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일절이 선뜻 다가오더니 봄이 확 가슴에 펼쳐진 것 같습니다. 어제 삼일절에는 매년 시행되던 삼일문화상 시상식이 옛날 그 자리 마포에 있는 가든 호텔에서 있었습니다. 벌써 삼십팔회. 나는 삼십일회 때 받았습니다. 참으로 뜻 있는 상이라는 생각이 늘 들곤 합니다. 나흘 전, 그러니까 이월 이십칠일인가. 나의 일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그리다 만 초상』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순전히 성춘복 시인의 작품입니다.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작품들은 모두 성춘복 시인이 골라서 엮어 준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완벽주의자로 살려고 애써 왔지만 완전히 그렇게 살지는 못했고, 돌이켜보니 분산(分散)과 오식(誤植)이 점철하는 상처투성이의 인생이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사실 그렇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항상 무엇 애인가 불안하게 쫓겨서 분주히 바삐 살아왔기 때문에, 무엇 하나 정돈이 되고 정리가 되고 정확하게 기록이 된 것이 하나 없는 느낌이 늘 들곤 했으며, 그러하고 불안하고 분주한 인생을 글로 써 오면서 출판된 책들이 어디 하나 완벽한 것이 없고, 지금 생각하니 오식이 많은 책들이어서 부끄럽기 한이 없습니다. 이러한 분산과 오식으로 소위 문필 생활을 해 왔으니, 이 다음 이 책들을 읽는 독자들이 무어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처투성이의 인생이 그대로 노출되는 부끄러움과 무책임한 내가 거듭 반성되곤 합니다. 또한 내가 살아온 우리나라가 내가 생각한 대로 완벽하게 살 수는 없는 사회 풍토였습니다. 정확하게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정확하게 서로 믿고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옳은 것이 옳고 좋은 것이 좋고, 하는 가치 판단이 없는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업주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나의 완벽주의는 그 완벽주의로 다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옵니다. 일간 이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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