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영역의 종교오염 막아야 -박광서-

[mita48]

공공영역의 종교오염 막아야

박광서 -

우리나라는 자유민주국가이다. 특히 지난 20여 년 간 민주화, 투명성, 평등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어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인, 언론인, 교육자, 종교문화인, 시민운동가 등 사회지도자들은 그동안 거대담론에만 매달려 온 결과 개인적이고 은밀한 자유․평등 과제인 ‘종교의 자유’ 문제와 그에 따른 심각한 인권유린 현상에 대해 오히려 무감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공교육 현장, 공직사회, 공공장소에서 헌법으로 보장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에 위배되는 사례들을 점검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공교육 현장에서의 청소년 인권 유린

학교 내 종교자유 문제는 2004년 당시 대광고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 군이 학교의 강제적인 예배 및 기도에 반발하여 1인 시위와 단식을 했던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학교의 퇴학처분과 법원의 복학 판결로 사회이슈가 됨으로써, 그동안 수십 년 간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청소년들의 인권을 무시한 채 특정종교를 강요해오면서도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던 기독교계 중고등학교에서의 예배 및 기도 강요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만일 불자의 자녀가 국가가 배정해준 학교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개신교 수업과 예배, 조회 및 종례 시 찬양 및 기도, 일요일 교회 출석, 예배헌금, 성경 외우기나 찬송가 연습 등 타종교 활동을 강요받는다면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강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종교가 없거나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외되고 차별 받는 심적 고통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학생회나 학급 임원 후보가 되려고 해도 ‘특정 종교의 신자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타종교 학생은 원천적으로 입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있고, 종교과목 평가에 따라 우등상 지급 조건에도 차별을 두며, 심지어는 수업 중에 ‘불교는 마귀의 종교이고, 기독교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등 타종교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게 다반사라고 하니 정상적인 교육환경일 수 없으며 딴 세상 얘기 같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헌법 제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여러 가지 자유를 말하지만, 그 중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특히 아무것도 믿지 않을 권리, 즉 어떤 종교로부터도 강제 받지 않을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자유이자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인권이다. 불행하게도 서양종교가 서구문물, 특히 교육과 의료 부문 속에 묻혀 들어오는 과정에서 각별한 역할과 위상을 인정받으면서 그동안 초법적, 위헌적 선교행위를 해오고 있으며 그 잘못된 관행은 무소불위의 기득권처럼 굳어져 왔다. 그러나 평준화 제도 도입과 함께 사립학교일지라도 교사의 급여를 백%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므로 모든 교직원들은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학교 전체예산의 98%를 국가지원이나 학생들의 공납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사립학교라고 할 수 없으며 공립학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특정종교를 선교하고 종교적 차별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위헌이다.

우리나라 같이 남북, 지역, 계층간, 세대간, 빈부, 남녀 등 각종 갈등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에서 잠재적 폭발 가능성이 많은 종교 갈등마저 미리 예방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 강요는 정신적 폭력이며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종교계의 안이하고 기득권적인 사고와 관행으로 인해 우리 자녀들과 청소년들이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 고통을 받는 교육현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비와 사랑 대신 소외와 차별을 맛보고, 자유와 소신 대신 편견과 굴종을 익히게 되며, 배려와 관용보다는 증오와 폭력을 배우게 될까 우려된다.


공직사회나 공공장소에서의 종교 오염

공직사회나 공공장소에서의 종교 오염 또한 뿌리가 깊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교분리 원칙은 우리나라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종교적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민들 간에 합의한 안전장치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사회에서 공직자는 국민이 선출한 종이요 심부름꾼이다. 공직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자리이지 공직자 자신이나 그 가족, 아니면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한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특정종교 활동으로 공사마저 구분 못하는 함량미달인 사람이 공직자거나 공인이라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유쾌할 수 없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자.

