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36! / 해상 및 해저작업에 대한 소고(小考)
요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말 그대로 멘붕상태에 빠져있다. 세월호 구조작업이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생명을 구해내지 못하고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는 일천하지만 나름대로 해저작업 경험이 있어서 구조작업진행상황을 보면서 남달리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지금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회사인 ‘언딘’과도 같이 일을 했고 국제적으로 이름이 꽤 알려진 네델란드와 호주의 해상작업 전문업체와도 일을 했다. 네델란드회사는 자기들이 건조한 특수 작업선을 들여와서 해저에 직경 1m가 넘는 파이프 두 가닥을 파묻기 위해서 바다바닥을 3m깊이에 5m넓이로 총 길이 10km를 파는 작업을 했다. 이 네델란드회사 배는 자체 일기예보시스템을 갖추고 일주일단위로 일기예보를 했었는데 그 정확도가 우리나라 기상청예보 보다 훨씬 정확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바다 속 바닥을 파는 작업은 이 배에 장착된 진공장치를 이용해서 작업을 했다. 거대한 진공의 힘으로 바닥의 뻘, 자갈 등을 빨아 올려서 파이프 묻을 길을 냈고 퍼 올린 뻘 자갈 등은 먼 바다로 싣고 가서 버리고 돌아오곤 했다.
배너(Banner)라는 호주회사는 바다 바닥에 ‘프렘(PLEM / Pipe Line End Manifold)’이라는 100톤이 넘는 철 구조물을 제작, 설치했다. 그리고 또 해상의 오래된 부이를 해변 조선소 도크(Dock)로 들여와 개조, 정비해서 다시 바다 가운데로 견인해 가서 설치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중작업을 ‘언딘’소속의 잠수사들이 수행한 것이다. 잠수사들의 주된 일은 ‘프렘’위에 설치된 직경 1m 발브(Valve)와 해저에 파 묻은 직경 1m파이프를 서로 연결하고 프렘 위 해상에 설치된 ‘부이’로부터 큰 호스를 바닷속으로 내려서 해저 프렘과 연결시켜 주는 작업이었다. 잠수사들을 현장에서는 영어호칭인 다이버(Diver)라고 부른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프로젝트는 정해진 공기 내에 작업은 완료돼야 한다. 일기가 나빠서 또는 설혹 이런저런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서 계약 공기를 못 맞춘다 해서 양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지연되는 일수에 비례해서 소위 지체배상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이 공기문제를 특별히 설명하는 이유는 날씨 때문에 다이버들의 바닷속작업이 내내 순조롭지 못해서 항상 계약공기를 걱정한 기억이 아직까지 뚜렷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세월호사건이 처음 불거진 날 아침에 해경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침몰되는 여객선 안으로 들어가서 승객들을 구해내야 되는데 왜 안 들어가는지를 정말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설혹 침몰된 후 에어포켓이 생겨서 배 안의 승객들이 상당기간 생존한다 할지라도 나는 바닷속에서의 다이버에 의한 구조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울산 앞바다에 부이(Buoy)가 설치되는 지점의 수심 역시 세월호 침몰지점과 비슷한 30m였다.
다이버들의 면면을 보면, 젊은 다이버들의 대다수는 다이버학교를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국내에도 다이버를 양성하는 기관이 있고 그 기관에서 일정기간 동안 강습을 받으면 자격증을 준다. 그러나 내가 만나본 다이버들의 상당수는 다이버들 세계에서는 나름 알려지고 권위 있는 미국이나 호주 등지의 다이버 전문교육기관을 수료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해군 SUU(해난구조대)나 UDT(수중폭파대)등 특수부대에서 다이버로 근무한 후 전역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 다이버들은 바닷속에 내려가서 기기를 조립하기도하고 용접도하며 때로는 해머작업도 한다.
해저작업을 위해 수중에 다이버가 투입되기까지는 일련의 준비과정이 있다. 제일 먼저 GPS를 이용하여 정확한 해저 작업지점을 확인하고 작업위치 바로 위 해상에 부표를 설치한다(세월호 침몰위치 해상에 큰 부이를 띄워놓은 것처럼). 그리고 다이버들의 수중작업에 필요한 장비들을 실은 바지선(Barge船)을 작업지점근처에 닺을 내려 고정시킨다. 바지선이란 배 바닥이 평평하고 제법 큰 배인데 추진 동력이 없어서 자체적으론 움직이지 못하고 터그보트(Tug Boat)란 작지만 힘이 있는 예인선에 의해서 끌려 다니는 배다.
