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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04
S#1. 병원 응급실
3회와 연결해서... 침대에 앉아서 겁에 질린 눈으로 은성 보는 할머니.
은성 : (맘 안 좋지만 어쩔 수 없는, 다가가서) 할머니, 전 지금 가봐야 돼요... 동생 찾으러 다녀야 해서요.
할머니 : (눈에 물기 어린다)
은성 : (약해지는 마음 다잡으며) 그럼... 저 가볼께요. 빨리 기억 찾으세요. (돌아서는데)
할머니 : (은성 윗도리 자락 꽉 잡는)
은성 : (가려다 멈칫, 돌아보면)
할머니 : (눈물 글썽해서 절박하게 은성 보는)
은성 : (영문 몰라) 할머니... (하다 내려다보면)
할머니 : (은성 잡은 팔 달달 떨고 있다)
은성 : (할머니 두려움 느껴지는, 다시 할머니 보는)
<프래쉬 백-3회 75씬 중에서>
할머니 : (사정하는) 피붙이 하나 죽고 혈혈단신 혼자 벌어 묵고 사는 늙은이여.
할머니 : (떨리는) 쩌그... 나 여기 혼자 못 있겠는디...
은성 : (갈등으로 할머니 보는) ...
S#2. 은성 방
할머니 부축해서 들어오는 은성.
은성 : 할머니 잠깐만요... (얼른 이불 요 집어다 펴는)
할머니 : (기죽고 불안한 모습으로 둘러보는)
은성 : (할머니 팔 잡아 앉히며) 여기 누우세요... 참, 아침 안 드셨죠?
할머니 : (눈치 보이는) 아녀 괜찮구만...
은성 : 저도 아직 아침 못 먹었어요. (일어서다) 아!... 근데 밥이 없어요, 할머니.
(미안한) 팔다 남은 만두에 만들다 망친 만두까지 많아서 그거 먹을려구 밥 안했거든요.
할머니 : 암시랑토 않은디... (쪼르륵 소리 들린다)
<시간경과>
작은 밥상 놓고 마주앉아서 만두국 먹고 있는 할머니와 은성.
은성 : 할머니, 저 나갔다 있다 밤에나 올 거예요. 안정 취하셔야 하니까 누워서 쉬고 계세요.
할머니 : 고맙구먼...
은성 : 약도 꼭 드시구요.
할머니 : (미안한) 나가 우짜 이라는가 모르겄네...
은성 : (짠하게 보는)
S#3. 환 방
잠은 깼지만 속상해 길게 늘어져 누워있는 환. 영란, 들어온다.
영란 : 환아... (눈치 보는) 아직 자니?
환 : (보란 듯이 몸 돌려 눕는)
영란 : 깼으면 내려가 밥 먹자. (할머니 없다는) 할머니, 새벽같이 나가셨대.
환 : (돌아보면)
영란 : 배고프지? 어제 저녁두 못 먹구 울 아들... 배고파서 어떻게 잤어?
환 : (일어나 앉으며) 잤겠어?
영란 : 아유 그래, 난생처음 할머니한테 맞았는데 잠이 오겠니? 나두 속상해 가슴 벌렁거려 잠 설쳤는데.
환 : (침대에서 내려서며) 티켓 끊어줘.
영란 : 티켓?... 비행기 티켓? 환아 그건 일단 할머니한테,
환 : (부아나는) 됐어! (욕실로 확 들어가 버리는)
영란 : 진짜 어머니 땜에 내가 못살아!... (속상해서 욕실 문 보고)
S#4. 은성 방
불안하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누워있는 할머니.
S#5. 거리
운전하는 환, 할머니에게 맞았다는 충격과 배신감에 곤두서있다.
<프래쉬 컷- 3회 64씬에서 있는 대로 뺨 후려치던 할머니>
생각할수록 충격인 환, 인상 팍 쓰고 악셀 밟는다.
S#6. 여행사
직원 앞에 앉아있는 환.
환 : 뉴욕 행, 무조건 젤 빠른걸루.
직원 : (모니터 보며) 내일은 없구요, 모레 저녁 8시에 있네요.
환 : (끄덕이며) 일등석, 편도.
직원 : 1년짜리 왕복 값하고 거의 차이가 없는데,
환 : (o.l, 쏘아보며) 편도!
직원 : (기세에 얼른) 네, 알겠습니다. (처리하고)
S#7. 몽타주
-버스 정류장 유리 부스에 전단지 붙이는 은성.
-동네 전신주에 전단지 붙이는 은성, 떨어질세라 테입 꼭꼭 누른다.
S#8. 다른 동네 일각
노점상 뒤 건물 입구 벽에 은우 전단지 붙이고 돌아서던 은성, 노점에 진열돼 있는 속옷과 여자 옷들 본다.
S#9. 은성집 앞 (저녁)
기다리고 서있는 혜리. 할머니 옷과 장본 비닐봉지 든 은성, 다가온다.
은성 : 왜 나와 있어? 내 친구라 그러고 들어가 있으라니까.
혜리 : (황당한) 고은성! 너 지금, 내가 진짜 기가 막혀서, 야 니가 지금 저런 할머니 거둘 때니? 니 코가 석자야, 너어!
은성 : 알아 아는데,
혜리 : (나무라는) 아는데 그지 꼴 할머닐 덥썩 집에 들여? 너 돈 없을 때 입 하나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알어?
은성 : 은우 때문에 그랬어.
혜리 : 뭐?
은성 : 저 할머니 오갈 데 없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게 우리 은우하고 똑같아서...
내가 할머니 보살펴주면, 누군가 우리 은우도 보살펴줄 거 같아서.
혜리 : (누그러지는) 너 그러다 저 할머니 영영 기억 안 돌아오면 어쩔 거야?
은성 : (멈칫했다가) 의사선생님이 일시적인 걸 거랬어.
S#10. 은성 방 (저녁)
문 앞에서 서성이는 할머니, 밖에서 들려오는 둘의 말소리 들으며 불안으로 어쩔 줄 모른다.
혜리(E) : 그러지 말구 은성아, 파출소에 연락해.
은성(E) : 연락해 봤자 찾을 자식도 없으시대.
혜리(E) : (설득하는) 그럼 더 보내야지.
은성(E) :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가봐, 혜리야.
할머니 : (더 불안해지는, 허둥지둥 방 가운데로 가서 앉는)
은성 : (들어오며)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 (제대로 못 쳐다보고) 어...
은성 : 왜 앉아 계세요? 누워 계시지.
할머니 : 죙일 누워있었구먼...
은성 : (앞에 앉으며) 할머니, 뭐 기억나신 거 없었어요?
할머니 : (미안한, 죄인처럼) 그라게 나가 우짜다 요러코롬 바보가 되야브렀는지...
(자기 머리 주먹으로 때리며) 대갈통을 쥐박고 또 박고 혀도...
은성 : (놀라) 할머니, 머리 다쳤는데 그러심 어떡해요?
할머니 : (자기 입성 내려다보며 비참한) 꼬라지를 봉께로... 나가 완전 거러지로 살았는게벼...
(눈물 글썽해) 냄편 자석새끼 한나 죽고 살았는게벼...
은성 : (가엾은) 할머니...
할머니 : 요 꼴로 머더러 살아쓰까이... 먼 낙으로 살았으까이...
은성 : (위로하는) 할머니 그 옷, 장사 옷이었을 거예요, 저처럼요. (옷보며) 요새 이런 옷이 어딨어요?
(얼른 비닐봉지에서 속옷과 위아래 옷 꺼내며) 이거 입어 봐요 할머니.
할머니 : (옷 보고 놀라 은성 보면)
은성 : 옷이 흙투성이예요.
할머니 : (고마워 어쩔줄 모르는, 눈물 삼키고)
S#11. 영석 바 (저녁)
피아노 놓여있는 바. 테이블에 양주 세팅되어 있고 환과 영석, 마주앉아서 술 마시고 있다.
일은 저질렀지만 기분 엉망인 환, 인상 팍 쓰고 있다.
승미 : (들어오는, 둘러보고 다가가는)
영석 : (손 들며) 승미씨 오랜만이에요.
승미 : (웃으며 인사하는) 안녕하셨어요? (앉으며 환 보는)
환 : 왔냐?
영석 : (양주 따라주며) 이 자식 부었어요. (가고)
승미 : 오빠 왜, 무슨 일 있었어?
환 : 나, 낼 모레 미국 간다.
