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생
김 할머니는 76세(1950년생)이신데 뇌경색증 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보호자인 아들이 매일 와서 식사수발을 한다. 아들 박◯◯ 씨는 1985년생으로 41세이다. 아들은 매일 병원으로 출근하여 저녁까지 있다가 집으로 간다.
요양보호사가 있지만 환자의 배우자나 자녀가 매일 와서 간병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이한 점은 간병하는 자녀 중에 80년대 생이 많다는 점이다. 80년대 생의 절반이 싱글이라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싱글(Single)이란 하나라는 의미로 미혼이거나 이혼하여 혼자가 된 사람을 말한다.
85년생인 김 할머니의 아들 박 씨의 성장환경을 살펴보자.
한국전쟁 후 잿더미에서 일어선 대한민국은 박정희 정권 때(1963년~1979년 10월)부터 경제성장의 시동을 걸었다. 1960년 국민소득 79불에서 시작하여 1963년 국민소득 100불을 넘겼다. 1977년에 국민소득 천 불을 넘긴 이후 우리나라는 고속성장을 한다.
박 씨는 1985년 국민소득 2,300불 시대에 태어났다. 4살 때 88서울올림픽을 보고 부모와 같이 박수 치며 자랑스러움을 느꼈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인 고교 2학년인 17세에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를 친구들과 보면서 감격한 세대이다. 2002년은 단군 이래 5천 년 역사에 최고의 영광스러운 한 해로 국민소득 13,000불을 달성한 해였다. 하지만 12살 때인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모의 실직을 경험한 세대다.
1985년생은 대학 진학률이 최고를 기록한 세대였다. 04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사회에서 필요한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어학연수니, 인턴이니, 영어 점수 등의 스펙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던 세대였다. 경제 호황으로 이들의 교육비에 엄청 많은 투자를 했지만, 대학 졸업 후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황금 같은 20대 중반(23~26세)에 취업 절벽 시대를 살았다. 결정적인 3~4년간 취업 기회를 놓치게 되니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동생들에게 밀려나 수난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이다.
자녀 중에 직장이나 일터가 있으면 돈을 벌어 입원비를 내고, 일터가 없는 자녀가 결국 부모 간병을 도맡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간병인을 쓰면 매달 4~5백만 원이 드니 차라리 자녀가 간병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드는 것이다. 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40대인 자녀를 결혼 못 시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82년 생 딸, 84년 생 아들 백수를 집에 데리고 있는 가정이 아주 많다.
직장을 못 찾아 방황하다 35세 때인 2020년 결국 자영업 창업에 나서는데 코로나 사태로 몇 년 간 대면으로는 일을 못 하게 만들어 폐업이 속출하였다. 이쯤 되니 저주의 세대가 되었다고 이들은 자조한다. 코로나 시기를 4년이나 거치며 택배나 쿠팡 같은 온라인 사업이 번창하면서 소규모 가게는 죽는 시대가 되었다. 80년대 생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절이 계속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1950년대 생이 최대의 축복을 받은 세대이다. 1956년생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어린 시절에 길거리에 얼어 죽은 사람을 간혹 본 적이 있다. 다 피우고 길거리에 버린 담배꽁초를 어른들이 소중히 찾아내어 다시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것을 흔히 보았다.
1970년대 중반 공업화가 한창 진행되어 공대 4학년 1학기면 벌써 회사에 취업하여 2학기는 수업도 받지 않고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역사 이래 이만큼 초고속 경제성장을 체험한 세대는 없다. 국민소득 천 불(1977년)을 달성한 이래, 2천 불(1983년), 1만 불(1995년), 2만 불(2006년)까지 50년 동안 초고속성장을 이룬 것이다. 경제적 영광을 맛본 50년대 생의 자녀들이 바로 수난의 세대 1980년대 생이 된 것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밥벌이는 해야 하는데 늙은 부모의 돈으로 생활하는 일명 캥거루족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 부모들은 부모님을 평생 모시다가 이제는 자식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이다. 40대들은 앞으로도 사오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대기업 임원이 퇴직 후 일하려고 은퇴 전 안식년을 이용하여 도배를 배우는 것을 TV에서 보았다. 이분은 인터넷 시대에 집의 작은방을 사무실로 삼고 제2의 창업을 준비하고 계셨다.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폴리텍 같은 전문기술학교에 들어가 평생 일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최선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도 평생직장을 찾아 영도에 있는 오션폴리텍에 들어가 단기과정으로 항해사, 기관사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40대들에게 인생은 너무 길게 남아 있다. 부모가 죽으면 같이 죽을 것인가? 환갑이 넘어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 새벽부터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 병 수발은 요양보호사에게 맡기고, 학벌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새로운 전문기술직에 도전해 보는 것이 병든 부모가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