지난 연말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교회와 동사무소가 협력하는 소위 ‘교동협의회’를 구성, 복지 선교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선교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자손인 여호와가 보낸 민선 구청장이라고 자랑스레 떠들고 다닌다니 구민의 심부름꾼인지 개신교 전도사인지 알 수 없다.

2004년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며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직접 낭독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봉헌서에 서울시장이란 직함과 서울시 공식 휘장이 동원되고도 개인 장로 자격이었다고 변명에 급급했고, 대선이 치러지는 해인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전국적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포한 점을 상기하면 올해 종교 관련하여 사고 칠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지난해에도 부산 해운대에서 있었던 개신교 부흥회에 'OO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몰상식한 행사가 있었는데, 이명박씨 여기에도 예외 없이 축하메세지를 보내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2004년 봄 정장식 전 포항시장은 성시화운동 세계대회 명예준비위원장으로 행사에 참석해 포항시 재정 1%를 성시화사업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상상할 수 없는 발상으로 인해 국민은 우려와 유감 차원을 넘어 분노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그는 치명상을 입고 결국 경북지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또 2005년에는 문봉주 뉴욕 총영사가 교포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성경강좌를 개설하여 말썽이 생겼다. “크리스천으로서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 자신의 성경강좌를 통해 불교계가 입은 피해가 뭐냐”고 항변하던 그도 국내외 여론과 불교계의 집요한 요청에 “자신의 어깨보다는 공직자의 어깨가 훨씬 무거움을 이번 기회로 깨닫게 되었다”고 언급하면서 5회 강의만에 중도하차 해야만 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의 공직윤리는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비교해 보자. 지난해 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140만 명에게 카드를 보내면서, 예년과 달리 카드에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표현은 물론 산타클로스나 트리도 없이 ‘희망과 행복이 깃드는 홀리데이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대신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카드를 받는 사람이 비기독교인일 경우 ‘크리스마스’란 표현에 불쾌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걸프전 때 미국대통령이었던 H.W. 부시(현 43대 조지 W. 부시의 아버지)도 이라크 방문 시 기독교 예배참석 요구에 기독교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점잖게 거부했다고 한다. 또 전 국민의 80% 가량이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에서는 모든 공직자들이 공식적인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 장로 대통령이 재임 시 국방부 예배에 공식 참가하여 타종교인들의 왕래도 제한하는 등 파장을 일으킨 바 있고, 이명박 장로 시장의 이번 기독교 행사 참석 및 서울시 봉헌 선언도 왜 우리나라가 선진 국가가 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인지 명료하게 보여준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대표나 올림픽 대표의 기도 세리머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들도 공인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가대표팀 운영경비는 국가예산으로 지원되고,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병역면제나 연금혜택 역시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불자들이 낸 세금이 기독교인 육성 기금으로 쓰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박주영이나 이영표 등 운동을 통해 개신교 전도를 꿈꾸는 선수들은 골 넣은 후 기도세리머니를 아주 당연한 것처럼 한다. 차범근 축구감독이나 김호철 배구감독도 개념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비해 올림픽 대표인 한 불자선수가 승리 후 합장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이지, 불교 대표가 아니다”며 말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성숙하고 당당한 태도인가.

또한 국가예산으로 파견되는 해외봉사단 선발 시 ‘비전 있는 ○○교인, 심신이 건강한 ○○교 청장년 남녀’ 등의 표현으로 특정 종교인이 아니면 지원조차 하지 못해 온 사실에 대해 2005년 행정자치부에 개선을 촉구한 바, ‘시험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회신을 받음으로써 일단 시정 완료된 상태이다.