승미 : (놀라는) 낼 모레?
환 : (씁쓸하지만) 할머니 나한테 두 손 들었거든.
승미 : (마음 준비 안 된 상태라 당황스런) 낼 모레... 낼 모레...
환 : 저녁 8시. (할머니에 대한 서운함에) 이번에 들어가면, 3년은 안 나온다!
승미 : (3년 소리에 쿵!... 하는, 갑자기 잔 들어 탁 털어 넣고 내려놓는)
환 : 축하 건배도 안 해주고 혼자 마시냐?
승미 : (옆에 있던 영석 잔 집어 다시 마시는)
환 : (벙해서 승미 보는데)
승미 : (잔 내려놓고) 후- (다시 양주병 집어 따려는데)
환 : (놀라 승미 팔목 잡으며) 야 임마! 너 왜 이래?
승미 : (감정 감추고 웃으며) 왜? 오빠 출국 축하해 주는 건데. (따라서 내밀며) 자, 건배!
환 : (아직 분위기 파악 못하고 웃으며) 술도 잘 못 마시는 게? (건배하면)
승미 : (또 털어 마신다)
환 : (얘가 왜 이래? 보는데)
승미 : (탁 내려놓으며) 오빠는!... (서운한) 오빠는 왜 그렇게 미국이 가고 싶어? 여기가, 여기 있는 게 그렇게 싫어?
환 : (승미 분위기 느끼고 멈칫하는)
<시간경과>
빈 양주병 놓여있고 취한 승미, 손으로 이마 짚고 있다. 그런 승미 난처한 듯 보고 있는 환.
영석 다가온다.
영석 : 이게 웬일이냐? 술독에 빠져 뻗고 싶다던 건 넌데, 생전 얌전하던 승미씨가 선수를 다치고.
환 : 대리나 불러.
영석 : (가면)
환 : (승미 옆에 가서 앉는, 어깨 툭툭 치며) 꼬맹이, 집에 가자.
승미 : 오빠... 참 못됐어. (고개 들어 눈물 젖은 눈으로 환 보며) 그거 알어?
환 : (자조적인, 자기만의 의미) 알지, 나 완전 못된 놈인 거.
승미 : 차라리 못되게 굴지, 나한테두. 차라지 그러지, 못되게 굴지...
환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모른척하지 말구... 내 마음 다 알면서 모른척하지 말구...
환 : (알고 있었지만 드러내는 고백에 당황하는)
승미 : 싫다 그러지도 않구, 좋다 그러지도 않구...
환 : 아이구 우리 꼬맹이 술주정도 하네.
승미 : 지금도 또!... (원망스럽게 보면)
환 : 야 임마, 너 내 성질 몰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 꼴 보는 거 봤어? 근데 너두 참 별종이다. 나 같은 성깔머리 뭐가 좋아?
승미 : 따뜻하니까...
환 : (스스로 황당한) 내가?
승미 : 나한테는... (하다 푹 엎어지는)
환 : (놀라 승미 보는)
S#12. 영석 바 앞 (밤)
술 취한 승미 부축하고 나오는 환, 차로 데리고 간다.
환 : (차에 승미 기대 세우며) 여기 기대 있어. 아- 대리 왜 안와? (돌아보며 주머니에서 차키 꺼내드는데)
승미 : (뒤에서 환 안는)
환 : (멈칫하면)
승미 : (간절한) 오빠 가지 마... 미국 가지 마라...
환 : (마음 아픈, 그대로 있고) ...
S#13. 환 집 거실 (밤)
연락 없이 늦는 할머니 때문에 모여 앉아있는 영란, 정, 표집사.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앉아있는 표집사.
영란 : 표집사는 알지? 어머니 어디서 뭐하고 계신지 알지?
표집사 : 모릅니다.
영란 : 어머님이 드시는 밥알 개수까지 아는 사람이잖아, 표집사! 근데 몰라?
표집사 : 예, 모릅니다.
영란 : (부아나는) 아니 진짜 몰라두 그렇지 그렇게 모릅니다, 모릅니다 해야 돼? 어머님이 핸드폰까지 두고 나가셨는데!
정 : 그르게 아저씨 수상해. 울 할머니 오른 팔이잖아, 아저씨.
표집사 : 몰라서 미안하다, 정.
영란 : 아니 진짜 어머님은, 어머님답지 않게 왜 이러신대? 환이한테 미안하다고 달래주셔도 시원찮을 판에!
표집사 : (답답하다는 시선 짧게 던지고)
영란 : 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표집사 : 어르신이 이러시는 거면 이러시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영란 :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구 대체!
표집사 : 깊고 깊은 분이니까... 기다리시죠, 여사님.
정 : 거봐 거봐! 아저씬 분명 뭔가 알고 있어. 엄마, 걱정 말자 우리. 할머니 기침소리만 나도, 담날 바로 배즙 대령하는 아저씨야!
영란 : (탐색하듯 표집사 보면)
표집사 :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고)
S#14. 은성방 (밤)
이부자리 까는 은성. 할머니,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자기 상황에 안절부절이다.
은성 : 할머니, 너무 걱정 마세요. 하룻밤 푹 주무시면 다 기억날 거예요.
할머니 : 참말로 그러까이...
은성 : 그럼요?
할머니 : (보다가) 아야, 나가... 낼 꺼정 나가 누군지 못알아내믄... 내발로 경찰서 갈랑께...
그랑께 니넌 걱정붙들어매고 자드라고.
은성 : (멈칫해서 보면)
할머니 : 사램이 염치가 있어야 사람인 것이여... (서글프게 웃으며) 암 그라제...
은성 : (짠하게 보는)
S#15. 은성 동네 외경 (다음날, 새벽)
파르스름한 새벽빛에 잠긴 동네 외경.
S#16. 은성방 (다음날 새벽)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는 할머니. 꾸벅꾸벅 졸면서 만두 빚고 있는 은성.
할머니 : (조는 은성 보다 일어나 앉으며) 아야...
은성 : (퍼뜩 깨는, 돌아보며) 깨셨어요? 할머니 깰까봐 살살했는데.
할머니 : 니 만두 판다했제...
은성 : (빚으며) 그냥 만두 아니고 쌀만두예요. 더 주무세요, 할머니. 저 한 아홉시 반쯤 올 거니까 그때 같이 아침 먹어요.
할머니 : 내도 같이 가자.
은성 : 네?
할머니 : 밥값은 혀야제...
은성 : 할머닌? 아직 머리 다 낫지도 않으셨는데, (하는데)
할머니 : 된장 있냐?
은성 : 된장요?
할머니 : 국물이 있어야제... 뜨끈한 국물허고 묵어야 잘 묵었다고 허는 거시여.
은성 : (그런가? 보고)
S#17. 환 집
할머니 방 비어있는 할머니 방.
문 여는 영란, 빈 방 보고 ‘어머!’ 화들짝 놀란다.
S#18. 환 집 거실
놀라 왔다 갔다 하며 어쩔 줄 모르는 오영란.
표집사, 걱정스런 얼굴로 서있고 잠옷 차림인 환과 정, 잠 덜 깬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다.
영란 :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머니 대체 어떻게 되신 거야?
정 : 할머니 늦게 들어왔다 새벽에 또 나가신 거 아냐?
영란 : 아냐! 내가 새벽 1시까지 안자고 기다렸단 말야.
표집사 : (걱정은 되지만 쉽게 뭐라 말도 할 수 없어 애타는 표정이고)
영란 : 아무래도 안 되겠어. 표집사, 빨리 경찰서에 전화해.
표집사 : (망설이다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죠, 여사님.
환 : (표집사 힐긋 보는)
영란 : 기다리자구?
환 : 아저씨 말대로 해... (하품하는)
영란 : (기막힌) 환이 넌 할머니 걱정도 안 되니?
환 : 어.
정 : 오빠 걱정이 안 된다구?
환 : 뭐 하러 걱정을 해? 차도 핸드폰도 안 갖고 나가셨다며.
영란 :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환 : (숙취에 졸음 섞여)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 때린 뒷수습 하는거야, 할머니.
영란, 정 : (서로 쳐다보는)
환 : 내 얼굴 어떻게 볼지 몰라 나 피하는 거라구.
표집사 : (말은 못하고 기막혀 환 보는)
정 : 어머 진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영란 : (정말 그런가? 갸웃하는)
S#19. 영등포 시장
스파이 옷차림으로 노래하고 있는 은성. 할머니, 옆에 앉아서 그런 은성 보고 있다.
