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동거
우리가족은 5월 초순 고추파종을 한다.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나무 첫 번째 꽃 봉우리 피면 우리가족 용숫말 들판에 이끌려 고추모 식재를 한다. 겨울철 아버지는 고추모를 1천개 이상 비닐하우스에서 관리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잘 자란 고추모를 차량으로 밭에 옮긴다. 가을에 갈아 놓은 밭의 고랑사이에 흙을 두둑하게 올려 만들은 밭이랑에 덮어놓은 비닐하우스에 구멍을 뚫고 물을 준다. 뚫어놓은 이랑에 있는 구덩이에 고추모종을 1개씩 넣고는 흙을 덮는다. 고추를 다 심고 나면 줄을 세우고 말뚝을 박는다.
어린모가 비닐온실에 겨우내 있다가 세상에서 나와 독립하는 날, 나는 노심초사이다. 어찌 비바람 맞으며 생물은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으랴! 어린고추나무가 바람이나 냉기로 죽지는 않을까? 큰 걱정이다. 곧 매서운 봄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기세이다. 부지런한 촌로 고추나무 지지대 틈새기 노끈을 굴비 매듯이 어린 고추모를 엮는다.
우리가족은 우렁이가족이다. 강한 비바람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매운 고추가족 부럽지 않다. 부모님은 전업농이다. 부모님은 60여년이상 벼농사와 밭작물을 수확을 했다. 농사를 지어 우리 6남매 대학교를 가리키고 결혼을 시켰다. 우리가족이 모이면 우렁이 대가족이다.
작년 5월 밭에다 심고 남은 고추모를 집에 가져와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아파트에 심어놓은 고추나무 관리에 소홀했다. 만족할 만한 고추 수확은 하지 못했다. 우리 집 아파트 화분에서 고추 1차 수확이 끝나자 고추나무가 시들어지더니 죽었다. 나는 화분에서 죽은 고추나무를 베어 벼렸다.
나는 외면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가끔 고추나무가 화분에 없어도 생각 없이 화분에다 틈틈이 물을 조금씩 주었다. 며칠 후 베어버린 곁가지에서 새순이 나왔다. 다시 고추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고 또 고추가 열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새로 고추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자라난 순에서 고추열매가 열리더니, 잘 자랐다.
한해가 지나고 1월 겨울이다. 우리 집 거실에 고추는 익어가고 있다. 생명력 대단하다. 나는 매일 만져보고 예뻐한다. 고놈 참, 예쁘다.
아침 출근길에 고추화분을 베란다에 내다 놓는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거실은 작물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집으로 퇴근하면 아침에 내다놓은 화분고추를 다시 거실로 옮겨 놓는다. 그런 정성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추나무는 1월 중순인데도 싱싱하고 탐스럽다. 나는 더러 익은 고추를 따서 고추장 찍어 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겨울철 에도 제법 잘 자라고 있는 신기한 고추나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자랑을 하곤 했다. 사람들은 ‘신기하다.’ 보다는 ‘익은 고추를 따서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라고 손 사례를 치곤했다.
고추나무와 아찔한 동거는 올 5월 초순이 되면 만 1년이 된다. 내가 고추나무와 아찔한 동거를 이어가게 한 것은 매일 고추나무가 잘 자라도록 온도를 유지해준 덕분이다. 지금까지 그동안 동거한 고추나무에게 관심과 애정을 버렸다면 이처럼 친밀한 동거는 아예 염두를 두지 못했을 것이다. 고추나무는 나의 애정 어린 동거에 보답을 하나 보다.
직장생활 시작한지 32년이 다 되어 간다. 예산군은 나에게 화답이 없다. 올 7월이면 팀장(6급)15년 된다. 늦었다. 부끄럽다. 부모님 찾아뵙기도 전화하기도 망설여진다.
사람이 식물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면 생명을 끈을 놓지 않고 보답한다. '라는 사실을 최근 고추나무와 아찔한 동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고추나무와 나와의 아찔한 동거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고추나무가 다시 시들어 버려도 똑 같은 애정으로 동거하면서 물을 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나와 예산군, 고추나무와 나와의 아찔한 동거는 지속되리라. 작년에 고추나무사랑에 기대를 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듯이 올해에 소중한 기적이 일어났으면 한다.
인간과 인간, 그리고 사물과 인간간의 아찔한 동거는 즐거운 일이다. 스릴이 있고 기대 된다. 올해도 고추나무와의 아찔한 동거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고추를 화분에 정성들여 가꾸게 되니 정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군요 정말 매일 보면서 즐거운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분명 기적은 일어날 거예요.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성실함과 부지린함그리고 잘돌봄의 타고난 공복이십니다
저는 잘압니다
고추에 물을주고 때가되면 열먜가 익듯이 빨리 익고 늦게 익는 고추처렴 잘익은 고추 하나 메달릴 겁니다
부회장님 화이팅 좋은 날들이 가득히~~!
오늘 출근전 살펴보니
고추나무에 또 꽃이 피었네요.
최병교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