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기만 한 자연속학교가 드디어 돌아왔네요. ^^ 특히, 다섯 밤은 처음 자 보는 옹달이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 어떨까 궁금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다섯 밤은 너무 짧다며 열 밤은 더 자고 올 수 있다는 현우와 민혁이 표정이 아주 용감하고 늠름해 귀엽습니다.
이제 높은샘이 되어 어머니를 찾지도 않는다고 아쉬워 하시며 버스까지 들어와 마중을 하시던 우철 어머니, 그래도 떠나긴 아쉬운지 오늘도 우철이는 말없이 눈물을 뚝뚝.
우철아~ 다섯 밤 자고 오면 또 이제는 자연속학교가 아쉽겄지?
가는 길, 저마다 놀이하며 얘기 나누며 그림도 그리고 쪽지도 주고받으며 차 시간을 보내는데 봄나들이 차들로 중간중간 차가 막히네요. 차 타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들이 놀이하다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병찬: 선생님~~~ 이준이가 울어요.
깔깔 낄낄 재미있게 노는 걸 봤는데 울다니요.
자리로 가 보니 정말 이준이가 울고 있네요.
아람: 무슨 일이야?
병찬: 현우가 이준이를 놀려서요. 놀이하다 이준이가 걸렸는데 '뜬 뜬 뜬 뜬' 하면서 이준이 걸린 걸 놀렸어요.
걸린 것도 서러운데 슬픈 노래로 동무가 놀리니 눈물이 쏙 나지요.
아람: 현우~ 병찬이 말이 맞아요?
현우: 아니에요. 전 그냥 장난으로 했는데 이준이가 갑자기 울잖아요.
현우도 재미있게 떠들고 놀다 장난 한 마디에 이준이가 갑자기 우니 당황했나 봅니다. 그런데 거기서 '병찬 어록' 등장.
병찬: 야 지현우! 이준이가 걸렸어도 니가 놀리지만 않았으면 이준이도 울지 않았을 거고 우리도 재미있게 놀 수 있었잖아!
^^크크. 이 말 한 마디에 지현우 어린이가 입을 딱 다물고 이준이를 달래네요. 선생 열 마디보다 동무 한 마디가 더 뜨끔할 때가 많지요.
6시간을 쉬다 달리다 해서 드디어 화순 들국화마을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마을회관으로 가니 마을 어른신들이 벌써 나와 어린이들을 반깁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고향에 와 할머니를 뵌 것 같았어요.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짐 풀자마자 바로 약초비누 만들기를 배웠습니다. 본준이, 영호, 동규 모둠과 함께 비누를 만든는데 본준이가 이끔이로서 본보기를 아주 잘 보이네요.
본준: 동규야, 영호야. 잔이 뜨거우니까 위에만 잡고 들어야 해. 형 하는 걸 잘 봐.
동규: 선생니~임. 형이 아주 친절하게 알려줘요.
동생의 마음 담긴 말에 본준이 입가가 씰룩씰룩, 어깨가 으쓱으쓱합니다.
어르신이 맛있게 차려주신 밥을 먹는데 송순옥 선생님, 몇몇 아이들과 앉아 하는 냉장고 놀이(두 가지 음식 가운데 무엇이 더 좋은지 외치는 놀이)가 아주 재미있네요. 특히, 날마다 책상이 가득 차 있어서 평소엔 밥을 같이 먹지 못한 알찬샘 어린이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먹습니다.
지후: 선생님 감자, 고구마 가운데 뭐가 좋아요? 하나, 둘, 셋!
아람: 고구마! 아 근데 이건 좀 어렵다. 난 둘 다 좋은데.
서연: 그럼 그럴 땐 감자 고구마를 합해서 감고! 라고 외치면 어때요?
아람: 우와 좋은 생각이다!
줄임말을 안 쓰긴 하지만 놀림말이나 이상한 말이 아니라 재미있는 생각이니 놀이할 때는 짬짜(짬뽕 짜장), 치라(치즈떡볶이 라볶이) 따위의 말들을 즐겁게 쓰며 놉니다. 다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저녁, 고마운 저녁을 먹었어요.
마침회를 하는데 이준이가 다가오네요.
이준: 선생니이임...
아람: 응 이준아
이준: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잘 있던 이준이가 갑자기 웁니다. 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준: 예준이 형이랑 같은 모둠이 아니어서 슬퍼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도 예준이 형이랑 같은 모둠이면 그래도 괜찮은데요. 너무 너무 슬퍼요.
아람: 모둠이 아니어도 예준이형이랑 밥두 먹고 같이 놀 수 있어 이준아.
이준: 그래도 전 같은 모둠이었으면 좋겠다구요. 으앙~~~
흐느끼며 울더니 눈물을 쏟으며 우네요. 이제 옹돌이로 제법 의젓하게 살고 있는 이준이지만 형과 떨어지는 건 아직 힘든가봅니다.
이준: 어머니한테 전화해도 되요?
아람: 그럼 좀 마음이 풀리겠어? 어머니가 걱정하시지 않을까?
이준: 자연속학교 잘 있다 갈게라고 얘기할게요.
그래도 의젓한 모습 보이려는 이준이가 기특해 비밀로 3분만 전화를 하기로 합니다.
이준: 엄마(이럴 땐 꼭 어머니라고 안 하고 엄마라고 하지요.) 나 예준이형이랑 모둠 안 됐어. 너무 보고싶어. 어디야?
... 나 다섯 밤 잘 있다 갈게.
어무니랑 2분 남짓 통화하고는 이내 눈물을 뚝 그칩니다. 말한대로 약속을 지키는 기특한 이준이 등을 토닥토닥해주곤 마침회를 다시 하러 갑니다.
처음으로 낮은샘 선생이 되어 온 자연속학교 첫 날,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새롭고 신나는 일,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운 일들이 되풀이되는 게 아직까지는 아주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