은성, 많이 익숙해졌다. 넉살 좋게 노래에 춤추며 호객행위 하고 있고.
은성 : 건강이 나쁘면 결혼을 못해요, 아- 미운 사람... 쌀만두 세 개면 하루가 든든해요, 아- 이쁜 사람...
할머니 : (언젠가 본 듯 싶은, 갸웃하는데)
할머니(E) :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할머니 : (흐릿하게 떠오르는 자기 노래 소리에 혼란스러운, 기억해내려 애쓰는데)
손님 : (다가오는) 하나 주세요.
은성 : 네! (얼른 만두 담는)
할머니 : (얼른 따라 일어나 보온병에서 된장국 컵에 따라 내미는)
은성 : (만두에 은우 전단지 한 장 같이 주며) 맛있게 드시면서 봐주세요!
할머니 : (옆에 쌓인 전단지 보는)
S#20. 은성 방
밥상에서 만두국 먹고 있는 할머니.
은성, 한쪽에서 만원 두 장 옆에 놓고 나머지 천원권 잘 펴서 차곡차곡 놓고 있다.
할머니 : 묵고허제. 만두 다 퍼져븐다...
은성 : 먼저 드세요, 저 이거 마저 하구요... (돈 펴고)
할머니 : 젊은 아가 먼 돈을 신주댄지 모시듯 한다냐...
은성 : 그러게요, 저도 제가 돈을 이렇게 무서워하게 될 줄 몰랐어요.
할머니 : (막 만두국 뜨다가 멈칫하는)
<프래쉬 컷- 2회 7씬에서 돈 펴며 ‘돈이 드럽냐? 무섭지.’ 하던 할머니>
할머니 : (머리 아픈 듯 찡그리는)
은성 : 돈 때문에 아빠 돌아가시고, 돈 때문에 은우 잃어버리고... (메이는) 동생 찾 는 일도 돈 없어 제대로 못하고...
(다짐하듯) 저요, 우리 은우 찾으면 정말 열심히 돈 벌 거예요.
<프래쉬 컷- 3회 64씬에서 ‘환 뺨 있는 대로 후려치던 할머니’>
할(E) : 니 놈이 감히 돈을 뿌렸어? 돈을!
할머니 : (수저 툭 떨어뜨리며 이마 짚는, 눈감고)
은성 : (보고 놀라) 할머니! (얼른 일어나 다가오며) 왜 그러세요? 머리 아프세요?
할머니 : (손으로 이마 짚은 채 그대로 있는, 기억 돌아왔다)
은성 : 할머니, 괜찮아요?
할머니 : (고개 숙인 채 끄덕이는) ...
은성 : 좀 누우실래요? 아니 누우세요, 할머니.
할머니 : (눈뜨는) 오늘이... 며칠이냐?
S#21. 이사실
놀란 얼굴로 통화하고 있는 박변.
박변 : 그러니까 제수씨, 사장님이 지금까지 안 들어오셨단 말입니까?
영란(휠) : 네에! 전화 한통도 없으시구요.
박변 : (당황해) 예, 알았습니다. 제가 당장 좀 알아보겠습니다.
영란(휠) : 뭘 어떻게 알아보실 건데요?
박변 : 일단 어제 교통사고 상황부터요. 예,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끊는, 걱정에) 이게 무슨 일이야...
S#22. 환 집 뜰
불안함 감추고 정원수 손질하고 있는 표집사, 초조한 듯 일어선다.
표집사 : (후- 답답한 숨 내쉬고) 어르신... (핸드폰 울린다. 얼른 꺼내보는데 모르는 공중전화 번호다. (얼른 받는) 표성철입니다.
할머니(휠) : 나다.
표집사 : (반가운) 어르신!
S#23. 은성 동네 일각 공중전화 / 환 집 뜰
전화하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걱정 많이 했냐?
표집사 : (안도감에 눈물 날 듯) 간이 쪼그라들어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되신 거예요?
S#24. 환 집 거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표집사 보고 있는 오영란과 환, 정, 박변.
영란 :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다구?
표집사 : 며칠 쉬다 오신다고, 걱정 말고 계시랍니다.
환 : (황당한) 며칠?
영란 : 어머니 지금 어디 계신다는데?
표집사 : 그건 말씀 안하셨습니다.
환 : 그런 거 안 물어보고 뭐했어? 아저씨.
표집사 : 여쭤봤는데 말씀을 안 하셨다.
영란 : (기분 나쁜) 아니 근데 어머닌, 왜 나한테 전활 안하시고 표집사한테 하셔?
표집사 : (담담한 표정으로 서있고)
정 : 어쨌든 무사하셔서 다행이다. 아유 울 할머니 진짜 난생 처음 오빠 때리고 완전 괴로우신가부다.
환 : (짜증나는) 아- 나 낼 밤에 비행기 타야 되는데!
S#25. 동네 일각
건물 입구에 전단지 붙이고 있는 은성.
준세, 저만치서 형진 차 몰고 온다. 은성 찾아 살피며 오던 준세, 은성 보고 와서 선다.
다 붙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십자 목걸이 입에 대는 은성.
준세, 그런 은성 모습에 찡해져서 보는데 은성, 돌아서다 준세 본다.
준세 : (차 안에서 은성 보다가 시선 마주치자 얼른 차에서 내리는)
은성 : 잘 찾았네요?
준세 : (김밥 비닐봉지 들어 보이며) 도시락은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기어이 김밥 1인분 사갖고 오래?
은성 : 저녁까지 들고 다님 쉴까 봐요.
S#26. 공원
앞에 형진 차 세워져있고 은성과 준세, 벤치에 앉아있다.
준세, 포장 김밥 펼치고 있고 은성, 백팩에서 만두 든 타파 통 꺼내고 있다.
준세 : 니 말대로 청국장 가루 넣었더니 맛이 훨씬 좋아졌어. 그동안 가끔 콩 비린내 난다는 손님들 있었거든.
은성 : (타파통 열다가 반색하는) 그쵸? 우리나라 양념, 그거 완전 과학이에요.
준세 : (화색 도는 은성 귀여운 듯 웃으며 보는)
은성 : (시선에 머쓱해져) 왜요?
준세 : 어? 아니. 그래서 한 턱 내려고 왔는데, (쌀만두 보고 멈칫, 은성 보며) 이게 점심이야?
은성 : 하루에 얼마나 팔릴지 몰라서 넉넉하게 만드니까 남는 거 내가 먹어야죠.
준세 : (나무라듯) 새벽부터 종일 걸어 돌아다니잖아. 든든하게 먹어야지.
은성 : 이거 쌀로 만든 거예요. (먹으며) 먹기 간단하고 따로 밥할 필요 없구. 뭐 먹으면 어때요, 배만 안고프면 되지.
준세 : (맘 안 좋아 보는)
은성 : 안 드세요?
준세 : 어, 먹어... (김밥 집어 먹으며) 집에 어떤 할머니 와 계시다며?
은성 : 어떻게 알았어요? (하다) 혜리가 진짜 스파이네.
준세 : 지금 니 상황도 이런데, 괜찮겠어?
은성 : ...며칠이라두 계시게 할려구요. (하는데 코피 나온다) 어?
준세 : (놀라) 은성아! (얼른 은성 고개 뒤로 젖히며) 가만있어.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대주는)
은성 : 아 갑자기 왜 이러지?
준세 : (기막힌 듯 보는)
<시간경과>
물 묻힌 손수건으로 거울 보며 코 주변 닦고 있는 은성. 준세, 짠하게 보고 있다.
은성 : 죄송해요, 밥 먹는데.
준세 : (가슴 아파 보는)
은성 : (미안한) 밥맛 떨어졌죠?
준세 : 사내자식이 무슨 이딴 걸로 밥맛이 떨어져? (얼른 젓가락 들고)
은성 : 다행이다... (만두 집으려는데)
준세 : (은성 손 막는, 자기 김밥 은성 쪽에 놓아주고) 이거 먹어. (만두 통 자기 쪽으로 가져와 하나 먹는, 맛에 멈칫하는)
은성 : (놀라) 저 괜찮아요?
준세 : 다 불어터진 이 찬걸... (하다 불쑥) 너 새벽 장사, 하지 마라.
은성 : 네?