바지선에는 통상 대형 크레인을 장착하고 있는데 크레인 크기에 따라서, 예로 200톤 크레인을 장착한 바지선은 200톤 바지선 이렇게 부른다. 200톤 바지선을 예로 제원을 보면 폭이30m이고 길이는 75m정도된다. 바지선상에는 콘테이너가 10개정도 배열돼있다. 이 콘테이너는 다이버들이 쉬는 공간, 사무실, 수퍼바이저(Supervisor)가 잠수작업을 조정 통제하는 콘트롤 룸, 감압 챔버실, 발전기실, 장비보관실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외부에는 크레인과 산소통, 질소통, 암모니아통, 바스켓, 윈치 발전기 등등 해저작업에 필요한 장비들로 가득하다. 상황실에서는 수퍼바이저가 모니터를 보면서 다이버의 위치나 해저의 각종 물체를 파악하고 다이버에게 작업지시를 한다. 수퍼바이저는 작업중인 다이버의 숨소리까지 분석해가며 다이버와 대화를 나눈다. 다이버 헬멧에는 에어호스, 랜턴, 무전기, 카메라, 일반로프 등이 한 셋트로 구비되어있다.
다이빙 1개팀은 보통 11명에서 12명으로 구성되어있다. 수퍼바이저, 마스터 다이버, 스탠바이 다이버, 윈치조작원, 텐더2명, 감압챔버 조작원, 일반기계 조작원 등으로 1개팀이 구성되는데 이중 수퍼바이저 외에는 돌아가면서 잠수작업에 투입된다.
다이버들은 해저작업에 투입될 때 리프트 바스킷을 타고 들어가고 또 올라온다. 유도로프(안전줄)를 해저 물체와 해상 바지선을 묶어 연결하고 이 줄을 따라가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이 줄에 자신의 몸을 연결해서 급류에 떠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보통 바지선 한 척에서 동시에 해저로 투입할 수 있는 다이버는 2명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바지선은 사면을 앵커로 고정시킴이 중요하다. 200톤 바지선의 경우 앵커 줄(Chain)길이는 100m정도 되는데 앵커를 뻘 속 깊이 견고하게 설치하여 바지선의 흔들림을 막아야 한다. 앵커줄이 바지선과 텐션을 이루게 설치한다.
대형유조선(Crude Oil Tanker)은 299,000톤(약220만 바렐/180만개의 드럼통)의 원유를 실을 수 있다. 배 길이는 336.6m(6.3빌딩 높이보다 길다)폭은 59.6m이며 속도는 16.3노트(시속30.18km)이다. 세월호는 여객선이니까 유조선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일단 크기 면에선 유조선과 잽이 안된다. 세월호는 길이145m, 폭22m, 속도는 21노트(시속39km)다.
해저가 갯벌인 바닷속은 부단히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서 쓸리며 항상 흐려있다. 해상 날씨라도 나쁘면 정말 10cm앞이 안 보일 정도로 바닷속은 어둡다. 이럴 땐 랜턴도 거의 쓸모가 없다. 바닷속에서도 용접과 절단작업을 하는데 그 작업성은 지상작업과 비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효율이 떨어짐은 물론이다.
나는 바닷속의 100톤짜리 철 구조물을 인양하는데 300톤 바지선을 동원했었다. 그러니 거의 7000톤 가깝다고 알려진 세월호를 인양하려면 어떤 계획으로 수행할지 내 머리론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나는 부산에 있는 300톤 바지선을 울산앞바다로 데려 오는데 날씨 때문에 두 달이 걸렸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또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큰 바지선은 이동을 못한다. 우리나라 굴지의 조선소엔 몇 천 톤짜리 바지선이 있긴 하겠지만 맹골수로 로의 이동도 쉽지 않을 것이고 해저에서의 결속작업 등등이 무척 힘든 작업일 것이다. 아마도 세월호 인양 프로젝트는 국내 굴지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 또는 대우조선소에서 수주하여 네델란드나 영국 등지의 세계적인 해양공사 전문업체에 재 하청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작업기간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새삼 원칙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노가다현장에선 잘 모르면 설계대로 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던지 임의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강 대강을 좋아하고 매사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 같다. 관공서에 급행료를 지불하는 관행은 3~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통하는 세상이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재난구조 매뉴얼부실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원리원칙이 존중 받지 못하는 사회현상 때문에 생떼 같은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날이 갈수록 분노로 바뀔 것이다. 자식을 잃은 마당에 무엇이 더 두려우랴. 팬티바람에 나부터 살겠다고 정의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아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멋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그런 세상을 그려본다.
Have a good time!
첫댓글 다른 지인이나 친구들과 달리 흔하지않은 경험을 많이 했네요
특히 선박이나 여행에 관한 지식을 많이 아는 병석형이 부럽습니다. ^()^
과찬의 말씀, 말 그대로 노가다를 하다 보니 이일 저일 많이 기웃거렸지요. 19일 Observer로 참석해서 친구들 얼굴 좀 보렵니다. 잘 회복하시고, 까페에 사진 좀 자주 올려주세요. 나는 사정이 있어서 올 하반기 순례계획은 힘듭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