공공장소나 공공자산이 특정 종교 선교로 이용되는 것도 막아야

기독교 문화배경을 가진 서구에서조차, 타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공장소를 특정종교 선교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여 어느 정도 공감대 및 기준이 마련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2000년 11월 미국 앨라배마 주 로이 무어 대법원장이 십계명 기념비를 설계 제작하여 법원 청사에 설치한 데 대해, 2001년 10월 법원 건물에 출입하는 변호사 3명이 이 석판이 불쾌감을 준다면서 제거를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된 소위 ‘십계명 사건’은 미국 헌법의 정교분리 정신이 얼마나 치열한 논쟁거리인지 확인시켜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방지법, 연방고등법원 모두 만장일치로 공공장소에 십계명을 설치한 것은 정교분리에 위배된다고 판결하였고, 철거를 거부한 무어 대법원장은 결국 명령불복종으로 직위해제까지 되었다

또 미국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은 2006년 12월 그동안 25년간 매년 연말에 청사를 장식해 온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15개 등 성탄절 장식물을 모두 철거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랍비가 공항측에 “유대교 명절인 봉헌절에 맞춰 유대교의 상징인 대형촛불 메노라를 함께 설치해 달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항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공항 측에 요구했기 때문인데, 이에 공항측은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차라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없앤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2003년 12월 소위 '성시화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던 당시 이국진 예산경찰서장이 청사 옥상 공간에 예배당을 설치한 사건도 공공장소의 사적 이용의 대표적 사례이다.

공공장소의 선교광고도 문제다. 고속도로나 옥외광고판에 ‘JESUS LOVES YOU’(고려은단) 또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인정건설)라는 선교문구 삽입을 허용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광고판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가족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성경 구절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지폐에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도장을 찍어서 돌리는 몰상식한 개신교인들도 있다. 또 강의실 정면에 십자가나 불상을 걸어 타종교인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기도 하며,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중파라는 공공자산을 이용하여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연예인들의 행위도 양식 있는 시민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는 사례도 있다. 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시위했던 사람들 중 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5인이 “갑자기 교인들이 찾아와 큰 소리로 예배를 보는 것에 대해 ‘교인이 아니며, 예배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예배를 강행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서는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유치인 인성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매주 수·일요일 특정교회의 방문 및 종교의식을 허용해 왔고, 사건 당일도 특정교인들이 방문해 진정인들의 요청을 묵살한 채 큰 소리로 예배를 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의식 참여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되며, 큰 소리로 예배를 보는 경우 소음 및 특정종교 강요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어 헌법 제20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기본권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규정하고 시정 권고를 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종교자유와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이 지켜지지 않고 기본권이 침해되는 현상의 본질은 ‘주지 않은 것을 특정종교가 마치 특권인 것처럼 강제로 빼앗아 사용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불교적으로 보자면 불살생(폭력이나 강제는 안 된다)과 불투도(주지 않은 것은 갖지 않는다) 두 가지 계를 한꺼번에 범한 것이 된다.

공공성을 해치는 기독교계의 문제는 그들의 독선 때문이겠지만, 불교인들 스스로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불교는 일부 기독교계의 비상식적인 처사와 국가의 무책임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을 해오지 못한 책임을 절감하고 사회정의와 종교자유를 위해 새롭게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Freedom is not free, 즉 자유도 평등도 누가 안겨다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자유 문제도 스스로 풀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누군가 해주겠지 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무임승차에 다름 아니다. 우리 불자들은 겸손하고 상을 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겸손과 비굴은 다르며, 중생의 아픔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의식 없음이 무심으로 미화되어서도, 회피가 중도로 포장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종교인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풍토를 만들어나감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마지막 장치로서 법률적 해결, 즉 법치주의에 기대하는 도리밖에 없다. 인간의 기본권인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부당함도 꿋꿋이 맞서는 시민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望月]

정치인이 종교적 성향을 띠면 이보다 무서운것이 없습니다

[김수연(청정심)]

무조건 참고 이해 하고 배려하는것만이 불자로서 자비심을 일커은것만도 아닙니다 최소한 무엇이 상식이고 배려인지를알도록 대응할줄도알아야합니다 ㅡ석가모니불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