준세 : 차라리 우리 가게 나와. 나하고 같이 메뉴 개발도 하고,
은성 : (확 굳어지는)
준세 : (눈치 못 채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동생 찾으러 다니면 되잖아. (하다 은성 표정 보고 멈칫)
은성 : (어처구니없는) 나보구 이형진씨 레스토랑에서 일하라구요?
준세 : (아차) !
은성 : (화나는)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수 있어요?
준세 : 은성아.
은성 : 내가 그렇게 불쌍해요? 그래서 적선해요? 지금 니 주제에 무슨 자존심이냐 그거예요?
노점상만 아니면 그게 어디든 누구 거든 감사합니다 넙쭉 당연히 받아야 해요?
준세 : (당황해) 그런 뜻이 아니라,
은성 : (o.l, 모멸감에 있는 대로 해대는) 나, 그쪽한테 도와달란 적 없어요. 은우 찾는 거 도와준 건 고맙지만, 동정은 필요 없어요.
누구도 날 동정할 권리 없어요! 그쪽이 왜 날 불쌍하게 생각해요! 내가 괜찮은데!
준세 : 은성아.
은성 : 그동안 도와준 거 감사했구요, 앞으론 저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벌떡 일어나서 가버리는)
준세 : (일어서는, 쉽게 사실 털어놓을 상황 아니라 잡지도 못하고 난감하게 보는)
은성 : (빠르게 걷는데 모멸감에 눈물 어리고)
S#27. 환 방
음악 크게 틀어놓고 침대에 기대 팔짱 끼고 눈 감고 앉아있는 환.
정 : (간단한 음식 차려진 베드 트레이 들고 들어오며) 아우 시끄러. 오빠 점심!
환 : 됐어.
정 : 아침도 안 먹었다구 엄마 난리야. (환 앞에 탁 놓아주는)
환 : 갖구 나가!
정 : (리모컨 뺏어 소리 줄이고) 오빠 아무리 이래도 할머니 오시기전까진 출국 금지야.
환 : (짜증은 나지만 할머니 보고는 가야지) 아는 소리 계속할래?
정 : 할머니 기다리는 동안 가방이나 찾아오시지. 클럽 걔 연락 없었지?
환 : (그제야 생각나는) 진짜 이 기집애 큰소리치드니, (핸드폰 집어 입력해놓은 나이트클럽 찾아 통화 시도하는, 잠시)
거기 웨이터 중에 스파이 있지? (잠시, 확 인상 쓰며) 관뒀다구?
정 : (놀라) 관뒀대?
환 : (핸드폰 탁 닫으며) 그니까 그때 끝을 봤어야 되는데 너는 왜 나서가지구!
정 : 내가 튈 줄 알았나? 준세 오빠도 있는데 쪽팔리게 그런 애랑 싸우니까 그랬지.
환 : (열 받는) 튀었어?... 이게 진짜 번번이, 그래, 너 어디만큼 튀었나 보자.
S#28. 형진 건축 사무실
인영 포함해서 직원 네 명 정도 있는 사무실.
형진, 인영과 마주앉아서 작업하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명품 싸가지’ 떠있다.
형진 : (헉, 놀라는) 아- 이 자식 왜 또 전화하는 거야? (얼른 무음 버튼 누르는)
S#29. 환 방
연락 안 된다는 안내 들으며 핸드폰 내리는 환.
정 : 계속 안 받어?
환 : (오기 생기는, 입 꾹 다물고 문자 찍는)
S#30. 건축 사무실
문자 보고 있는 형진.
환(E) : 전화 안 받으면 이 번호 추적 들어간다!!!
형진 : (난감한, 혼잣말) 아- 자식 집요하네... (어떡하나... 머리 흩트리다 인영 보는, 슬며시 일어나 인영에게 다가가
잠깐 나오라는 손짓하는)
인영 : (? 보는)
S#31. 사무실 앞
서있는 형진과 인영.
인영 : 저도 은성이 어딨는지 몰라요.
형진 : 몰라?
인영 : 안 그래도 미안해 죽겠는데 통 연락이 없어요. (하다 호기심에) 근데 왜요? 은성이가 선배한테 관심 없는 거 같아
맘 접었다면서요?
형진 : 어? 아냐... (들어가는)
인영 : 기집애 대체 어디루 간 거야? (미안한) 여기 친구도 별루 없으면서... (생각하는)
S#32. 은성 방 (저녁)
벽에 등기대고 팔짱 끼고 앉아있는 할머니. 옆에 밥상보 올려진 밥상 놓여있다.
은성 : (지친 걸음으로 들어오는)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 (화난 듯 그대로 있고) ...
은성 : 좀 어떠세요? (하다 밥상 보는) 할머니, 점심 안 드셨어요?
할머니 : (쏘는) 안 먹어? 못 먹었지! 다 식어빠진 된장국에 식어빠진 찬밥덩이 넘겼다가 목막혀 되질라구 먹어?
은성 : (달라진 할머니 모습에 놀라 벙 하는) ?
할머니 : 반찬이라고 달랑 김치 하나에!
은성 : (할머니 모습이 당황스럽지만) 국을 좀 데우지 그러셨어요.
할머니 : 머리 아파 꼼짝을 못하겠는데!
은성 : (황당하지만) 그러셨어요?...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싱크대로 가다 돌아보면)
할머니 : (기세등등 앉아있고)
은성 : (퍼뜩 생각난 다시 할머니 앞으로 가 앉으며) 근데 할머니 사투리 안 쓰시네요? 혹시 뭐 기억나셨어요?
할머니 : (멈칫했다가) 내가 언제 사투릴 썼다 그래?
은성 : (황당한) 할머니 전라도 사투리 쓰셨잖아요? 아까 아침까지요.
할머니 : (천연덕) 지랄, 젊은년이 벌써 치매 걸렸냐?
은성 : (치매?... 이 할머니가 왜 이러지? 덜컥해서 보는)
<시간경과>
누워있는 할머니. 김 모락모락 오르는 만두국 놓인 밥상 놓는 은성, 점심도 제대로 못 먹어 기진맥진이다.
은성 : 할머니 식사하세요.
할머니 : (끙 일어나 앉다가 밥상 보고) 또 만둣국이야?
은성 : 네?
할머니 : (짜증내는) 만둣국 못 먹고 죽은 조상귀신이 붙었나 맨날 만둣국이야!
은성 : (기막히지만 누르고 좋게) 할머니 제 사정 아시잖아요.
할머니 :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까탈스럽게) 내가 남은 만두 처리반이냐?
은성 : (약간 오르는) 그럼 이 아까운 걸 버려요?
할머니 : 니가 먹어! 난 싫어.
은성 : (참고) 그럼 된장국 뎁혀 드려요?
할머니 : 고기 한 점, 생선 한 토막 없이 멀건국만 먹으라고?
은성 : (약간 화나는) 할머니 정말 왜 이러세요? 제 형편 뻔히 아시면서.
할머니 : 하이구, 불 안 때는 방구석에 재워주고 처치곤란 남는 만두 멕여줬다고 위세 부리네.
은성 : (답답한 듯) 그럼 저보고 어쩌라구요?
할머니 : 하는 꼴 보니 당장 낼 아침에 나가라고 내쫓을 기세구만!
은성 : (기막혀) 할머니!...
할머니 : 왜, 지금 나가랴?
은성 : (기막혀 말문 막히는) ...
S#33. 승미 집 주방 (밤)
식탁에 앉아 끙끙대며 인생스토리 쓰고 있는 백성희, 그 위로...
백(E) : 결국 서로의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주자는 뜻을 맞춰 지금의 남편과 재혼하게 되었습니다...
백성희 : (짜증나는, 펜 탁 놓는) 뭘 이런 걸 쓰래!...
S#34. 승미 방 (밤)
침대에 걸터앉아 앨범 보고 있는 승미. 엄마 재혼 기념으로 찍은 7년 전 기념사진이다.
어린 은우를 사이에 앉힌 백성희 고평중 뒤로 여고생 교복 입은 은성과 승미가 나란히 서있다.
그 외에 학사모 쓴 승미 양 옆에 서있는 백성희와 고평중, 승미와 고평중 등 대학 졸업 사진들 있다.
승미 : (물끄러미 재혼 기념사진 속 고평중 얼굴 보는데)
백성희 : (들어오며) 뭐 쓰는 게 왜 이렇게 어렵니?
승미 : (돌아보는)
백성희 : 승미야 낼 자서전 몇권 사와 봐. (하다 앨범 보는) 뭐 하러 이걸 봐?
승미 : 엄만 참... 어려운 사람이야.
