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중 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쳐오고 있다
홍종학 전 중소기업부장관
시민언론 민들레
2024.01.15
IMF사태 전야처럼 한국사회는 '마취상태'
성장률 하락 30여년째, 저출산 25년째
가계부채·자영업 위기 20여년째 숙제
기술종속, 지정학적 위기 겹치며 '7중 위기'
2024년 한국 경제는 7중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① 장기적인 성장률 하락에 따른 장기 침체 위기 ②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위기 ③ 과다한 가계부채 위기 ④ 자영업자 위기 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소멸 위기 ⑥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기술 종속과 노동 위기 ⑦ 지정학적 위기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위기인데, 이 위기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한국경제에 밀려 왔다. 가히 한국 경제를 집어삼킬 거대한 쓰나미가 아닐 수 없다. 조그만 위험이 닥칠 때는 이런 저런 예방도 하고 대책도 만든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예고된 상태에서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의 감정은 서서히 무뎌지게 된다. 성장률 하락은 30여 년째, 저출산 위기는 최소 25년째, 가계부채나 자영업 위기는 20여 년째 한국 경제의 숙제였다. 하나의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새로운 위기가 겹쳐지면서, 금년에 7중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된 것이다.
냄비 속 개구리같이 입 닫은 경제관료, 정치인, 언론, 학자
이런 거대한 쓰나미가 눈 앞에 다가왔는데,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총선이 다가온 탓인지 정치인들은 경제 위기나 정책을 거론하지 않는다. 위기를 논하면 정쟁으로 비화시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한다. 언론은 가뭄에 콩 나듯 위기의 한 부분을 들어 이야기하지 역량을 집중해 위험을 경고하는 언론은 없다. 책임져야 할 경제부서는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사소한 부동산 PF문제 하나 제대로 달려들어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모두 입을 닫았다.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은 자료와 경제학 이론으로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달궈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모두 조용히 있다. 착한 서민들만 고통스런 삶을 이어갈 뿐이다.
한국경제 실질 성장률 추이(%)
하나씩 간단히 따져보자. 첫 번째, 성장률 하락 위기. 한국경제는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해 왔고, 코로나 이후 작년 성장률은 1.4% 금년도는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 운영으로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의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지지 않고, 양극화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어 내수는 살아나기 어렵다.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한데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와 대기업 중심의 과거 정책을 고집하면서 과거의 추세를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 금리인상 추이(%)
취약한 곳에서부터 터져 나올 미 금리 인상 압력
두 번째, 미국의 금리 인상. 성장률 하락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은 국내 사정으로 인해 2022년 이후 급속하게 금리를 인상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미국은 경기침체를 맞았고, 세계 경제는 이런저런 위기를 맞았다. 1997년 한국의 IMF외환위기 역시 199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에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일부 국가는 경제파탄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으나, 2022년부터 급속히 오른 미국의 정책금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고, 금년에 취약한 곳에서부터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취약한 한국경제에는 또다른 뇌관이다.
이전과 같은 장기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고금리 환경에 대비하는 정책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 지사의 성급한 디폴트 선언으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레고랜드 사태나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시장의 불안을 미봉책으로 막고 있는 실정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한미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한미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추이(%)
셋째, 가계부채 위기.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렇게 된 데는 잘못된 정부의 정책이 있다. 각 국가들은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부채를 늘려 서민들의 부담을 줄였다. 그 결과 각 국의 정부부채가 크게 늘었다. 반면 한국의 기재부는 서민 경제의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건전성만 중시한 탓에, 서민 가계가 모든 부담을 안아야 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고금리 하에서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이유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편 탓에 잠시 주춤하던 가계부채가 다시 늘었고, 가계부채 위기는 더욱 심각해 졌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부담이 커진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정부 지출마저 줄였다. 이중의 부담으로 한국경제는 침체가 불가피하게 보인다.
가계부채 부담, 지역화폐 예산 삭감으로 텅텅 빈 시장
넷째, 자영업 위기. 한국의 자영업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0%를 차지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마트의 성장으로 쪼그라 들었던 자영업은 코로나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어쩔 수 없이 빚내서 빚을 갚으며 버텨왔다. 코로나는 끝났지만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자 자영업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자영업자의 생명줄이랄 수 있는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줄였다. 임대료는 줄지 않고 영업은 부진을 면하지 못하자, 내로라 하는 시장까지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썰렁함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고 있고, 다시 방문할 생각은 사라진다.
다섯째,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 당장 경제가 어렵더라도, 인구가 늘어나면 성장률이 높아져 경제는 다시 호황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보일 리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출산율을 높일 정책은 펴지 않는다. 반대로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복지예산을 줄여 청년들을 더 절망에 빠지게 한다. 출산율이 조만간 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섯째,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기술 종속과 노동 위기. 대기업 중심 경제 운영은 경쟁력을 갖춘 일부 부문에 집중되는 산업구조를 초래했고, 새롭게 부각되는 인공지능 연구에 뒤지게 만들었다. 한국경제는 미국이나 중국에 기술 종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에서 경쟁력이 우려되고 있다. 기술은 종속되어 대기업조차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발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노동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상황 인식이 부족한 듯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줄였다. 뒤쳐진 연구를 지원해서 쫓아가게 하기는커녕 신진 연구진들의 연구비를 줄여 미래의 희망조차 잘라버리고 말았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망치는 정책을 서슴없이 펼치는 정부로 인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 어두워 보인다.
외교 안보까지 경제 망치는 정책으로 일관
일곱 번째, 지정학적 위기.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고 미중 간 패권다툼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불필요한 호전적 발언으로 긴장을 유발하고 악화시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증폭시켜왔다. 최소한의 평화를 유지시켰던 남북군사합의를 폐기시켜 한국 경제의 변동성을 높였다.
7중의 위기를 맞아 고통에 신음하는 서민경제를 지원하기보다는 낡은 정책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초현실적 무능이야말로 한국경제 최고의 위기 원인일지도 모른다.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는 마치 IMF사태 전야처럼 집단적 마취상태에 빠진 듯하다. 의식이 있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인과 경제관료,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서민경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자영업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청년들,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로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민생을 외면하는 것은 죄악이다. 한국 경제를 집어삼킬 쓰나미가 다가오는데 너무나 편안한 2024년 벽두 한국사회의 모습이 초현실적이다.