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운동의 목적과 대상으로 삼기: 세번째 만남 후기
세번째 만남은 삶나눔 후에 봄눈별의 삶을 나누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삶나눔 과정에서 '생명감수성', '믿음'과 '마음'이라는 숙제를 받았다. 믿음과 마음이란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종의 도그마인 것 같아 또 며칠간 몸져누웠다가 겨우 일어났다. 마음이란 결국 암묵적이고 집합적인 개념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저항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자 레짐이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삶 나눔 이후에 이어진 봄눈별의 자립기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단순하였고, 또 거기서 오는 우아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어찌하여 채식을 시작하고 완전히 비건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냉장고, 세탁기도 화장실도 떠났다니 .. 충격이 휘몰아치는 삶의 모양새였다. 상품과 서비스를 비워내기 위해 휴지를 쓰지 않고 손수건을 들고다닌다는 말에 내심 '나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동시에 자연 앞에 겸손하기 위해 삶을 다스리는 일을 해내고 있는 이 사람의 삶이 참 부럽기도 했다.
나는 삼십대가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타인 앞에 드러내기도 두려움이 크고,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 의지를 갖는 일도 어려움이 크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까지 이 사람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 소외시킨 자기 안의 목소리들은 몇몇이었을까 상상하면서 그 외로움의 깊이를 헤아려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언젠가 나도 어머니 대지, 모두가 약속한 장소로 돌아가 거대한 순환에 담담하게 참여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려고 한다. 그러나 봄눈별은 '언젠가'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대한 순환 속의 삶을 현재에 실천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의지를 가진 누군가는 담담하게 미래를 현재로 끌어와 실존의 한계와 부조리를 극복해가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우아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렇지 못한 내 삶의 양상에 대해 아픔과 부끄러움도 많이 느껴졌다.
나는 단순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컬리, 쿠팡, 아이디어스, 네이버 쇼핑 등등 각종 쇼핑 어플들을 파도타듯 서핑하며 돌아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이거저거 주문해 냉장고에 쌓아두면서 불안을 던다. 돌봄은 중요하지만 청소는 힘들고,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어야할까 하는 조바심을 몇 번이고 느낀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런 충돌 속에서 내 삶은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아마 내가 봄눈별의 삶에서 느낀 우아함과 단순함이란 것은 꾸밈없는 소박한 상태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걸맞게 생각들이 정렬되어 있음에서 나오는 단순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상태에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일이 줄고, 잡념에 주의를 빼앗겨 혼탁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랜 고뇌 끝에 단순함을 갖춘 이들은 목표에 필요한 실천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으레 불편함도 견디게 되는 것 같다. 반면 소박하지 못 한 내 삶은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단순함이 드러나기 위해 삶의 목표와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이겠다.
그렇지만 단순하지 못하다고 해서 내 삶이 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번잡한 삶에는 또 번잡한 삶의 고통과 통찰이 있고, 고통과 의심과 슬픔을 통해서 외연이 확장되는 경험들은 나의 삶에 다른 형태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으므로 그의 삶과 비교하여 타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 안에도 그렇게 살고싶어하는 어떤 욕구가 분명 있으며 그 것이 미루어지고 실현되지 못한 슬픔이 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다.
자기 자신을 운동의 목적으로 삼는 다는 것이 자립과 대안을 위한 초석이라는 가르침. 그 것이 세 번째 만남에서 배움인 듯하다.
첫댓글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만남을 가지고, 사색하고, 텃밭도 가꾸는 비름님의 일상에서도 봄눈별의 일상과 함께 어머니 대지와 연결되어 함께 순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저도 참 저를 드러내는게 어렵고, 의지내고 마음 내는 것이 힘든데요.. 같이 방황하면서 어렵다 힘들다 하면서 나아가보아요.
그리고 시농제때 만들어오신 브로콜리마늘볶음 친구들과 잘 나누어먹었어요 ! 잘 먹었다고 말씀드리려했는데 강의 끝나고 후닥닥 나오느니라 까먹어버렸네요 ㅎㅎ..
오늘 하루 평안하길 바라요 ~!
고마워요 해봄 ㅎ 해봄의 바람 덕분인지 오늘 하루 뜨뜻하고 평화로웠어요:) 주말 평화로이 보내고 화요일날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