백성희 : (영문 몰라) 어렵다니?
승미 : 환이 오빠네한테 아버지 돌아가신 거 왜 말하지 말라 그랬어? 오빠하고 결혼하는데 방해될까봐?
그럼 내가 오빠하고 결혼하게 되면 그땐 뭐라고 할 거야?
백성희 : 엄마가 알아서 할 거야. 넌 아무 걱정하지 마.
승미 : (다시 앨범 보며) 아버지... 화장하지 말고 무덤이라도 해드릴걸 그랬어.
백성희 : 뭐?
승미 : 아버지 왜 화장했어? 은성이 엄마하고 합장하는 거 싫어할 자격 없잖아, 엄마.
백성희 : 너 왜 또 이래?
승미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아버진... 은성이 엄마 옆에서 쉬고 싶었는데 화장을 해서 못 쉬고 떠돌아다니는 건 아닐까...
백성희 : (괜히 덜컥해서 보는)
S#35. 서울역 (밤)
박스와 신문지 등으로 잠자리 만들고 잠들어있는 노숙자들. 그 중에 잠 못 든 듯 들썩이는 신문지 보인다.
카메라 가까이 다가가면... 웅크리고 누워 생각에 잠겨있는 고평중.
고(E) : (이해할 수 없는) 승미 대학원도 관두고...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덜컥하는) 보험금을 못 받았나?... (벌떡 일어나 앉는)
S#36. 주인집 마당
한쪽에 죽 놓여있는 꽃 화분들 꽃 엉망으로 잘라져있고 엎어진 화분과 깨진 화분등 마당 엉망이다.
빨래 줄에 걸려있던 빨래들도 흙투성이 된 채 걸려있다.
생선 한 마리 든 비닐봉지와 만두속 장거리 든 은성, 기막혀 보고 있고.
잔뜩 화난 주인 여자, 여기저기 가리키며 화내고 있다.
주인 : 이게 뭐야, 이게! 아가씨 혼자 산다드니 언제 정신 나간 할머닌 슬쩍 들였어!
은성 :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죄송해요, 아주머니...
주인 : 죄송 필요 없구 다 물어내!
은성 : (덜컥하는)
S#37. 은성 방
주인집 이불까지 덮고 앉아서 빈 유리병에 꽂은 꽃들 보고 있는 할머니.
은성 : (들어오며 기막힌) 할머니! 꽃을 다 꺾어오면 어떡해요?
할머니 : 때 되면 피고 또 지는 게 꽃인데 그깟 거 좀 꺾으면 어때서?
은성 : 남의 화분 다 깨고 엉망 만드셨잖아요.
할머니 : 테레비도 없고 죙일 심심한데 뭐해 그럼? 벽만 쳐다봐?
은성 : 꽃은 그렇다 치구 주인집 이불은 왜 걷어오셨어요?
할머니 : 난 누구랑 같이 이불 못 덮어!
은성 : 그렇다구 남의 이불을 가져오세요? 이리 주세요. (이불 집으려면)
할머니 : (안 뺏기려고 더 틀어쥐며) 내꺼야!
은성 : (상황에 속 터진다) 할머니 정말 왜 이러세요?
할머니 : (이불 틀어쥔 채 은성 빤히 보며) 내가 뭘!
은성 : (터진다) 할머니 저 힘들어요... 할머니까지 저한테 이러심 안돼요... 저 돈 없는데 할머니 자꾸 이러심...
(뒷말 못하고 보는, 흔들리고)
할머니 : 이러면 뭐? (하다 이불 툭 주며) 자!
은성 : (? 보면)
할머니 : (눈치 보는 척) 이럼 안 쫓아낼 거지?
은성 : (그 모습 가엾어 울컥하는, 보다가) 고등어자반 사왔어요. 구워드릴게요.
할머니 : (반색하는) 자반? (좋아서 웃으며) 하이구...
은성 : (연민, 심란으로 복잡하게 보는)
S#38. 버스 정류장
혼자서 은우 전단지 붙이는 준세, 떨어지지 않게 테입 꼭꼭 누른다.
<시간경과>
버스에서 내리는 은성, 전단지 붙이려고 유리부스로 가다 멈칫 선다. 준세가 먼저 붙여놓은 전단지 붙어있다.
준세구나... 굳어서 보는 은성.
S#39. 영등포 시장 (다른 날, 아침)
은성, 장사 끝나고 수레에 짐 다 싣고 마무리하고 있는데.
준세 : (다가오며) 벌써 파장이야?
은성 : (돌아보는, 준세 보고 뚝 굳어지고)
준세 : (아무렇지 않은 듯) 하마트면 헛걸음 할 뻔 했네.
은성 : (떨떠름한) 여긴 웬일이세요?
준세 : 같이 아침 먹을려구.
은성 : (황당한 듯 보다 싹 외면하는, 수레 밀고 가려는데)
준세 : (휙 와서 은성 수레 뺏어드는, 성큼 밀고 가고)
은성 : (어? 했다가 따라가며) 일루 줘요!
S#40. 진성 설렁탕 매장
마주 앉아있는 은성과 준세. 종업원, 둘 앞에 설렁탕 놓아주고 간다.
준세 : 먹자. (파 통 집어서 넣어주면)
은성 : 집에 가 할머니랑 먹어야 돼요.
준세 : 두 그릇 왔잖아.
은성 : 한 그릇만 시키라고 했잖아요.
준세 : 할머니 갖다드릴 거 포장 부탁해놨어.
은성 : (멈칫했다가) 그쪽한테 신세지는 거 안 한다고 했잖아요.
준세 : (수저 내려놓고 정색) 잘못했다, 은성아.
은성 : (잘못했다는 말에 흠칫해서 보면)
준세 : 정말 미안했다. 내가 큰 실수했어.
은성 : (깍듯한 사과에 당황하는) ...
준세 : 근데 니 말처럼 널 동정한 걸 사과하는 건 아냐. 널 동정한적 없으니까.
내 경솔함을 사과하는 거야. 내 아둔함, 널 배려하지 못한 경솔함.
은성 : (진심 전달됐지만 어색한) ...
준세 : 전부터 생각했거든. 은우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니 생활 기반부터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은성 : (말도 안된다는) 은우 찾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내 기반을 잡아요?
준세 : 실종신고 해놨고, 전단지는 퇴근하고 또 휴일에도 붙일 수 있어.
은성 : 그건 오빠가 가족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준세 : (처음 듣는 오빠란 말에 멈칫, 은성 보는)
은성 : 우리 은우 어디서 무슨 꼴로 있는지도 모르는데,
준세 : (얼른) 무작정 니 기반만 잡으란 거 아냐. 이 회사는 직원 개인 사정 감안해서 출퇴근 시간 배정 받을 수 있어.
은성 : 이 회사라뇨?
준세 : 여기 진성설렁탕, 진성 식품.
은성 : 여기요? (매장 둘러보는)
준세 : (입사 지원서 담긴 서류봉투 내밀며) 나이나 학벌 성별 차별 없이 능력으로 직원 인정해주는 회사야.
은성 : (뜻밖인 듯 준세 보는)
S#41. 은성방
설렁탕 포장 용기와 서류봉투 들고 들어오는 은성.
할머니 : (버럭) 아 왜 인제 와? 등가죽이 배하고 붙어버렸다!
은성 : 죄송해요 할머니. 대신 제가 맛있는 거 가져왔어요. (포장 용기 들어 보이 며) 설렁탕이요.
할머니 : (자기 회사 포장이다. 놀라 뚝 굳어지는)
<시간경과>
설렁탕 대접과 김치 놓은 밥상 할머니 앞에 놓여있고 할머니, 감회에 젖어 설렁탕 먹고 있다.
은성 : 맛있어요?
할머니 : (끄덕이며) 이건 또 어디서 났누?
은성 : 친구가 사준 거예요. 저한테 이 회사에 입사하라면서요.
할머니 : (입사? 은성 보면)
은성 : 여긴 정직원인데도 파트타임처럼 시간 짧게 근무할 수가 있대요.
할머니 : (다시 먹으며) 그래서 들어갈려구?
은성 : 아직 잘 모르겠어요... 동생 생각하면 하루 24시간도 짧다 싶고, 동생 찾은 뒤를 생각하면 들어가고 싶고...
새벽 장사로는 생활비 벌기도 빠듯해서요.
할머니 : 흥!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구! 고기 반찬 한번 안 해주면서.
