 순정씨 입장도 생각해 줘야제~ 아 안그려요 순정씨!?
봉수에게 온힘을 다해 뺨을 치는 순정. 봉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순정을 바라본다.
순정 : 제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
봉수 눈치를 보며 기침을 더 심하게 하는 중길. 봉수는 그럼 중길의 모습에 어이없어 한다. 순정은 봉수에게 등을 돌리고 중길을 부축해 자리를 떠난다. 봉수는 맞은 뺨에 손을 대고 아파한다. 부축을 당하며 돌아가던 중길이 기침을 하며 뒤돌아 봉수를 향해 살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등대를 빠져나오는 중길과 순정, 그리고 남겨진 봉수. 하늘의 노을은 완전히 붉게 물들어 절경을 이룬다. 파도가 방파제를 세차게 때린다. 고전 멜로 영화의 끝을 알리는 ‘THE HAPPY ENDING’ 이 뜬다.
#20 응급실 앞 (N)
며느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있다.
며느리 : 그래서요?
순정 : 응..?
며느리 : 그런데 왜 아버님이 저렇게 되신거냐구요..!?
이때 진료가 끝난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온다.
의사 : 안중길씨 보호자 분?
며느리, 순정 : 예?
며느리는 순정을 쳐다보고 순정은 며느리를 쳐다보다 머쓱해 한다.
의사 : 두 분 다 같이 들어오세요.
#21 응급실 중길의 침대 (N)
중길은 순정의 스카프를 목에 맨 채 산소 호흡기를 채운채 잠들어 있다.
의사 : 약물 과다 복용이에요
며느리 : 약이라뇨...? 저희 아버님 약이라곤 천식 약밖에 없는데...?
의사 : 차트 기록 보니까.. 비뇨기과에도 몇 번 가셨던데.. 모르셨어요?
며느리 : ....
의사 : 레비트라. 쉽게 말해 비아그라인데 효과가 좀 더 쌔죠,
의사를 사이로 며느리는 어의가 없다는 듯 탄성이 나오고 순정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의사 : 이 나이쯤 되시면 정서적인 불안이나 우울증 때문에 발병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괜찮아지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시구요, 이 나이에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젊은 저희보다 파이팅이 넘치시네~ 하하~
잠들어 있는 중길은 좋은 꿈을 꾸는지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END
#22 오이도 등대 앞 (E)
차의 시동을 걸어보는 봉수. 하지만 걸리지 않는다. 일몰과 함께 봉수의 차도 붉게 물들어간다.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