은성 : (많이 익숙해진) 거기 할머니 좋아하는 고기도 많이 들었으니까 많이 드세요. 저 나가요. (나가는)
할머니 : (은성 뒷모습 유심히 보는)
S#42. 버스 안
자리에 앉아있는 은성, 창밖 바라보며 준세 말 떠올린다.
준세(E) : 은우 찾았을 때를 생각해. 그때부터 취직자리 알아보려면 더 어렵잖아.
은성(E) : 은우야... 어디 있는 거니? 어디 있어?... (눈물 어려) 아빠... 우리 은우 어딨는지 좀 가르쳐 줘.
꿈에라도 나타나서 가르쳐줘요...
S#43. 무료 급식
‘진성 식품 사랑의 밥차’ 서있고 준세, 수재와 함께 줄선 노숙자들에게 설렁탕 퍼주느라 정신없다.
저만치에서 설렁탕 먹고 있는 고평중 보인다.
먼저 먹은 노숙자, 그릇 자리에 놓고 일어나서 간다.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먹는 고평중, 그릇 들고 일어서려다 보면 여기저기 먹고 그대로 둔 그릇들 보인다.
그 그릇들 포개서 집어드는 고평중.
수재 : (옆에 놓인 전단지 보며) 이걸 매장에 붙이라구요?
준세 : 계산하고 나가는 사람들한테 한 장씩 주면 더 좋구요.
수재 : 에이 종이 값만 버려요. 줘봤자 누가 제대로 본다구요.
고평중 : (빈 그릇 대여섯개 들고 오는)
준세 : 유심히 보는 한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수재 : (전단지 집어 들어 보며) 근데 얜 누구예요? (이후 계속 보면서 읽고)
준세 : 어 친구 동생인데,
고평중 : (그릇들 갖다 주며) 잘 먹었습니다.
준세 : (다른 사람 그릇들까지 가져온 고평중 인상적인) 부족하진 않으셨어요?
고평중 : 예,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꾸벅하는)
수재 : (전단지 내리는데)
고평중 : (못보고 막 돌아서 가는)
준세 : 다음 주에 또 오세요! (씩 웃으며) 아저씨 참 매너 좋으시네.
S#44. 이사실 (다른 날)
얘기하고 있는 영란과 박변.
박변 : 회사는 별일 없으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제수씨.
영란 : 그거야 이사님 계셔 걱정 안하는데, 당최 어머니 속을 모르겠어서요. 양평 별장에도 안계시고,
이대로 그냥 있어도 되는 건지.
박변 : 그 이후로 전혀 연락 없으셨죠?
영란 : 네에.
박변 : 그렇다구 실종신고를 할 수도 없고... (하는데 노크 소리 들린다)
영란 : 어머 왔나 봐요.
백성희 : (들어오며) 실례합니다.
영란 : 어서 와, 성희야. 일루 와 앉어.
백성희 : 인사부터 드려야지.
영란 : 어, 이쪽은 박변호사님, 아니 박이사님. 우리 회사 고문 변호사 겸 이사님이셔.
박변 : (일어서는)
백성희 :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처음 뵙겠습니다, 백성희예요.
박변 : 아 예, 저 박태숩니다. (목례하고 보는, 백성희 미모에 눈간다) 앉으시죠.
백성희 : (앉으며) 이런 일로 뵙게 돼서 염치가 없네요. 친구 팔아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박변 : 아이구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런 말씀을요.
영란 : 우리 나이에 에이포 다섯 장 쓰는 게 보통 일이예요? 원고지 다섯장이라면 또 몰라.
박변 : 그럼요. (옆 탁자에서 두툼한 서류봉투 꺼내 내밀며) 선발된 가맹점주들 인생스토립니다.
탈락한 사람들 것도 몇 부 넣었습니다.
백성희 : (받으며) 아우 감사합니다. (웃음으로 박변 보며) 이 신세를 어떻게 갚죠?
박변 : 무슨 신세까지요, 제수씨 제일 친한 친구 분 이라면서요.
영란 : 어머니한텐 비밀이에요?
박변 :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다시 호감으로 백성희 보는)
백성희 : 암튼 고맙다, 영란아. 가뜩이나 느이 시어머니 때문에 정신없을 텐데. (다정하게 영란 손잡는)
S#45. 은성 집 앞
비오는 골목길. 은성, 비 흠뻑 맞은 채 뛰어와서 집으로 들어간다.
S#46. 은성 방
차분한 얼굴로 빨래 개고 있는 할머니. 은성, 흠뻑 젖어서 들어온다.
할머니 : (은성 보고 놀라는)
은성 : (문 앞에 선채 닦을 거리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할머니 : (얼른 수건 들고 다가오며) 아니 이 비를 그냥 다 맞았냐? (머리며 옷이며 닦아주며 타박) 멍청스럽게 우산을 하나 사지!
은성 : 우산이 돈이 얼만데요?
할머니 : (멈칫했다가) 지랄, 돈돈 재벌 되겠다 이년아. (안타까운) 아이구... 얼른 옷 갈아입어, 감기 들라.
은성 : (또 다른 모습에 멈칫 보는) 할머니?... (빨래 보며 놀라) 빨래도 개셨어요?
할머니 : (얼른 수건 주며) 하루 두 끼 만둣국에 한 끼 거의 맨밥 얻어먹은 밥값할라 그랬다!
은성 : (놀리듯) 설렁탕도 드셨잖아요.
할머니 : 똥으로 나간지가 언젠데! 창자에 기름기 한 방울 안 남았어!
은성 : (넉살) 만두 속에도 돼지고기 있는데요?
할머니 : 쥐방울만한 게 콩닥콩닥 말대꾸야? 할미한테!
은성 : (웃으며) 오늘은 비오니까 김치전 부쳐드리까요?
할머니 : 김치전?
은성 : 고기는 돈 없어 못해드리니까 대신 김치전 해드리께요.
할머니 : (잠시 보다가) 밀가루 있냐?
<시간경과>
부르스타에 후라이팬 올려놓고 김치전 부치고 있는 할머니.
은성, 그 앞에 앉아서 신기한 듯 할머니 얼굴 쳐다보고 있다.
할머니 : 할미 얼굴 빵꾸나겠다, 이년아.
은성 : 할머니 혹시 기억 돌아온 거 아니에요?
할머니 : (지레 찔려 멈칫했다가) 아이구 이년, 아주 날 못 쫓아내 안달이 났구나.
은성 : 그게 아니라요, 오늘 좀 다르셔서요...
할머니 : (접시에 김치전 담아주며) 뜨끈할 때 먹어. (다시 후라이팬에 반죽 넣고)
은성 : (젓가락 집어 김치전 먹는) 음- 맛있다? 할머니도 드세요.
할머니 : 내가 안 먹을까봐? (젓가락 집어 먹는)
은성 : 맛있죠?
할머니 : 누가 보면 지가 부쳐 나 멕이는줄 알겠네.
은성 : (보다가) 할머니 꼭 오늘만 같으셨음 좋겠다... (다시 김치전 먹고)
할머니 : (은성 보며) 오늘만 같음 평생 기억 안 돌아와도 안 쫓아내겠냐?
은성 : 할머니! 왜 툭하면 쫓아낸다 쫓아낸다 그래요? 난 그런 말 한 번도 한적 없는데!
할머니 : (집요하게) 그니까 오늘처럼만 지정신이면 할미 평생 안 내쫓겄냐구?
은성 : 오늘만 같으심... 우리 은우 찾고 할머니랑 셋이 살아도 좋겠다 싶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우리 키워주던 외할머니 같애요, 할머니.
할머니 : (멈칫 보는) 얼마 전에 애비 잃었다드니, 에미도 없었냐?
은성 : (잠시) ...네...
할머니 : 동생은 어쩌다 잃어버렸구?
은성 : (은우 얘기 나오자 울컥하는, 메여서 김치전 삼키는) ...제가 못나서요...
동생 잃어버려 놓구 맛있다구 김치전이나 먹고 있네요...
할머니 : (의미 있는) 안달하지 마, 갈 사람은 때 되면 가고, 올 사람도 때 되면 오는 법이다. (접시에 김치전 담아주며)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법이고.
은성 : (뭉클해져서) 진짜 그럴까요?
할머니 : (따뜻한) 하늘이 괜히 있는게 아냐. 너 맘 이쁘고 착해서... 그 복 받을게다.
은성 : (말만 들어도 위안되는, 할머니 다시 보고)
S#47. 승미집 주방 (저녁)
식사하고 있는 백성희와 승미.
백성희 : (놀란) 낼 환이네 회사 면접을 본다구?
승미 : 어.
백성희 : 아니 어느 회사 지원했는지 말도 안하드니 진성식품이었어?
승미 : 어.
백성희 : (뜻밖인 얼굴로 보다가 화색 돌며) 너 그래서 대학원 관뒀구나? 어머머 내가 왜 그 생각은 못했니?
너 환이네 회사 들여보낼 생각?
승미 : 오빠네 회사 들어갈려구 대학원 관둔 거 아니에요. 돈 번다 그랬잖아.
백성희 : 아니 뭐 어쨌든! (생각할수록 신통하다) 어쩜 그런 생각을 다했어?
그래, 요즘은 능력 있는 며느리들 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드라.
승미 : 그래서 들어갈려는 거 아니라니까?
백성희 : (혼자 들떴다) 영란이가 환이 철 안 들어서 야무진 너 더 탐내는데, 거기에 회사 일까지 꿰고 있으면 금상첨화지.
승미 : (그만하라는) 엄마.
백성희 : 알아 알아 너 무슨 말할지. 그러니까 환이하고 좀 잘해봐. 남녀 사이에 영원한 오빠 동생이 어딨어? (기분 좋은데)
승미 : 면접 보고 합격하면 나 오빠한테 아버지 얘기 할 거야.
백성희 : 아버지 얘기라니?
승미 :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거.
백성희 : 아니 얘가 잘 나가다 왜 또 이래?
승미 : 나 더 이상 환이 오빠 속이는 거 싫어.
백성희 : 누가 끝까지 속인대? 결혼 확실해지면 엄마가 알아서 해준다니까!
승미 : 중요한건 환이 오빠하고 내 마음이야.
백성희 : (차게) 환이 마음이 니꺼야?
승미 : (멈칫하면)
백성희 : 니가 진작에 환이 마음 잡았으면, 나두 그딴 치사한 그짓말 안 해.
남자, 특히 환이처럼 단순한 남자, 여자한테 빠지면 눈에 뵈는거 없으니까.
승미 : (맞는 말이지만 엄마에 대한 반발심에) 재혼한 남편까지 죽은 팔자 센 엄마 딸이고, 거기에 쫄딱 망해 아무것도 없으면
환이 오빠가 절대 나 안 좋아한대요?
백성희 : (냉정하게) 사랑 생기기 전에 영란이나 할머니가 싹을 자르지.
승미 : (뚝 굳어지는)
백성희 : 안 그럴 거 같니? 더구나 환이, 그 회사 물려받을 외아들이야. 눈 뒤집힌 여자도 허락 안 받고 결혼하기 쉽지 않아.
승미 : (처참한 기분으로 고개 숙이는) ...
백성희 : (나무라듯) 그 긴 세월 동안 환이 하나 못 휘어잡구는, (일어서며) 설거지 니가 해. (나가고)
S#48. 은성 방 (밤)
집에서 들고 나온 옷 중에서 면접에 맞는 옷 코디하고 있는 은성.
거울 앞에 서서 윗도리 하나 들고 바지 치마에 번갈아 대보고 있다.
누워서 의미있는 시선으로 은성 보고 있는 할머니.
은성 : (옷 대고 돌아서며) 할머니, 어떤 게 나아요?
할머니 : 바지.
은성 : 면접인데 치마가 낫지 않을까요?
할머니 : 옷 쪼가리 보고 뽑는 회사면 들어가지도 마!
은성 : 아니에요? 이 회사, 사장님이 그런 거 안 따지는 분이래요. 집안 형편 어려운 직원 위주로 우선해서 뽑아준대요.
할머니 : 동생 찾으러 다녀야 한담서 취직할라구?
은성 : (멈칫하는)
할머니 : 찾으면 찾고 아님 말구?
은성 : (발끈해서) 아니에요! 저 동생 위해서 취직하는 거예요. 새벽 장사만으론 생활비 벌기도 모자른데 은우만 찾으면 뭐해요?
또 돈 없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데요. 그래서 그 회사 들어갈려는 거예요. 직원 사정 봐주는 회사라 그래서요.
할머니 : (물끄러미 보는)
S#49. 은성 방 (다음날 아침)
나름 선별한 옷 입고 화장까지 옅게 한 은성, 거울 보며 옷매무새 잡고 있는데 할머니 끙끙 앓는 소리 들린다.
은성 : (돌아보면)
할머니 : (배 움켜쥐고 앓고 있다)
은성 : (놀라) 할머니! (얼른 다가가) 할머니 왜 그래요?
할머니 : (죽는 소리) 배가... (하다가) 아이구 나 죽네! (뒹구는)
은성 : (기겁해) 할머니 배가 왜요? 배 아파요?
할머니 : 아가, 나 병원 좀... 아이구...
은성 : (할머니 보고 시계 보는, 미치겠고) 할머니, 저 지금 면접 가야하는데, 배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요?
할머니 : (은성 손 덥썩 잡는)
S#50. 병원 진찰실
멀쩡한 얼굴로 의사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은성, 옆에 서있다.
의사 :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웃하며) 특별한 이상은 없으신데 그렇게 복통이 심하셨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하는데)
할머니(o.l) : 아이고 됐소! 이제 안 아픈데 무슨 정밀검사.
은성 : (기막힌 듯 할머니 보는)
의사 : 당장은 통증이 사라졌어도요 할머니,
할머니 : 정밀검사 받으면 선생님이 검사비 내주실거요?
의사 : 네?
할머니 : 아님 말구. (일어서며) 가자. (멀쩡히 걸어 나가는)
은성 : (허망한 얼굴로 할머니 보는)
S#51. 병원 일각
화장실 앞 진료실에서 나오는 할머니. 은성, 맥 풀린 얼굴로 뒤따라 나오는데.
할머니 : 여 있어봐, 소피 좀 보고 오게. (화장실로 들어가면)
은성 : (서있을 기운도 없다. 벽 쪽으로 가서 서는)
<시간경과>
화장실에서 나오는 할머니, 은성 찾아 두리번거리다 멈칫한다. 벽에 얼굴 기대고 훌쩍 훌쩍 울고 있는 은성.
그런 은성 짠한 표정으로 보고 섰는 할머니.
S#52. 은성 방
아픈 척 누워있는 할머니. 은성, 등 돌리고 앉아 울고 있다.
할머니 : (보다가) 아이구 코훌쩍이는 소리에 잠을 못자겄네!
은성 : (기막힌 듯 돌아보면)
할머니 : (일어나 앉으며) 가서 푹 쉬라는 의사 말 못 들었냐?
은성 : (원망스런) 할머니...
할머니 : (마지막 시험하는) 하이구 저 눈깔 보게. 나 땜에 면접 못갔다구 잡아 먹겄네. 왜, 미워 죽겄냐?
은성 : (화나는) 그래요! 속상해 죽겠어요! 그렇게 금방 안 아플거면서, 내가 얼마 나 큰 결심한 건데요?
눈앞에 동생 아른거리는데, 나중에 은우 위해서, 그런 회사가 많은 줄 아세요? 얼마나 고민 끝에 원서 넣은 건데요!
할머니 : (더 건드리는) 재수 없는 할망구 왜 데려왔나 싶냐?
은성 : 그래요! 할머니 괜히 데려왔다 후회돼요! 할머니 왜 나타나서는, 딴 날두 아닌 하필 오늘, 하필 오늘!...
할머니 : 그렇게 억울하면 지금이라도 내다 버려!
은성 : (멈칫하는)
할머니 : 나가라고 하라고!
은성 : (미치겠는) 아우 할머니 진짜 왜 그래요, 자꾸...
할머니 : 니 앞길 막은 늙은이 내다 버리라는데 왜 못 버려!
은성 : (터지는) 왜 못버리냐구요? 내가 버려져봤으니까!
할머니 : (멈칫하는)
은성 : 갈데없는데 거리로 내몰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아니까요! 우리 은우도 그러고 있을테니까요!
(울며) 그런데 어떻게 할머닐 내보내요...
할머니 : (울컥해서 보는)
은성 : 할머니 미안해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속상해서 그랬어요...
할머니 : (미안한 눈으로 보는)
S#53. 환집 주방
식사하고 있는 영란, 환, 정, 표집사.
영란 : 환아, 입맛 없어? 왜 그렇게 밥을 못 먹어?
환 : 나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구 있어야 돼?
정 : 뭘 언제까지야? 할머니 오실때까지지.
환 : 아저씨, 할머니 언제 오실거래?
표집사 : 그건 나도 모른다.
환 : (짜증 표집사에게 부리는) 올해 안에는 오신대?
표집사 : 올해 안에는 오시지 않겠냐?
환 : (대답에 약 오르는) 엄마 나 오늘 나가 티켓팅 다시 한다. 아저씨, 할머니 올해 안에 오시면, 나 기다리다 지쳐 미국 갔다 그래.
영란 : 아우 얘에, (하다) 진짜 어머니 너무 하신다. 아니 식구들 맘을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셔?
환 : 아저씨 할머니랑 짜고 암말도 안 하는 거면, 나 가만 안 있는다?
표집사 : 그게 무슨 뜻이냐?
환 : 쉬면서 뭐 정리하신다며? 할머니. 대체 뭘 정리한다는 건데! 나한테 미안한 맘을 정리한다는 거야,
내 발목 잡아 나 길들이겠다는 거야?
표집사 :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으란 말씀 밖에는 들은 게 없다.
환 : 속 터져! (젓가락 탁 내려놓는)
영란 : 동감이다. (얼굴 만지며) 계속 신경 썼더니 얼굴만 까칠해지구.
정 : 할머니 때문에 이번 주 맛사지도 못 갔어.
영란 : (큰일난듯) 어머 그랬네?
S#54. 맛사지실
나란히 누워서 맛사지 받고 있는 영란과 정.
S#55. 백화점 몽타주
-여성 의류 매장에서 옷 고르는 영란과 정.
-다른 매장. 옷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는 정. 영란, ‘이쁘다’ 하고.
S#56. 환 집 거실
옷과 구두, 가방들 들어있는 쇼핑백 7,8개 늘어놓고 쇼핑 물품들 꺼내 펼쳐보고 있는 영란과 정.
꺼내놓은 구두며 백들 탁자 위에 놓여있다.
정 : (구두 하나 집어 들며) 근데 이건 와서 보니까 별루다.
영란 : (쇼핑백에서 옷들 꺼내며) 가서 바꿔.
할머니 : (은성이 사준 옷 입고 옛날 옷 든 보자기 들고 들어오는)
정 : 귀찮게 뭘 바꿔? 누구 줘야겠다.
할머니 : (여전하구나... 한심한 듯 보고 섰는데)
표집사 : (주방 쪽에서 나오다 놀라) 어르신!
영란, 정 : (돌아보는, 할머니 보고 놀라는)
할머니 : 아주 잘들 지내고 있구나.
영란 : (얼른 일어나 다가오며) 어머니, 어떻게 되신 거예요? (하다 행색보고) 아니 옷이 이게 뭐예요, 어머니?
정 : (다가와) 진짜 할머니 왜 이래?
할머니 : 다들 별일 없었지?
영란 : 별일이 왜 없어요? 어머니 땜에 난리였죠.
환 : (2층에서 내려오다 할머니 보는, 놀라 멈춰서고)
할머니 : (환 보면)
환 : (일순 안도하는, 이내 무뚝뚝하게 다가가는, 어색한) 올해 안에 오긴 오셨네.
할머니 : (뭔가 마음 결정한 뒤라 착잡한 눈으로 환 보는)
환 : (머쓱해져서) 할머니 어디 있다 왔어?
할머니 : 좋은데 있다 왔다. (방으로 가는)
모두 : (벙해서 서로 쳐다보고)
S#57. 은성 방 (저녁)
깨끗하게 청소된 방. 할머니 누워있던 이부자리도 곱게 개서 한쪽에 놓여있다.
할머니! 하며 들어오던 은성, 빈방 보고 멈칫 선다.
은성 : 어디 가셨지? (백팩 내려놓고 둘러보다가 개있는 이부자리 보고 멈칫) 어?... (하다 덜컥하는)
은성(E) : 할머니 괜히 데려왔다 후회돼요!
은성 : 할머니... (얼른 밖으로 나가는)
S#58. 파출소 (저녁)
다급한 얼굴로 경찰과 얘기하고 있는 은성.
경찰 : 할머니 관련해서 신고 들어온 건 한건도 없는데.
은성 : 네... (낙심하는, 어떻게 된 거지?... 걱정스럽고)
S#59. 할머니 방 (저녁)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할머니 앞에 앉아 궁금한 얼굴로 계속 물어보고 있는 영란.
영란 : 어머니 정말 어디 계시다 오신 거예요?
할머니 : 왜, 저승길 가던 거면 내처가지 왜 돌아왔냐구?
영란 : (무안한) 어머닌? (하다) 무슨 정리하실 게 있으셨다면서요?
할머니 : 있었지.
영란 : 그래서 정리 다 하셨어요?
할머니 : 했다.
영란 : 아니 대체 그게 뭐 길래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고 안들어오셨어요?
할머니 : (말없이 영란 보는)
S#60. 은성집 앞 (다음날, 아침)
수레 끌고 힘없이 걸어오는 은성. 표집사, 할머니 소형 승용차 옆에서 기다리고 서있다.
은성 : (힐긋 보고, 문으로 가는데)
표집사 : (다가오며) 고은성씨 되십니까?
은성 : 네 그런데요. (영문 몰라 보는)
S#61. 형진 건축 사무실 앞
사무실 앞에 차 세워두고 앉아있는 환. 나오는 형진.
형진 : (두리번거리며) 누가 날 찾아왔다는 거야?...
환 : (클락션 빵! 크게 누른다)
형진 : (소리에 놀라 돌아보면)
환 : (빤히 쏘아보는, 다가오라고 손짓하는)
형진 : (환 보고 헉! 기겁해서 한걸음 물러서면)
영석 :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형진 뒷덜미 잡아끌고 차 앞으로)
형진 : 여 여긴 어떻게...
환 : 전화 안 받으면 내가 너 못 찾을 줄 알았지? 그 기집애 어딨냐?
형진 : (얼른) 모르는데요.
영석 : 바로 못대?
형진 : 바로 대고 싶죠 저도. 근데 정말 연락처 몰라요.
환 : 너 그 기집애 꼬봉이잖아.
형진 : 아 아니에요? 저 잘 모르는 애예요. 오다가다 알게 된 앤데 그날 그냥 같이 나가달라고 부탁해서 나간 거예요.
영석 : (멱살 확 잡으며) 맞고 불래?
형진 : 저, 정말이에요. (얼른 핸드폰 내밀며) 저장된 번호 다 보세요. 거기 걔네 집 전화번호 있는데
걔 이사 갔는지 결번으로 나와요.
환 : (맞는 말이다)
영석 : 어떡할까?
환 : 놔줘.
영석 : (멱살 놔주면)
형진 : (비틀 풀려나 얼른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환 : 너, 그 딱따구리랑 같이 있는 거 내 눈에 띄면 죽는다?
형진 : (절레절레 흔들며)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후다닥 돌아 들어가는)
영석 : 완전 당했다 너. (아까운) 야, 그게 돈이 얼마냐?
환 : 그깟 돈이 문제야? 내가 기집애한테 당했다는 게 문제지. (이가는) 딱따구리, 서울 하늘 안에 있는 한 걸리기만 해봐...
S#62. 거리 + 할머니 차안
운전하는 표집사. 뒷좌석에 앉아있는 은성,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S#63. 환 집 앞
와서 서는 할머니 차. 은성, 이 근처야? 창밖 내다보는데 표집사, 얼른 내려서 차 문 열어준다.
은성 : (내리는, 집 규모에 놀라 보는)
표집사 : (대문으로 안내하며) 들어가시죠.
은성 : 여기가 할머니 집이예요? (절대 아니라는) 그럴 리가 없는데...
<프래쉬 컷- 3회 75씬에서의 초라한 할머니 모습>
은성 : 아무래도 사람 잘못 찾으신 거 같아요. 제가 돌봐드린 할머니는... 이런데 사실 분이 아니에요...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표집사 보는)
S#64. 환 집 거실
표집사 따라서 머뭇거리며 들어오는 은성. 할머니, 현관 앞에 서있다.
들어오다 할머니 보는 은성, 변한 할머니 차림새에 놀라 멈춰 선다.
할머니 : (미소로) 어서 와.
은성 : 할머니... (믿기지 않는 눈으로 할머니 보는데서 엔딩)
<4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